아침에 일어나 창문의 블라인드를 열고 하늘을 가리는 나목을 보니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연상된다. 며칠째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니 올해 겨울은 참 춥다.
‘고목은 말라서 죽어 버린 나무라 소생할 가능성이 없지만, 나목은 벌거벗은 나무로 봄이 오면 다시 새 생명을 틔울 것이다.”라는 누군가의 글이 생각난다.
나이 들어가며 겨울나기가 점점 힘겨워져서 간절히 봄을 기다리는 내 늙은 몸이 나목이 아닐까 싶다. 고목에 새순이 돋아 소생하기도 한다는데 나목이 소생하는 거야 흔한 일이 아니던가.
책꽂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20여 년 전 큰딸이 졸업 논문으로 쓴 ‘실비아 플라스와 박완서 소설 속 감금과 여성 발달의 은유’를 찾아보니 ‘부모님의 모든 사랑과 희생을 위해’라는 헌사가 보인다. 강추위이지만,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며 힘이 난다.
맞다. 봄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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