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나는 겨울이 참 싫다

삼척감자 2025. 2. 27. 22:43

어느 여론조사업체에서 미국인 15,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싫어하는 계절에 관해 물었더니 절반 가까이가 겨울이 제일 싫다고 답했다. 나도 겨울이 참 싫다.

 

날씨가 추우면 기온이 떨어지고 내 기운도 덩달아 떨어진다. 늦은 아침, 일어나야 할 시간인데도 창밖은 어둡고, 오후 네 시면 벌써 어두워서 가로등이 켜지고 게다가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 우울해진다. 망가진 다리의 통증도 심해지고, 그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때가 잦다. 나만 아픈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날씨가 추우니 몸이 불편하다거나 아프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되니 나도 덩달아 우울해진다. 다들 아프지 말아야 할 텐데.

 

겨울에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성당 교우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가끔 전해 듣고, 한국에 있는 동창생들의 부음도 잊을만하면 듣게 되니 우울한 날이 이어진다. 왜 하필 추운 계절에 하늘나라로 떠나는 분이 많을까?

 

눈이 내린 후에 자동차 위와 주변의 눈을 치우거나 기온이 뚝 떨어진 날 아침에 외출 준비를 위해 차 유리창에 얼어붙은 얼음을 긁어내는 것도 성가신 일이다. 그러다 넘어지면 낭패를 보니 불편한 몸으로 눈 치울 때는 매우 조심스럽다. 눈이 내린 후에는 이미 잡힌 약속을 대개는 취소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동차로 외출해야 할 때는 온 신경이 곤두선다.

 

겨울이 지나면 이제 일 년 더 살게 되었구나.”하며 안도한다. 겨울이 시작되면 입춘을 고대하고, 입춘이 지나면, 춘분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겨울의 중간인 날은 언제일까? 이는 동지와 춘분 사이의 중간인 입춘(서양에서는 The Beginning of Spring이라고 한다)이니 대개 2 3, 또는 하루 정도 전후가 된다. 다행히도 겨울은 사계절 중 가장 짧은 89일이다. 이 기간에 지구는 공전 궤도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운 지점(근지점)에 있다. 물체가 태양에 가까울수록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이 중력의 기본 법칙이다. 반대로 7월 초에는 지구가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의 공전 속도가 느려진다. 이것이 바로 여름이 가장 긴 계절(93)인 이유이다.

 

어저께(2 26) 미국 신문에 겨울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10가지 이유라는 글이 실렸기에 아래와 같이 옮겨 본다.

1. 겨울이 지나가면 낚시나 정원 가꾸기 같은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다.

2. 봄꽃 냄새, 새소리, 초록색 나뭇잎이 돌아오는 게 행복하다.

3. 칙칙한 색보다는 잔디의 녹색으로 둘러싸인 집 주변은 훨씬 아름답다.

4. 10겹의 옷을 입지 않고도 밖에 나갈 수 있다.

5. 감기와 독감 시즌이 지나간다.

6. 항상 두꺼운 신발과 양말을 신고 지내기 싫다.

7. 내 차가 눈 때문에 도로 뿌린 소금과 흙으로 덮이는 게 싫다.

8. 눈 치우느라 근육이 아프고 빙판에 넘어져서 다치는 게 끔찍하다.

9. 겨울에 굶주릴 새와 다람쥐의 모이를 뿌려주는 게 귀찮다.

10.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지면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사흘 후면 꽃 피는 3월이 된다. 그러면 정말 봄이 오는 건가?

그렇게 한 해 더 살게 되겠구나.

 

(2025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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