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론조사업체에서 미국인 15,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싫어하는 계절에 관해 물었더니 절반 가까이가 겨울이 제일 싫다고 답했다. 나도 겨울이 참 싫다.
날씨가 추우면 기온이 떨어지고 내 기운도 덩달아 떨어진다. 늦은 아침, 일어나야 할 시간인데도 창밖은 어둡고, 오후 네 시면 벌써 어두워서 가로등이 켜지고 게다가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 우울해진다. 망가진 다리의 통증도 심해지고, 그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때가 잦다. 나만 아픈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날씨가 추우니 몸이 불편하다거나 아프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되니 나도 덩달아 우울해진다. 다들 아프지 말아야 할 텐데.
겨울에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성당 교우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가끔 전해 듣고, 한국에 있는 동창생들의 부음도 잊을만하면 듣게 되니 우울한 날이 이어진다. 왜 하필 추운 계절에 하늘나라로 떠나는 분이 많을까?
눈이 내린 후에 자동차 위와 주변의 눈을 치우거나 기온이 뚝 떨어진 날 아침에 외출 준비를 위해 차 유리창에 얼어붙은 얼음을 긁어내는 것도 성가신 일이다. 그러다 넘어지면 낭패를 보니 불편한 몸으로 눈 치울 때는 매우 조심스럽다. 눈이 내린 후에는 이미 잡힌 약속을 대개는 취소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동차로 외출해야 할 때는 온 신경이 곤두선다.
겨울이 지나면 “이제 일 년 더 살게 되었구나.”하며 안도한다. 겨울이 시작되면 입춘을 고대하고, 입춘이 지나면, 춘분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겨울의 중간인 날은 언제일까? 이는 동지와 춘분 사이의 중간인 입춘(서양에서는 The Beginning of Spring이라고 한다)이니 대개 2월 3일, 또는 하루 정도 전후가 된다. 다행히도 겨울은 사계절 중 가장 짧은 89일이다. 이 기간에 지구는 공전 궤도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운 지점(근지점)에 있다. 물체가 태양에 가까울수록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이 중력의 기본 법칙이다. 반대로 7월 초에는 지구가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의 공전 속도가 느려진다. 이것이 바로 여름이 가장 긴 계절(93일)인 이유이다.
어저께(2월 26일) 미국 신문에 ‘겨울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10가지 이유’라는 글이 실렸기에 아래와 같이 옮겨 본다.
1. 겨울이 지나가면 낚시나 정원 가꾸기 같은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다.
2. 봄꽃 냄새, 새소리, 초록색 나뭇잎이 돌아오는 게 행복하다.
3. 칙칙한 색보다는 잔디의 녹색으로 둘러싸인 집 주변은 훨씬 아름답다.
4. 10겹의 옷을 입지 않고도 밖에 나갈 수 있다.
5. 감기와 독감 시즌이 지나간다.
6. 항상 두꺼운 신발과 양말을 신고 지내기 싫다.
7. 내 차가 눈 때문에 도로 뿌린 소금과 흙으로 덮이는 게 싫다.
8. 눈 치우느라 근육이 아프고 빙판에 넘어져서 다치는 게 끔찍하다.
9. 겨울에 굶주릴 새와 다람쥐의 모이를 뿌려주는 게 귀찮다.
10.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지면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사흘 후면 꽃 피는 3월이 된다. 그러면 정말 봄이 오는 건가?
그렇게 한 해 더 살게 되겠구나.
(2025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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