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이 참여하여 꾸려나가는 ‘Nextdoor.com’이라는 블로그도 아니고 카페도 아닌 사랑방 또는 수다방이 있다.
참여하고 처음 본 게시물은 ‘집 나간 고양이를 찾습니다,’라는 것이었는데, 고양이 사진과 특징을 적은 글이었다. 그렇고 그런 제보가 올라오더니 바로 그다음 날 고양이가 귀가했다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사랑방에 올라오는 글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동네 외과 의사가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더라.
-외출하다가 어디에 교통사고 난 걸 보았는데, 사고 내용을 아는 사람은 알려 달라.
-안 쓰는 가구를 거저 줄 테니 희망하는 사람은 연락 주기 바란다.
-욕실을 개조하려고 하니 믿을 만한 업자를 소개해 달라.
-자동차 속지 않고 살 수 있는 비법을 알려 줄 사람 없소?
-집 청소를 야무지게 잘 해줄 사람을 소개받고 싶은 사람은 연락하세요.
-위조 카드로 옆 동네 편의점에 설치된 현금 인출기에서 $1,800을 털어갔다고 하니 조심하세요.
대강 이런 글을 올리면 적지 않은 동네 사람들이 답변을 올리고 의견과 정보를 주고받는 게 영락없는 사랑방, 아니면 수다방 모습이어서 재미 있었다.
며칠 전에 나도 글을 하나 올려 보았더니 동네 사람들의 반응이 있을 때마다 내 이메일로 바로 연락해 주는 게 내 생각보다 더 잘 운영되는 것 같았다.
“동네 모처에 식품점을 개업할 준비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작년 9월 말에 새 간판이 올라갔던 데 아직 개업하지 않은 까닭이 무언지 아는 사람 있소?”라는 내 질문에 네 사람이 답했는데 (1) 봄이 되면 개업하지 않을까요? (2) 시청의 규제가 까다로워서 그런 것도 같지만, 잘 모르겠소. (3) 내가 그 업체에 몇 차례 전화해 보았는데, 자기들도 잘 모르겠다고 합디다. (4) 인근 경쟁 업체에서 방해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소.
내 궁금증이 풀리지는 않았지만, 인구 4만 명 정도의 동네 사람 중 거의 2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내가 올린 글을 읽었다는 통지를 이메일로 받았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 그렇게 할 일이 없거나 심심해서 이런 글을 보고 있을까? 나도 그 까닭을 잘 모르겠지만, 동네마다 이런 인터넷 사랑방이 운영된다면 동네 분위기는 한결 좋아질 것 같다.
'사랑방'이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 전통 가옥에서 사랑방은 손님을 맞이하고 가족 및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교류하던 공간이었다. 그래서 사랑방이라는 단어는 소통과 유대, 전통과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사랑방은 또한 여유와 쉼, 그리고 학문과 예절을 중시하던 공간으로, 고즈넉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현대의 사랑방 개념은 가정의 거실이나 가족이 모이는 공간으로 이어지고, 따뜻한 기억과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게 한다.
미국 시골 동네에서 고국의 옛날 사랑방 같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인터넷 사랑방을 대하니 참 반갑다.
(2025년 3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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