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수십 년을 살다가 나이가 들어 역이민을 고민하는 동포들의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종종 접한다. 그런데 그중에는 실제 경험이 아닌, 이른바 '국뽕'에 취해 한국을 세계 최고로 치켜세우며 미국의 현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한국을 도저히 살 수 없는 나라처럼 깎아내리고 미국을 '지상 천국'으로 묘사하는 글도 있어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심지어 누군가가 대신 소설을 써 준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때조차 있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글들을 접하면서도, 운전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인 나에게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한국이 자동차 없이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역이민을 선택했던 어떤 이의 경험담은 달랐다. 그는 차량 문제, 특히 주차 문제로 인해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적 불편을 넘어, 한국 도시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차량 과밀로 인한 극심한 주차난과 대기오염—를 냉정히 드러냈다.
물론 광활한 국토 덕분에 대도시 중심을 벗어나면 차량 문제를 크게 체감하지 않던 미국에 오래 산 그의 시각이 다소 편향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경험담을 통해, 한때 '편리함의 상징'이던 자동차가 이제는 도시를 질식시키는 주범이 되었다는 아이러니를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국토가 좁고 대중교통이 매우 발달한 나라에서, 왜 이토록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것일까?
덴마크에 체류 중인 가까운 친척이 전해준 이야기는 이 문제를 풀어갈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덴마크는 차량에 매우 높은 세금을 부과해 보유를 억제하고, 주민 대다수가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주요 이동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는 단순히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 도시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건강한 삶을 장려하는 정책적 선택이다. 차량 구입가의 180%에 달하는 세금은 일부 국민에게는 단기적으로 '고통스러운'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 코펜하겐은 세계적인 '자전거 천국'이 되었고, 시민들은 맑은 공기 속에서 교통 체증 없이 이동하는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덴마크식 해법이 한국 현실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포퓰리즘에 젖은 정부가 과연 이런 정책을 채택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충분히 공감된다. 고율의 차량 세금과 강력한 규제는 곧바로 유권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정치인들에게는 표의 상실로 직결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인들은 국가 장래라는 큰 비전보다는, 당장의 표 계산이라는 눈앞의 이익에 몰두하기 쉽다.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환경 부담과 도시 기능의 마비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지도자라면 마땅히 국가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여 때로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옳은 길로 이끌어야 함에도 말이다.
물론 덴마크의 제도를 문화, 인프라, 경제 상황이 다른 한국에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안 없는 안주는 위험하다. 현재 한국의 높은 자동차 의존율과 그로 인한 오염물질 배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진정으로 풍요롭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원한다면, 정치적 용기와 국민적 합의가 절실하다. '나'의 한 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정책을 지지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 그리고 당장의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위해 정책을 추진할 리더십이 필요하다.
(2025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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