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생활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있는 것들

삼척감자 2025. 11. 1. 21:27

누가 바람을 본 이 있는가?
나도, 그대도 본 적 없네.
그러나 잎새가 떨며 숨을 삼킬 때,
바람은 그 사이를 지나가네.

 

누가 바람을 본 이 있는가?
그대도, 나도 본 적 없네.
그러나 나무가 깊이 고개를 숙일 때,
바람은 조용히 지나가네.

 

이 시를 쓴 영국 시인 크리스티나 로제티는 독실한 신앙인이었다. 그녀의 시 곳곳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에 대한 깊은 고백이 스며 있다. Who Has Seen the Wind?」 역시 그렇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흔들리는 나뭇잎과 움직이는 가지를 통해 그 존재를 알 수 있듯이, 하느님도 보이지 않지만 창조 세계와 우리의 삶 속에서 조용히 드러난다는 고백이다.

 

이 시에서 영감을 받아, 인도 출신 시인 쿠마렌드라 멀릭은 「Who Has Seen the God?」을 썼다. 그 일부를 인용해 본다.

 

누가 하느님을 본 이 있는가?
그대도, 나도 본 적 없네.
허름한 옷을 걸친 이가 미소 지을 때,
하느님은 어딘가 곁에 계시리라.

 

누가 하느님을 본 이 있는가?
나도, 그대도 본 적 없네.
전장에서 한 병사가 쓰러질 때,
그가 어떤 믿음을 가졌는지 묻지 않으시고
하느님은 그를 들어 올리시리라.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바람을 눈으로 볼 수 없지만, 흔들리는 가지에서 그 움직임을 느낀다.
시간을 붙잡을 수 없지만, 아이의 웃음과 노인의 깊어진 주름에서 그 흐름을 안다.
사랑은 형태가 없지만, 따뜻한 손길과 조용한 희생 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
희망은 빛이 아니지만,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되어 마음 깊이 머문다.

 

하느님 역시 그렇다.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용서가 이루어지고 작은 선행이 세상을 밝힐 때 우리는 그분의 현존을 느낀다. 그분을 알아보는 감각, 그것이 믿음의 눈이다.

 

만약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모두 눈앞에 드러난다면 어떨까?
공기와 중력, 사랑과 믿음, 희망과 두려움모든 것이 색과 형태를 띠고 나타난다면,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바람이 흐르는 길이 빛처럼 보이고, 마음 속 사랑과 상처가 그림자처럼 드러난다면,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될까, 아니면 피하려 할까?

모든 것이 보인다면 세상은 좀 더 분명해질지 모른다. 그러나 그만큼 신비와 경외, 그리고 믿음의 힘도 잃게 되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해 보아도 내 지혜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나 보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요한 3, 8)

 

 (2025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