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을 오래 해 온 이들 가운데도 정작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해 본 적 없는 이가 적지 않다. 처음에는 “이번엔 꼭 읽어야지” 마음먹다가도 며칠 지나면 자연스레 책장이 닫히고 만다. 왜 그럴까?
성경은 무엇보다 분량이 압도적이다. 장과 절로 세세히 나뉜 구조, 반복되는 계보와 규정은 독서 흐름을 자주 끊어 놓는 요인이다. 게다가 고대 근동의 문화나 지리를 모르면 글이 쉽게 읽히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오늘의 정서와 언어가 성경의 배경과 그리 쉽게 맞물리지 않는 탓이다.
무엇보다 많은 기독교(가톨릭 및 개신교) 신자들은 미사(또는 예배) 참례와 선행 등으로 신앙생활을 영위한다. 그러다 보니 성경 통독이 신앙의 필수 요건이라고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마음은 있지만, 레위기나 민수기, 역대기쯤에서 책장을 넘기던 손길이 자연스레 멈추곤 한다. 나 역시 여러 차례 성경을 통독하며 이러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오랫동안 멈추거나 건너뛴 기억이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성경 전체의 큰 흐름을 먼저 잡아 주는 그리 두껍지 않은 해설서(요약본)야말로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요약본을 권하는 것은 편한 길을 보여 주려는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성경이라는 큰 숲을 먼저 바라보게 해주는 첫 관문을 열어 주는 일이다.
창조에서 이스라엘의 역사로, 예수의 생애와 초기 교회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커다란 흐름을 한눈에 보기 시작하면, 각 책이 왜 그 자리에 있으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구조를 먼저 잡으면, 실제 성경을 펼쳤을 때 뜻밖의 재미가 생기고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온다. 요약본은 그저 ‘통독을 향한 징검다리’일 뿐이지만, 이 징검다리를 건너는 사람은 훨씬 편안하게 강을 건너게 된다.
물론 요약본만 읽고 “성경을 다 읽었다”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요약본은 누군가의 눈으로 재구성된 2차 자료일 뿐, 원문이 주는 생생한 호흡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요약본은 어디까지나 길잡이이며, 궁극적인 목표는 성경 그 자체이다. 요약을 읽고, 관심이 가는 책을 부분적으로 읽어 보고, 그다음에 전체 통독으로 나아가는 단계적 독서가 현실적인 방법이다.
또 한 가지, 사람들에게 부담 없이 권하려면 접근 방식도 조금 달라져야 한다. “반드시 완독해야 한다”는 압박을 줄이고, “이 요약본만 읽어도 전체 구조가 보입니다” 같은 가벼운 제안이 훨씬 나은 방법이다. 혼자 읽기 어렵다면 소그룹에서 요약본 한 장과 성경 본문 한 단락 정도를 함께 나누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성경은 원래 ‘이야기(드라마)’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책이다. 율법이나 예언보다 먼저, 탈출기(=출애굽기)의 극적 장면이나 다윗의 파란만장한 여정, 예수의 생애 같은 드라마를 맛보게 하면 마음이 열리고 흥미가 살아날 것이다.
결국 성경 요약본은 성경과 친해지기 위한 훌륭한 입구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어려워 망설이는 이들에게 부담 없이 첫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가 되어 준다.
다만 두 가지만 조심하면 된다. (1) 요약본만 읽고 멈추지 않을 것. (2) 요약본을 성경과 동일한 권위로 여기지 않을 것. 이 두 가지만 지킨다면, 요약본은 누구든 성경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 주는 작은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2025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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