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 임금은 유다 민족의 국가를 건립한 주역이자 신앙의 모범, 그리고 메시아적 희망의 근원으로 불린다. 그의 이름은 이스라엘 역사와 종교, 문화의 심장부에 깊이 자리하며, 유다인들에게 아브라함 이후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이다.
다윗 임금의 이야기는 성경 속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고 인간적인 서사로 꼽힌다. 한때는 양 떼를 지키던 목동이었으나, 이스라엘의 위대한 왕이 되었고, 급기야는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사도 13, 22)이라 불리는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그의 빛나는 영광 뒤에는 보통 사람도 겪기 힘든 막장 드라마가 숨어 있다.
그는 전쟁 중에 궁에 남아 있다가 목욕하는 밧세바를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권력자라는 오만함 속에서 그녀와 간음했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충신이자 밧세바의 남편인 우리아를 전쟁터의 최전선으로 보내 죽게 했다. 이는 권력과 욕망, 죄와 자기합리화가 뒤엉킨 비극적인 선택이었다.
가정 내 비극도 이어진다. 이복형 암논이 여동생 다말을 강간했지만, 아버지 다윗 임금이 이 사건을 방치하자 분노가 극에 달한 아들 압살롬은 암논을 살해하고 추방되었다. 돌아온 후에도 압살롬은 민심을 얻어 반역을 꾀했고, 아버지의 권위를 상징하는 후궁들을 드러내 놓고 차지하며 공개적으로 왕위 찬탈을 선포했다. 이는 사랑받지 못한 아들의 상처, 자존심과 권력욕이 극에 달해 폭발한 행동이었다.
다윗 임금과 그 가족이 저지른 사건에는 불륜, 배신, 살인, 근친상간, 부자간의 갈등 등 현대의 막장 드라마에 필요한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만약 이 이야기가 현대극으로 제작된다면 시청률을 크게 올릴 수 있겠지만, 끔찍한 내용을 삭제하거나 완화해야만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권력의 정점에서 저지른 치명적인 죄의 대가로 겪어야 했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특히, 사랑하는 아들 압살롬의 배신과 그로 인해 겪은 왕위 찬탈의 비극은 한 아버지이자 지도자로서 감당해야 할 가장 쓰라린 경험이었을 것이다. 신의 특별한 선택을 받았던 다윗이지만, 그의 삶은 가장 처절하고 혼란스러운 인간의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최고의 권력을 가졌음에도 큰 고통과 외로움에 시달렸던 것이다. 이처럼 다윗의 삶이 우리에게 큰 위로를 주는 것은, 시대와 지역, 신분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질적인 삶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왕이 겪은 삶이나, 백성이 겪는 삶이나, 결국은 사람 사는 이야기구나.' 우리는 부끄러운 우리 자신의 고통과 번뇌가 수천 년 전 왕의 삶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음을 본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고난이 비켜가지 않으며, 완벽한 삶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윗의 굴곡진 생애가 웅변한다.
그의 시편에 담긴 처절한 탄식과 깊은 회개는, 우리가 느끼는 좌절, 죄책감, 그리고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와 깊이 통한다. 다윗은 우리에게 완벽한 성인(聖人)이 아니라, 죄를 짓고 고통받으며 다시 회복을 갈망했던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고달픈 삶에도 위안과 공감을 선사한다. 그의 이야기는 모든 인간이 결국에는 같은 흙으로 빚어진 존재임을 상기시켜 준다.
그가 저지른 과오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윗 왕은 유다인들에게 이상적 왕, 신앙의 모범, 메시아의 조상, 시편의 저자로 존경받는다. 그는 이스라엘 12지파를 통일하고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아 이스라엘의 황금기를 열었으며, 죄를 지었지만 진심으로 회개하여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한 인물로 평가된다. 또한, 메시아가 그의 후손으로 올 것이라는 예언으로 언약의 계승자로 여겨지고, 《시편》의 많은 부분을 지은 시인으로서 유다교 예배와 기도문에서 중심적 역할을 차지한다.
다윗은 완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하느님께 돌아온 용기 있는 인간이었기에 존경받는다. 유다인들에게 그는 “죄인이지만 하느님께 가까운 사람”, “회개의 길을 연 왕”, 그리고 “하느님이 세운 언약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2025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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