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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 한 그릇을 먹으면

삼척감자 2026. 1. 1. 14:08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에, 빨리 어른이 되고 싶던 아이는 열 그릇이라도 욕심껏 먹고 싶어 했다. 양력 설과 음력 설에 각각 한 그릇씩 먹으면 일 년에 두 살씩 먹을 수 있다며 억지도 부리고 싶어 했다. 그러나 제법 나이가 든 지금은,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미 식탁에 오른 떡국마저 사양하고 싶다.

 

나이를 생일에 먹는다는 생각이 아니라에 함께 먹는다는 개념은 공동체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설날에 떡국을 먹으며 모두가 동시에 한 살을 더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떡국을 먹는 일은 새해를 맞이하는 하나의 통과의례였다.

 

요즘 이 말을 다시 떠올리면한 살 더 먹는다기보다시간이 한 그릇 더 쌓인다는 느낌에 가깝다. 한 살 더 먹는 일이 반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살아온 한 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이 한 살을 더하는 일이 씁쓸해도, 나는 결국 떡국 그릇을 비운다.

 

그런데 내 나이는 도대체 몇 살인가. 생일은 아직이니 만 나이로는 76세요, 설을 지났으니 예전 한국식으로는 78세다. 숫자가 둘이나 되니 머리가 괜히 복잡해진다. 에라, 생각해 보니 나이를 셀 권리는 나에게 있지 않은가. 오늘은 덜 늙은 쪽을 택해, 나는 아직 76세로 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