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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와 성경의 주요 인물 비교

삼척감자 2026. 1. 11. 20:55

우리 집 근처 사천 식당의 메뉴판에는 상호가 한자로촉향(蜀鄕)’이라고 적혀 있다. 이름만 보고도 사천 지방의 고향 맛을 보여주고자 하는 주인장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다. 그곳에서 나는 마치 먼 옛날 중국 후한 말, 세 나라가 갈라져 서로 다투던 시절을 잠시상상하곤 한다. 여기서 말하는은 바로 삼국지연의 속 세 나라 중 하나인 위((()의 그 촉이다.

 

나는 삼국지연의를 거의 열 번 가까이 읽었고, 최근에는 이문열 작가의 열 권짜리 평역서도 다시 펼쳤다. 식당의 이름을 보자마자 책 속 인물들이 눈앞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문득 성경 속 인물들과 그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물론 억지일 수 있다. 역사에 미친 영향력도 시대도 다르고 삼국지의 묘사에는 과장된 면이 많으니까. 하지만 심심한 백수가 소설과 성경을 뒤적이며 상상해 본 소일거리쯤으로 너그럽게 봐주면 좋겠다.

 

유비는 언제나 패배했고, 고난과 좌절을 반복했다. 의지할 만한 성도, 넉넉한 군세도, 충분한 자금도 없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의 곁에 모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무력이 아니라 명분과 인격이 뿜어내는 힘 때문이었다. 그는정통 한실의 계승자라는 명분과도덕과 인의를 지닌 군주라는 이미지를 품고 고난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다.

 

성경 속 다윗도 마찬가지였다. 기름 부음을 받았지만 왕이 되기까지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사울의 추격을 피해 광야를 전전하며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 몸을 숨겼다. 두 사람 모두 명분은 있었지만 성취는 늘 지연되었다. 긴 기다림 속에서 그들은 권력을 휘두르는 법보다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인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붙드는 강력한 힘이 되었다.

 

관우를 생각하면 느껴지는 것은 바로의리. 혈연이 아니라 관계를 향한 충성이다. 그는 조조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유비를 향한 마음을 지켰다. 죽음 직전까지도 도리를 다한 그는 의리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줄 아는 인간이었다.

 

성경 속 요나단도 그랬다. 왕의 아들이었지만, 다윗을 향한 신의와 우정 앞에서 자신의 미래(왕권)를 내려놓았다. 두 사람 모두 계산하지 않는다. 무엇을 얻을지보다 무엇이 옳은지를 먼저 묻는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는 화려한 성공담을 넘어,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감동으로 남는다.

 

장비는 용맹했지만 성급했고, 충직했지만 분노를 다스리지 못했다. 결국 부하에게 살해되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성경 속 베드로도 다르지 않다. 가장 큰 소리로 충성을 맹세했지만, 가장 먼저 스승을 부인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결함투성이인 인간도 다시 불림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장비와 베드로가 몸소 보여준다.

 

제갈공명은 지혜롭고 신비로운 전략가였다. 충신이었던 그는 유비가 떠난 후에도 주군의 뜻을 지키고자 평생을 바쳤지만, 끝내 자신이 꿈꾸던 촉한의 이상을 실현하지는 못했다. 성경의 모세도 비슷했다. 약속의 땅을 눈앞에 두고도 그 땅을 밟지 못한 채 생을 마쳤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실패로 기억되지 않는다. 결과가 아니라 사명에 충실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목적지보다 여정 그 자체를 소중히 여긴 이들이었다.

 

삼국지연의의 인물들과 성경 속 인물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시대와 문화가 달라도 인간이 붙드는 가치는 얼마나 닮아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동양은 이를()’라 불렀고, 성경은소명이라 불렀다. 이름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내가 무엇을 위해 서 있는가, 무엇을 끝까지 놓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2026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