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정기 검진과 혈액 검사를 위해 아침 일찍 공복인 상태로 주치의를 찾았다. 미국 의사들이 대체로 친절한 편이지만, 중국에서 태어났다는 이 여의사는 유난히 따뜻한 사람이다.
병원에 도착하니 키와 체중을 재고, 혈압과 혈중 산소 농도까지 꼼꼼히 확인한 뒤 바로 진료실로 안내되었다.
신년 인사를 나누고 한동안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던 의사는 최근 컨디션을 간단히 물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졌다. 요즘 신경외과 의사인 남편은 바쁜지, 연말 휴가로 다녀왔다는 중국 여행은 어땠는지, 그리고 우리 딸들은 잘 지내는지 묻고 답했다. 큰딸과 작은딸이 사는 곳까지 기억하고, 그들의 가족 안부까지 챙겨 묻는 걸 보니 건성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 의사는 최근 특별한 증상은 없었는지, 하루 세 끼는 무엇을 먹는지까지 세심하게 확인했다. 식단 이야기가 나오자 당분간 피해야 할 음식들을 하나씩 설명해주었는데, 주로 유제품이 문제라고 했다. 복용 중인 처방약은 계속 먹으라며 계속해서 그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그 자리에서 약국으로 전자 처방전을 전송해주었다. 이후 안내된 다른 방에서 간호사가 채혈했고, 진료가 끝나기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진료실을 나서며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를 정말 잘 기억하는 사람이다. 방문 때마다 간간이 했던 딸들 이야기를 기억해 안부를 물어주는데, 그 마음이 고맙고 묘한 위로가 된다. 대기실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가 여럿 있었지만, 그럼에도 의사는 눈앞의 환자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컴퓨터 화면 속 정보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화를 보니 집 근처 약국에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의사가 처방한 약이 준비되었으니 찾아가라”는 내용이었다. 일처리가 참 빠르다 싶었다. 마침 가는 길에 약국이 있어 바로 들러 약을 찾고 나니, 아침의 볼 일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다음 날 아침,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주치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혈액 검사 결과가 별 문제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짧은 통화였지만 그 안에서도 의사의 배려가 느껴졌다.
이 의사를 만나고 돌아올 때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진료부터 마무리까지 빈틈이 없고,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병원을 나설 때마다 “이 정도면 참 든든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어 운동을 마치 뒤 곧바로 주치의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방문 후기(리뷰)를 남기고, 만점인 별점 다섯 개를 부여했다. 다른 이들의 후기도 읽어보니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한 경험을 적어놓았고, 대부분이 별 다섯 개를 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2026년 1월 10일)
'미국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여름에 스웨터, 겨울에 반바지 (0) | 2026.01.21 |
|---|---|
| 문 앞의 택배 상자를 보며 (2) | 2026.01.13 |
| 망가져도 괜찮아, 딸만 잘된다면 (0) | 2026.01.08 |
| 미국의 의료 제도 (1) | 2026.01.06 |
| 국적 불명의 퓨전 요리 (2) | 2026.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