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문 앞의 택배 상자를 보며

삼척감자 2026. 1. 13. 20:51

10 15, 온라인으로 아마존(Amazon)에 들어가 영양제를 주문했다. 화면에는내일 새벽 4~8시 사이 배송이라는 안내가 떴다. 몇 시간 전, 저녁 8시쯤 주문한 안약도 같은 시간대 도착 예정이라니, 아마 두 가지를 한 묶음으로 싣고 새벽길을 달려올 모양이다.

아마존의 평균 배송 시간은 주문 옵션이나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프라임(Prime) 회원인 나는 대개 1~2일이면 문 앞에서 물건을 받아든다. 어떤 도시는 아예 당일 배송까지 되니,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점점 낯설어져 간다.

 

가끔은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현관문을 열어보곤 한다. 아직 어스름한 새벽 공기 속에서 박스 하나가 얌전히 놓여 있을 때면, 그 시간에 이곳을 찾아온 배달원의 발걸음이 떠오른다. 차가운 바람을 가르고 달려왔을 노고가 느껴져 괜스레 미안하고, 또 감사하다.

 

요즘은 배송 추적도 실시간이다. 화면 속 지도에는 배달 트럭의 위치가 점처럼 찍힌다. “다섯 번째 목적지네 번째 목적지다음 목적지는 고객님의 집입니다.” 안내 문구가 하나씩 줄어들 때마다 괜히 가슴이 설렌다. 마지막에는도착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문 앞에 놓인 박스의 사진과 시각이 이메일로 날아온다. 그 장면을 컴퓨터 앞에서 지켜보며, 마치 스포츠 경기의 마지막 순간을 보는 듯한 짜릿함을 느낀다.

 

이렇게 빠르고 정확하니 굳이 매장에 갈 이유가 사라졌다. 방 안에 앉아 주문 버튼만 누르면 모든 것이 해결되니, 편하다 못해 당연해져 버렸다. 그러니 동네 가게나 백화점의 매출이 줄고 폐업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한편으로는 남의 일 같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만든 결과 같아 마음이 묘하다.

 

40여 년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동네마다 있던 철물점들은 Home Depot라는 대형 매장에, 문방구점들은 Office Depot라는 대형 매점에 모두 흡수됐다. 다양한 제품이 넓은 매장에 체계적으로 진열돼 있고, 전문성을 갖춘 판매원이 상담까지 해주는 대형 유통업체에 오래된 동네 가게들이 밀려난 건 시대적 흐름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약육강식의 과정에 소비자인 나도 편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마음 한켠이 편치 않다.

 

편리함은 늘 대가를 요구한다. 다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는지, 우리는 대개 너무 늦게 깨달을 뿐이다.

 

(2026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