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체육관에서 되찾은 것

삼척감자 2026. 2. 3. 22:03

젊었을 적에는 기억력이 좋고 매사 빈틈 없기로 소문났던 나도, 나이가 드니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평일이면 집과 체육관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체육관에서 소지품을 잃었다가 되찾은 일이 몇 년 사이 여러 번 있었다. 얘기하기엔 다소 민망하지만,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겸해 이 글을 적어 본다.

 

그런 일들은 모두 같은 장소에서 일어났다. 체육관. 몸을 단련하러 가는 곳이지만, 돌이켜보면 내 마음이 더 단련된 곳이기도 했다.

 

어느 날은 휴게실에서 아내의 운동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컴퓨터로 이런저런 화면을 넘기다 아내가 오자 서둘러 자리를 떴다. 지갑을 컴퓨터 옆에 둔 채였다. 성당 교우의 가게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얻어마시고 집에 돌아와서야 지갑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심장이 먼저 내려앉았다. 기억을 더듬어 오던 길을 되짚었다. 교우의 가게를 거쳐 체육관 휴게실로 들어섰을 때, 지갑은 여전히 컴퓨터 옆에 놓여 있었다.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이 그 자리를 지나갔을 텐데도, 현금도 신분증도 카드도 그대로였다. 그날 나는 지갑을 집어 들며 이상하리만치 가슴이 벅차올랐다.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탈의실 공동 옷장에 재킷을 걸며 그 위 선반에 스마트폰을 올려두었다가 깜빡 잊고 돌아온 것이다. 집에 와서야 생각이 나 다시 체육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그 스마트폰은 꽤 시간이 흘렀을 텐데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어느 날은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호주머니가 허전하다는 걸 느꼈다. 스마트폰이 없었다.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가 내가 거쳤던 운동 기구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그러다 어떤 기구 의자 위에서 전화기를 발견했다. 아마 주머니에서 흘러 바닥에 떨어진 것을 누군가가 주워 잘 보이는 곳에 올려둔 모양이었다. 얼굴은 모르지만, 그 사람의 손길이 또렷이 느껴졌다.

 

무선 이어폰의 충전 케이스를 잃어버린 적도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야 없어진 걸 알고 다시 체육관으로 가 안내 데스크에 물었더니, 어떤 회원이 주워 맡겨 두었다며 곧바로 내어주었다. 또 며칠 전에는 복도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며 아내를 기다리다 이어폰 겸용 보청기를 두고 온 적이 있었다. 되돌아가 보았으나 그 자리에 없었다. 안내 담당자는 색깔과 형태, 잃어버린 시간까지 꼼꼼히 묻더니, 보관 중이던 이어폰을 찾아 내밀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나는 물건을 되찾은 것보다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되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지갑을 열어보지 않고, 누군가의 휴대전화를 자기 것으로 삼지 않으며, 남의 물건을 조용히 제자리에 두거나 안내 데스크에 맡기는 마음들. 그 마음들이 이 체육관을 지키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물건을 잃은 적은 많았어도 되찾지 못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안심하고 또 잃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글을 다시 쓰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소지품 간수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겠다.

 

(2026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