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n Brown의 곡 ‘Winter Is…’는 음악이라기보다 겨울이 건네는 나지막한 독백에 가깝다. 멜로디의 기복도, 화려한 변주도 없이 덤덤하게 반복되는 선율은 우리 곁에 이미 깊숙이 자리 잡은 겨울의 존재를 일깨운다. 노래는 겨울을 미화하거나 극복하려 애쓰지 않는다. 그저 "겨울은 지금 여기 있다"라고 조용히 읊조릴 뿐이다.
겨울은 숨을 죽이고
겨울은 눈빛처럼 희다
겨울은 얼음의 시간이고
겨울은 밤의 얼굴이다
겨울은 색을 잃은 빛
겨울은 비워진 풍경
겨울은 세월의 흔적
겨울은 매서운 손길
겨울은 단단한 심장
겨울은 뜻밖의 온기
겨울은 고요한 아름다움
그리고
겨울은 이미 여기 와 있다
겨울은 눈빛처럼 희고 밤의 얼굴을 닮았으며, 때로는 매서운 손길로 세월의 흔적을 훑고 지나간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마주하는 이 계절은 서정적인 아름다움보다 견디기 힘겨운 현실로 다가온다. 차가운 공기에 외출 한 번이 조심스러워지고, 뚝 떨어진 기력에 눈이라도 내릴라치면 제설 작업 걱정에 마음부터 무거워진다. 고요한 침묵이 깊어질수록 마음속에서는 한 가지 바람이 선명해진다. 이제 이 차가움도, 버텨야 하는 시간도 충분히 겪지 않았나. 겨울이 스스로 물러날 때도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다.
옛이야기 속 남산골 생원은 엄동설한에 “어디, 봄이 오면 보자”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에는 그 말이 가난한 선비의 오기나 여유처럼 들렸겠지만, 이제는 그 문장이 품은 절실함이 느껴진다. 그것은 봄이 올 것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그 봄을 온전한 몸으로 맞이하고 싶다는 간절한 생의 의지였을 것이다.
나이 든 이들에게 기다림은 거창하지 않다. 오늘보다 조금 덜 추운 내일, 해가 조금 더 길게 머무는 오후, 숨이 막히지 않는 부드러운 공기 같은 소박한 변화를 바랄 뿐이다. 겨울이 더 깊어지지 않기를, 이 계절이 하루라도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품위 있는 인내라기보다 매일 반복되는 간절한 소망에 가깝다.
봄은 어느 날 갑자기 기적처럼 도착하지 않는다. 대신 창문을 열어도 뒷덜미가 서늘하지 않은 아침으로, 이유 없이 마음이 가벼워지는 어느 오후의 햇살로 아주 조금씩 스며들 듯 찾아온다. 그 작은 변화들이야말로 우리에게 허락된 진정한 기적이다.
겨울은 이미 너무 오래 머물렀다. 이제는 제발 지나가도 좋겠다. 오늘도 낮은 목소리로 남산골 생원의 말을 되뇌어 본다.
“어디, 봄이 오면 보자.”
이 말은 체념이 아니다. 모진 계절을 묵묵히 버텨온 사람이 자신에게 허락될 다음 계절을 향한 간절한 기다림이다.
(2026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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