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교체해 보고

삼척감자 2022. 9. 7. 05:24

3년 전에 산 랩탑 컴퓨터를 켤 때마다 언젠가부터 하드 디스크(HDD)에 중대한 문제가 생겼다는 경고 메시지가 떴다.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으니 중요한 데이터는 따로 복사해 두고, 하드디스크는 빨리 수리하라며 겁을 주었다. 그 메시지를 무시하고 그냥 썼더니 나날이 기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수리는 불가능하고 하드 디스크를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밥을 며칠 굶을 수는 있어도 컴퓨터는 하루라도 없으면 살 수 없으니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래서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는 모두 외장 하드에 복사해 두고 부근의 미국인이 운영하는 수리점 몇 군데에 알아보았더니 인건비+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비용으로 $350 정도를 달라고 했다. 그 돈 들여서 수리하느니 차라리 새로 사는 게 낫지. 마침 내 생일도 다가오기에 큰딸에게 선물로 새 랩탑 한 대를 사달라고 했더니 뜻밖에도 두말하지 않고 사주겠다고 했다. 잔소리도 하지 않고 선뜻 사준다고 하니 고마웠다.  

 

생일 전날 도착한 새 컴퓨터에 전에 쓰던 각종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하고, 몇 가지 앱도 다시 깔아서 사용해 보니 HDD가 아니고 SSD여서 그런지 컴퓨터에 날개가 달린 것 같았다. 속도도 빠르고 화면이 눈부시지도 않고 보는 각도에 따라 영상이 달리 보이는 현상도 없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큰딸에게 전화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래야 내년에 또 선물을 받을 테니까.

 

그런데 수리비가 아까워서 수리하지 않고 둔 컴퓨터는 어떻게 한다? 그대로 버리기는 아까우니 내가 직접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교체해 보기로 했다. 실패하면 그대로 버리면 되고, 성공하면 예비용 랩탑으로 쓸 수 있다. 짠돌이인 나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궁리해 보았다. 쓰던 컴퓨터에 설치된 HDD와 같은 용량인 1TB HDD $40밖에 안 되니 한 번 시도해볼만 하다.

 

온라인으로 HDD 교체에 관한 자료를 조사해서 몇 번이고 정독한 다음 필요한 데이터를 백업해 두고, 랩탑을 분해하여 HDD를 새것으로 교체한 후에 다시 조립하여 Windows 10을 새로 설치하고 인터넷을 연결해 보니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오늘 아침 여섯 시에 깨자마자 두어 시간에 걸쳐 작업을 마치고 나니 뿌듯했다.

 

HDD를 설치하며 느낀 점.

   새로 HDD를 교체한 후에 랩탑을 사용해 보니 Window 10은 물론 기존 HDD에 설치된 프로그램, , 데이터까지 그대로 복사가 되어 있어서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적고 쉬웠다.

   HDD를 설치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여러 가지가 판매되고 있는데, 그런 걸 사용하면 편리할까? 괜히 돈만 버릴 것 같으니 권하고 싶지 않다.

   미국인 전문가에게 알아본 HDD 교체 비용이 생각보다 비싼 것 같았다. 한국인 전문가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지 않을까?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SSD 보다 확실히 속도가 떨어진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SSD로 교체할 걸 그랬다며 후회했다.

   위에 설명한 대로 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아도 하다 보면 시행착오도 겪고, 헛손질하기도 하며 이거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럴 분들은 제발 돈 들여서 경험자에게 맡기거나 버리세요. 나처럼 시간 많고 돈 없는 짠돌이나 할만한 일이지.

 

(202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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