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자동차 시장이 미쳤더라

삼척감자 2022. 9. 6. 03:22

2주 전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바로 차를 렌트해서 지내다가 이틀 전에 새 차를 샀다. 비록 처음 마음에 두었던 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 차를 타고 다니니 차를 렌트해서 지낼 때보다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정지 신호에서 신호 대기 중 좌회전 신호로 바뀌자 직진 주행로에 있던 내차 바로 뒤차가 착각해서 내 차를 들이받은 거니 내 잘못은 전혀 없었어도 보험 처리, 바디 샵과의 문제 처리, 렌트 카 빌리기, 새 차 사기 등, 하나같이 머리 아픈 일이었다. 183,000마일(293,000km)이나 주행했어도 상태가 좋아서 앞으로 10년은 더 굴리리라 마음먹었던 정든 차를 폐차시키는 것도 마음 아팠다. 화가 치밀어 올라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었고, 매일 쌓이는 스트레스를 술로 달랬더니 집에 와인은 한 병도 안 남고, 맥주는 진작에 떨어지고, 달랑 소주 몇 병만 남았으니 조만간 주류 조달을 위해 술 가게로 행차해야 하겠다.

 

요즘 자동차 시장이 거의 미쳤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새 차 사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새 차를 사는데 넉 달이 걸렸다는 말도 들었고, 고급 차를 손에 인수하는 데 아홉 달이 걸렸다고도 하고, 국산 차도 석 달에서 여섯 달 정도 걸린다는 신문 기사를 보기도 했지만, 닥치기 전에는 그게 다 남의 일이거니 했다.

 

막상 집 근처의 자동차 딜러 몇 군데의 웹 사이트를 들여다보니 내가 원하는 차의 재고가 전혀 없거나 겨우 몇 대 있는 차는 전액 현찰로 판다고 했다. “에이, 욕 나오네. 그래도 일단 부딪쳐 보자.” 그래서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딜러를 찾았더니 원하지도 않는 고급 사양을 이미 붙였다며 높은 가격에 강매하려고 하더니 대놓고 거기에 또 $5,000의 웃돈을 요구하며 안 사려면 그만두라며 배짱을 튀겼다. 그래서 무려 네 시간이나 밀고 당기는 흥정을 했는데, 내가 난색을 보이면 깎아주는 시늉하기를 서너 번, 그러다가 당최 신뢰가 가지 않아서 계약 직전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도 믿을 건 한국 사람이지.” 그런 생각으로 아내의 인맥을 동원해서 딜러에서 일한다는 성당 교우 두 분의 아들들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싸게 그리고 빨리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두 사람 모두 내가 원하는 차종은 몇 달 후에나 들어 온다며 포기하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좀 싸고, 좀 작은 차종을 알아봐 달라고 해서 가격을 받아보니 $3,000 가까이 차이가 났다. 둘 다 2주 후에나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싼 가격을 제시한 딜러와 계약했는데, 집에서 거리가 무척 멀었지만, 그게 문제일 수는 없었다.

 

이틀 전에 새 차를 인수하고 한숨 돌린 오늘 아침,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차량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 문제는 빠르면 올해 상반기 늦으면 2년 후에나 해결될 거라는 신문 기사를 보니 마음에 좀 덜 차더라도 새 차를 손에 넣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생활 40년 동안 내 손을 거친 차가 여러 대다. 미제 차와 일제 차가 반반이고, 그중에 중고차도 두 대다. 중고차 두 대는 모두 문제가 많아서 일찌감치 처분해 버렸고, 미제 차는 모두 끊임없이 속 썩이다 기대 수명을 못 채우고 폐차 처분해 버렸다. 일제 차는 오랫동안 큰 고장이 나지 않아서 유지 관리에 큰돈이 들지 않아서 만족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국산 차는 한 대도 사 보지 않았다. 국산 차의 품질이 좋아졌다며 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늘 노사 문제로 시끄럽고, 중고차 재판매 가격이 낮고, 높은 임금에 낮은 생산성을 드러내는 문제가 있고, 잔고장을 자주 일으켜서 속깨나 썩이더라고 들은 말도 생각나서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일제 차를 사기는 했지만, 언젠가는 운전하지 않아도 알아서 굴러간다는 자율 주행차를, 그것도 MADE IN KOREA를 사는 게 꿈이지만, 우리 부부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 꿈도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듯하다. 나이가 많이 들면 자율 주행차 보다는 우버가 낫겠지.

 

(2022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