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 12

전공을 넘어서: 엘론 머스크와 엉뚱한 도전들

엘론 머스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유펜)에서 물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그의 성공은 전공과는 거리가 먼, 훨씬 더 넓고 깊은 세계에서 이뤄졌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 ‘페이팔’, 전기차 ‘테슬라’, 우주로켓을 쏘아 올리는 ‘스페이스X’,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오픈AI’,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연구하는 ‘뉴럴링크’, 지하 터널을 파는 ‘보링컴퍼니’까지—그의 손이 닿은 분야는 놀라울 만큼 다양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전공은 단지 출발점일 뿐이다.” 실제로 그는 그 말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의 삶은 우리에게 학위나 전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배우는 힘과 새로운 길에 도전하려는 용기임을 보여준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는 이런 보도가 나왔다. “공장에서 도시 반대편 고객의 집까지, 고속도로..

이것저것 2025.06.29

아직도 아버지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20년 전 오늘, 제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주차구역에서 차에 치여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변호사 시험을 4주 앞두고 요약 자료와 플래시카드에 파묻혀 있었는데, 그때 사고가 났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보다 일주일 전, 부모님이 코네티컷으로 올라오셔서 저를 방문하셨습니다. 우리는 함께 딸기를 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이 사진은 그날 오후에 찍힌 것입니다. 우리 사이에 드물게 찾아온 평화롭고 좋은 날이었기에, 지금 생각하면 그 기억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그날은 이제 ‘그 전(前)’의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두 달을 보내셨고, 그 대부분은 의식불명 상태였습니다. 이후 재활 치료를 위해 6개월을 더 병원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저는 시험 ..

가족 이야기 2025.06.28

오늘 또다시 좋은 아침을 맞으며

2005년 6월 27일 오전 10시 40분, 나는 길가에 주차한 내 차의 트렁크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강한 충격에 쓰러져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어떤 남자아이가 차를 몰다가 갑자기 핸들을 꺾는 바람에 내 차 뒤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그 차량은 연로한 미국인 수녀님의 낡은 차였는데, 다행히 그 안에는 아무도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런데 수녀님의 차에 밀린 내 차가 길 건너편으로 튕겨 나가며 지나가던 남미 출신의 노인을 쳤고, 그분은 병원 치료를 받던 중 말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마도 불법 체류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그랬을 것이다. 그 사고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후 소식은 알지 못한다. 수녀님의 차와 내 차..

교통사고 이후 2025.06.27

정전의 밤, 고마움을 배우다

며칠 전 저녁 식사 중, 갑자기 비가 몰아쳤다. 세찬 바람 소리, 빗소리, 나뭇가지가 꺾이는 소리 등이 10분쯤 이어지더니 전기가 나갔다. 서둘러 플래시를 챙기고 초를 켠 뒤 창밖을 내다보니, 가로등도 꺼져 있었고 우리 콘도 단지의 대부분 창문도 캄캄했다. 다행히 비는 곧 그쳤다. 그런데 몇몇 집의 창이 밝게 빛나 의아했는데, 잠깐 집 주위를 둘러보고 돌아온 아내가 말하길, 그 집들은 미리 배터리로 작동하는 랜턴을 준비해 두었더라고 했다. 우선 스마트폰을 충전용 파워뱅크(Power bank)에 연결하였지만, 충전 용량이 바닥나면 어쩐다? 충전이 가능한 공공장소를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생각만 해도 번거롭고 짜증스럽다. 다행히 인터넷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복구되어 5G를 통해 사용할 수 있었다. 바로 아마..

미국 생활 2025.06.24

코스모스를 다시 펼치며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은 미국의 천문학자이며, 과학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과학을 사람들에게 가장 아름답게 설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에 제작된 TV 시리즈 『코스모스』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과학 다큐멘터리의 고전이 되었다. 나는 45년 전, 큰마음 먹고 그의 대표 저서인 『코스모스(Cosmos)』를 구입했지만, 앞부분만 조금 읽고는 덮어 버렸다. 그래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건, 그가 장차 태어날 딸 사샤에게 남긴 헌정문이 무척 인상 깊었다는 사실뿐이다. 1980년 초판본에 실린 헌정문은 다음과 같다.“사샤에게, 우리가 살아남을 만큼 현명하다면, 21세기의 첫해를 보게 될 그 아이에게 이 책을 바친다.”나는 ..

이것저것 2025.06.21

영감탱이의 작은 승리

아침 여덟 시를 조금 넘긴 시각, 현관문을 열고 외등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꺼져 있었다. 자동으로 점등되는 외등이라는 것은 당연히 바깥이 어두우면 켜지고 밝으면 꺼지는 법. 그런데 우리 콘도미니엄 건물의 외등 점등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무려 열흘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켜져 있었다. 대낮에도 환하게 켜진 외등을 보면서도, 이웃 노인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열흘 전, 내가 사는 건물 열여섯 가구 전체의 외등이 낮에도 켜져 있는 걸 보고 사진을 찍어 단지 관리인 빌(Bill)에게 보내며 수리를 요청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여전히 불이 켜져 있어 산책길에서 마주친 빌에게 전력 낭비가 없도록 빨리 수리하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는 관리회사에 연락했으니 곧 해결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 ..

미국 생활 2025.06.16

꿈에서 만난 친구, 그리움으로 남다

어제 새벽, 중학교 동창생인 Y를 꿈에서 보았다.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니 세 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중학교 시절, 그는 잘생긴 학생이었다. 나도 그랬다.그는 공부도 잘했다. 나도 그랬다.사실은 내가 조금 더 잘했지만, 시골 중학교에서의 성적 차이라 해 봐야 거기서 거기였다.당연히 우리는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내가 그를 따라갈 수 없는 점이 하나 있었다. 그는 책을 낭독할 때 마치 라디오 드라마의 성우처럼 멋진 목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시골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명문 K대학교 국문학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언론계에서 일했다고 들었다. 잠에서 깨어 지난 일을 되짚어 보았다.몇 년 전, 아마도 10여 년쯤 되었을까. 친구를 통해 그와 연락이 닿았지만, 그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대학 시절 학생운..

시간여행 2025.06.16

품의서와 을의 기억

50년 전, 회사에 처음 입사하자 한 선배 사원이 사내에서 사용되는 각종 문서 작성법을 차근차근 가르쳐주었다.“이건 기안 A, B지(紙), 이건 통신 A, B지, 이건 기획 용지…”그렇게 다양한 문서의 작성 방식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타 부서에 보내는 통신문부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문서 작성에 숙달되자, 이번엔 중요한 사안에 대해 상급자를 거쳐 중역의 결재를 받는 품의서 작성법을 배웠다. 품의서는 조직 내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승인을 요청하기 위해 작성하는 공식 문서로, 회사나 공공기관 등에서 업무 관련 의사 결정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그 주된 목적은 상급자나 관련 부서의 승인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 필요한 배경 정보와 사유를 명확히 전달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책임..

시간여행 2025.06.11

일 좀 똑똑이 해

6월 4일 아침 산책을 나서다가 보니, 집 현관 외등이 켜져 있었다. 옆집도, 앞집도 마찬가지였다. 건물 전체의 외등이 모두 켜져 있었다. 우리 콘도미니엄의 외등은 태양광 센서에 따라 자동으로 켜지고 꺼지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입주자인 내가 직접 조작할 수는 없다. 그래서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외등이 켜진 현관 사진을 찍어 단지 관리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대낮에 외등이 켜지지 않도록 점검을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도 외등은 여전히 밤낮으로 계속 켜져 있었다. 6월 6일 아침 산책 중 우연히 관리인을 마주쳤기에,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막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그는 “알겠다”고 응답했지만, 말투가 퉁명스럽고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동양인에..

미국 생활 2025.06.09

HEBREWS Coffee

영어로 Dad Joke라는 말은 주로 나이가 든 사람들이 하는 썰렁하고 진부한 유머를 뜻한다. 나는 이 말을 한국어로는 ‘꼰대 개그’로 번역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재 개그’라는 표현이 훨씬 더 널리 쓰이고 있었다. 하긴 ‘꼰대’라는 멸칭보다는 ‘아재’라는 말이 훨씬 더 친근하게 들린다. 최근에 들은 아래의 농담도 어쩌면 아재 개그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꽤 재미있었다. 어느 부부가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누가 내려야 하느냐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아내는 말했다.“당신이 먼저 일어나니까 당신이 커피를 내려야 해요. 그래야 내가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남편은 맞섰다.“아니지, 당신이 요리를 맡고 있으니까 커피도 당신 몫이지. 나는 그냥 준비된 커피를 마시면 되는 거고.” 그러자 ..

이것저것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