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Walk, Ride, Rodeo를 보고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Walk, Ride, Rodeo’(걷고, 말 타고 경주하기)라는 영화를 보는 내내 교통사고 이후 지금까지의 내 삶이 오버랩되어 목이 메었다. 이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앰벌리 스나이더(Amberly Snyder)’는 세 살부터 말을 탔고, 일곱 살부터 경주에 출전하여 열여덟 살에는 전국 규모 대회에서 우승했다. 열아홉 살에 혼자서 트럭을 운전하여 유타주에서 콜로라도 주로 여행하는 도중에 교통사고로 허리 아래가 마비되었다. 여행 도중 와이오밍 주를 지나며 안전벨트를 풀고 옆에 놓인 지도를 보려고 하다가 운전 부주의로 차가 도로를 벗어나 경사로에서 일곱 번이나 구르는 사고를 내게 되었는데 몸이 차량 밖으로 튀어나와 길 가 울타리의 철봉에 부딪히면서 척추가 크게 손상되었다. 지나가던 운전자의 도움을 받아 구급차를 부르고 병원에 이송되어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평생 걸을 수 없을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절망했다.
의료진과 부모의 설득에 못 이겨 재활 훈련을 시작한 날 물리 치료사가 말했다.
“집중할 목표가 있으면 좋아요. 어떤 것들을 하고 싶어요?” 이 말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걷고, 말 타고, 경주하고 싶어요. (Walk, Ride, Rodeo)”
그렇게 재활 훈련을 시작하였으나 며칠 지나지 않아 더는 훈련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훈련을 아무리 열심히 받아보아야 “평생 휠체어에서 보내야 한다고요.”라고 어머니에게 소리 지르자 어머니는 “언제까지 불쌍한 척할 거니? 이젠 지겹다.”
라고 하며 딸에게 역정을 낸다.
그렇게 다시 계속된 재활 훈련을 통해 휠체어를 타고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훈련을 받고 퇴원하기 전날 자신처럼 하반신이 마비된 어떤 청년이 절망에 빠져서 재활 훈련을 거부한다는 얘기를 물리치료사를 통해 전해 듣고는 그 청년을 만나 왜 훈련을 거부하느냐고 묻자, 그는 “속으로는 얼마나 나쁜 상태인지 알잖아. 내 미래가...절망적이었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지. 내 인생은 끝났어. 완전히.” 그 말을 듣고 그녀는 “나도 그렇게 느끼곤 했어. 하지만 그것 말고는 나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라고 말하며 훈련을 꼭 받으라고 설득했다. 그다음날 퇴원 수속을 하는 중 물리치료사가 미는 휠체어로 훈련실로 들어가는 그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퇴원 후 가족이 그녀를 말안장에 올려 주면 마비된 다리 대신 손으로 말과 교감하며 말타기를 계속하여 사고 18개월 후에 큰 규모의 경주에 출전하여 우승했다. 28세가 된 지금 세 가지 목표 중 걷기는 아직 이루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없으나 역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는 유명한 연설자로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이제는 내 얘기를 해 보자.
길거리에 주차한 내 차의 트렁크에서 물건을 꺼내려는데 멀쩡히 길 한복판으로 잘 가던 어떤 차가 방향을 틀어 내 뒤차를 들이받는 바람에 나는 차 두 대 사이에 끼여 다리 하나는 절단되고 다른 하나는 망가지면서 의식을 잃은 후 병원에 석 달 동안 입원했었다. 재활원에 이송된 첫날 내 병실로 찾아온 젊고 예쁜 물리치료사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What is your goal?)” 다리를 잃고 석 달 동안 침대에서 보낸 환자에게 무슨 삶의 목표가 있단 말인가? 역정이 난 나는 어깃장을 놓았다. “날고 싶어요. (I want to fly)” 그녀는 내 말을 그대로 서류에 적더니 다음날 아침에 데리러 오겠다며 병실을 떠났다.
다음 날 아침 그녀가 끌고 온 휠체어를 보고 안도했다. “휠체어를 밀며 지내면 병상에서 벗어나 내가 가고 싶은 데로 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몇 달 동안의 환자 생활에 탈진한 몸으로 운동하기란 죽기보다 싫었지만, 빨리 감옥이란 곳보다 끔찍할 것 같은 병원을 벗어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물리치료사의 지시에 열심히 따랐다. 그리고 석 달 후, 퇴원하여 휠체어를 굴리며 지내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휠체어는 환자가 굴리기에는 무척 힘겨워서 이동 수단으로 한계가 있기에 그렇게 지내는 게 무척 견디기 어려웠다.
그리고 몇 달 후 의족을 맞추고 외래 환자로 등록하여 재활원을 통원하며 의족을 끼고 목발 두 개를 짚고 걷는 훈련을 받으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한 지도 10여 년이 지났다. 병상에 누워 지내는 것보다는 휠체어로 지내는 게 낫고, 그보다는 의족을 끼고 목발로 걷는 게 훨씬 낫지만, 멀쩡한 내 두 다리로 걷는 것에 비할까? 가끔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울분을 삭이며 “나는 날고 싶다.”고 부르짖곤 한다.
혹시 절망에 빠진 분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으면 좋겠다.
(2019년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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