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 사는 거대한 악어는 종종 입을 벌린 채 휴식을 취하곤 한다. 그러면 어디선가 작은 악어새가 날아와 악어의 이빨 사이를 부지런히 쪼아댄다. 악어새는 악어의 치아에 낀 찌꺼기를 먹으며 배를 채우고, 악어는 덕분에 치아를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 둘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치과의사와 환자도 마찬가지다. 환자는 치아 건강을 위해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하고, 치과의사는 환자의 치아를 깨끗이 관리해 준다. 치과의사는 환자의 구강 건강을 돌보며 생계를 유지하고, 환자는 건강한 치아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악어와 악어새가 자연 속에서 공생하듯, 치과의사와 환자도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살아간다. 정기적인 검진과 치아 클리닝을 통해 환자는 더 오랫동안 건강한 치아를 유지할 수 있고, 치과의사는 환자를 돕는 전문가로서 자리할 수 있다.
어저께 나는 '악어새'를 만나러 갔다. 1년에 두 번 정도 방문하지만, 아무리 이를 긁어 봐야 나올 찌꺼기가 거의 없다. 평소에 양치질을 빼먹지 않고, 가끔 치실을 사용해 찌꺼기를 제거하면 굳이 돈 들여 치과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내의 성화에는 늘 이길 수 없다.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얇은 재킷을 걸친 채 대기실에 앉아 있으려니, 이른 봄 날씨가 다소 쌀쌀했다. 나는 아내에게 불쑥 한마디 했다.
“나 지금 떨고 있니? 춥기도 하고, 진료받으려니 조금 긴장되네.”
떨린다고? 사실 그냥 웃자고 한 얘기였다.
잠시 후, 피부가 유난히 하얗고 몸집이 넉넉한 여성 '악어새'가 등장해 "Mr. Kim, 먼저 들어오세요"라고 불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내가 장난스럽게 “He is nervous.”(이 할배 지금 떨고 있대요)”라고 말했다.
악어새는 꼼꼼하게 치아 구석구석을 청소해 주었고, 그 과정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40여 년 전, 치아 검진을 받았을 때 의사는 내 치아가 보기 드물게 튼튼하다며 감탄했다. 잇몸도 건강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어 "당신 같은 환자만 있다면 치과의사들이 밥 먹고 살기 힘들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 말처럼 나는 지금까지 치아 문제로 큰 불편을 겪은 적이 없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단단한 음식을 씹다가 부분적으로 깨어진 치아 두 개는 늘 거슬린다.
(2025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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