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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고양이가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삼척감자 2022. 9. 5. 01:57

필자 : 캐티 캔트

2021 5 25일 자 가이드포스트에 게재됨.

 

   어느 화요일 정오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성당을 찾았다. 내 친구가 암으로 투병하고 있었기에 그를 위해 기도하고 싶어서였다. 다른 교구의 성당에 오려니 눈치가 보이고 어색했다. 그래서 나는 성당에 사람이 없는 시간을 택했다. 신자석에 혼자 앉아 있는데, 스테인드글라스의 창을 통해서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머리를 숙이고, 눈을 감고 십자 성호를 그었다.

   하느님, 오랜만에 성당에 왔습니다. 하지만 하느님, 제 친구가 아픕니다. 당신이 그를 도우실 수 있다면……” 무언가가 내 발목을 훑는 게 느껴졌다. 나는 눈을 번쩍 뜨고 내려다보았더니 검고 흰 무언가가 내 앞 좌석 아래로 사라지는 게 보였다.  고양이었다. 고양이는 내 좌석 여러 개 앞으로 튀어나오더니 중앙 통로에 큰대자로 드러누웠는데 햇빛 한 조각이 북슬북슬한 그의 털을 비추었다.

   호기심이 생겨서 고양이에게 걸어가 팔을 뻗쳤다. 그는 커다란 초록색 눈을 뜨고 나를 빤히 쳐다보며 내 손길에 몸을 맡기고는 그르렁거렸다. 그렇게 얼마 동안 내가 쓰다듬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러더니 모습을 드러낼 때처럼 갑자기 일어서더니 어슬렁거리며 성당의 으슥한 곳으로 사라졌다.   

 

   돌아오는 길에 사제관 사무실에 들러서 말했다. “고양이가 있더군요.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어요.”

   , 그레이시 말이군요, 성당에서 기른답니다. 식품 저장실에 쥐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지요. 기른 지 8년 되었어요.”라고 직원이 말했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애완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하는 아주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하러 다시 성당에 갔는데, 그레이시가 간절히 보고 싶었다.  신자석에 앉았더니 그레이시가 내 옆자리로 뛰어올라 그르릉거렸다. 그러자 마음이 편안해지며 마치 이 성당에 소속된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 두어 달 동안, 그레이시와 나는 하나가 되어 기도했다. 그는 나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내 좌석에 올라와서는 내 무릎에 엎드려서 내가 기도하는 동안 낮잠을 잤다. 마침내 내 친구의 상태가 호전되어 더는 성당에 갈 필요가 없었지만, 나는 계속 성당을 방문했다.

   내가 앉아서 그레이시를 무릎에 둔 채 기도하면 성당의 신자들이 멈춰서 나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들은 그레이시에 관해 얘기했다. ‘그는 성탄절에 구유 안에 아기 예수 곁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가끔 그는 마치 세례반(洗禮盤)이 자신의 커다란 물그릇인 양 그 안의 성수를  마시기도 한다. 그레이시는 미사에 규칙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어 여러 신자와 함께 앉는다.’ 많은 신자가 그를 매우 좋아한다. 로브라는 선량한 신자는 늘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들 얘기를 했다. 옆에 웅크린 그레이시와 함께 혼자서 기도하는 노부인을 자주 보았는데, 그녀의 이름은 페기였다.

 

   어느 날 성당에 걸어 들어가는데 관리인이 다가와서 말했다. “당신이 꼭 알아야 해서 말씀드리는데요, 오늘을 마지막으로 그레이시가 성당을 떠납니다. 새 주인이 그를 데리러 곧 올 겁니다.”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신자들 몇 명이 문제를 제기해서 성당에서는 그레이시를 새로 입양 보내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마음이 아팠지만, 페기가 고양이 운반용 상자를 손에 들고 들어오는 걸 보자 마음이 놓였다.

   그레이시를 보러 아무 때고 들러 주세요. 당신이 오시면 저야 좋지요.”라고 말하며 그녀는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어 주었다. 나는 두어 주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페기의 아파트에 들러 점심을 함께하고 그레이시를 보곤 했다. 나는 곧 페기에게는 친구도 가족도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 말고는 그녀를 방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얼마 후부터 페기의 상태는 눈에 띄게 나빠졌다. 그녀의 아파트는 점점 더 더러워지고 어질러졌다. 그녀의 정신 상태는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잘 잊었다. 나는 더 자주 그녀를 살폈다. 그녀를 위해 식료품을 사다 주고 그녀가 의사를 만나러 갈 때 운전을 해 주었다. 그녀의 상태가 악화하여 나는 그녀를 돌봐 줄 시설을 알아보았다. 내가 그녀에게 그런 시설로 옮기는 게 좋겠다고 제의하였으나 괜찮다며 단호히 거부하였다. 그녀가 괜찮기를 바랐지만, 만약의 경우를 위해 건물 관리인에게 내 전화번호를 주었다. 두어 달 후, 전화가 왔다. 페기가 넘어져서 팔이 부러졌다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그녀를 진찰하고 나서, 의사들은 그녀가 더는 혼자서 지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공식 후견인이 선정되고, 도우미가 상주하는 요양 시설에 입소하기로 되어 있었다. 건물주가 그녀의 아파트를 청소하겠지만, 누군가가 바로 그레이시를 입양해야만 했다. 나는 로브를 생각했다. 그는 나를 볼 때마다 그레이시의 안부를 물었다. 그는 그레이시를 몹시 보고 싶어 했다. 특히 그가 기르던 고양이 중 한 마리가 죽은 후에는 더 그랬다. 내가 로브에게 페기에 관해 얘기하고 나서, 우리는 바로 입양 계획을 세웠다.

 

   우리는 페기의 아파트에서 만났다. 그녀가 요양원으로 옮기는 게 과연 옳은 결정인자 의문을 가졌다 하더라도, 우리가 안에 들어가자마자 그 의문이 사라졌다. 그곳은 지난 어느 때보다도 더 지독했다.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레이시가 겨우 움직일 정도의 공간밖에 없었다. 내켜 하지 않는 그레이시를 운반 상자에 들어가게 하느라 애를 먹기는 했지만, 곧 그는 로브의 차에 타고, 새집으로 떠났다.

 

   처음으로 요양원에 있는 페기를 방문하자 놀랍게도 그녀는 잘 적응하여 화장 까지하고 친구들도 사귀고 있었다. 그녀는 치매와 정신질환으로 고생했는데 이제는 적절한 투약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

   그레이시도 참 좋아지고 있었다. 로브는 그가 어느때보다 사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무척 많은 사진을 보내 주었다. 그레이시는 무척 좋아 보였다. 털은 윤기가 흘렀고, 초록색 눈은 반짝였다. 나는 아직도 페기와 로브와 연락을 하며 지낸다. 최근에 페기와 대화를 나누려고 전화했더니, 간호사는 페기가 친구들과 카드놀이 하느라 바쁘니까 나중에 전화하도록 해 주겠다고 알려 주었다. 전화를 끊고 나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페기는 좋은 분들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어서 지난 몇 년간의 어느 때보다도 더 행복하다. 나는 하느님과 함께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로브의 슬픔도 위로받았다고 느꼈다. 이 모든 것이 그레이시라는 이름을 가진 성당의 사랑스러운 고양이 덕분이었다.

 

(2021 6 9일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