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이건 횡재인가 골칫거리인가

삼척감자 2022. 9. 8. 00:35

일주일쯤 전에 아마존에서 작은 소포를 하나 받았다. 요즈음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아마존을 자주 이용하는지라 또 주문한 물건이 왔거니 하고 별 생각 없이 포장을 뜯었더니 뜻밖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 전화기 스크린과 작은 연장 몇 개였다. 우리가 쓰는 전화기와는 크기와 모양이 다르고 주문하지도 않은 물건이기에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배송 라벨(Shipping Label)을 확인했더니 주소는 맞는데, 이름이 캐런(Karen) 이라고 찍혀 있었다. 우리 집 주위에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 이건 아마존에서 잘못 보낸 물건이 틀림없었다.

 

이 물건을 반송하려고 아마존 웹사이트에 들어가 소비자서비스 코너에 들어가 보았더니 불만 사항을 항목별로 세분해서 다시 담당자와 채팅하게 되어 있었다. 이런 일은 드문지 어디에도 해당하는 항목이 없어서 비슷한 항목을 찾아서 문제를 설명했더니 담당자가 자기도 잘 모르겠다며 책임자를 바꿔 주었다.

 

책임자: 이 일 때문에 손님이 금전적으로 손해 본 거는 있는지요?

: 없습니다. 혹시 아마존에 이 물건을 돌려줄 방법을 알려 준다면 그리하겠소.

책임자: 그럴 필요는 없고, 버리시던가,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하시면 됩니다.

내게는 필요없는 물건이라 버리기는 했지만,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그 다음 날 아침에 산책하려고 문을 열었더니 문 앞에 제법 큰 상자가 있었다. 이번에는 배송 라벨부터 확인했더니, 또 캐런이라는 이름이 찍혀 있었다. 주소는 우리 주소가 맞고. 다시 아마존에 연락해서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버리거나 누군가에게 줘버리란다. 제발 당신네 회사의 기록을 확인해 보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했지만, 정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서 자기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에이 무책임한 녀석 같으니라고. 상자를 열어보니 12개의 개 먹이 통조림이라서 소피(Sophie)라는 못 생긴 개를 키우는 옆집 잭(Jack)에게 주었지만, 그 친구는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당연히 받을 걸 받는다는 표정을 짓기에 좀 짜증이 났다. “에이, 아마존인지 뭔지 일 처리 좀 제대로 하지 않고. 

 

그런데 일어날 수 없다는 일이 또 일어났다. 이틀 후에 문앞에 작은 소포가 있길래 또 캐런에게 갈 소포가 잘못 왔구나 생각했는데 역시 그랬다. 또 아마존에 연락했더니 일주일 정도 보관하다가 별다른 얘기가 없으면 쓰시든지 버리시든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 짜증은 났지만, 아마존 입장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몇 푼 되지 않는 물건을 회수해서 처리하는 게 캐런에게 다시 보내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들 수도 있고 일 처리도 복잡하니 그럴 수 있지만, 쓸데없는 물건을 처분해야 하는 나는 정말 짜증이 난다. 그런 물건 받는 건 횡재가 아니라 골칫거리이다. 어차피 남는 시간에 그런 일로 소일하는 게 고맙기도 하지만. 그런데 개 먹이 같은 거 말고 사람이 먹을 고급 음식이나. 보석 아니면 명품 가방 같은 걸 보내주면 좀 좋아. 우리 마누라님도 그런 걸 받으면 행복해할 텐데.

 

오래 전에 L사에 근무할 때 서비스 책임자로 일했던 자칭 서비스 전문가인 내가 보기에 미국의 서비스는 그만하면 만족스러운 편이다. 엄청나게 넓은 지역을 커버하기 위해서인지 관리 시스템이 매우 발달했고, 소비자서비스 담당자들이 무척 친절하고 업무 처리가 신속하다. 요즈음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업무가 폭주하여 담당자와 연결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업무 처리도 다소 문제가 있지만, 곧 일상이 정상화되면 해결될 것이다. 최소한 그들이 예전의 나보다는 훨씬 일을 잘한다.

 

(2020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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