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22

오래된 레시피

가끔은 아내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요리란 걸 한다. 오래 전 라면 끓이기에서 시작한 요리가 고급 요리로 발전했으면 아내에게 입 호강이란 걸 시켜 줄 수도 있으련만, 내 요리 실력은 만들기 쉬운 짜장면이나 링귀니(이탈리아 국수 요리)에서 그쳤으니 아쉽다. 그것도 재료를 준비해 두고 척척 만들면 아내 보기에 불안하지 않겠지만, 그때마다 서류함에서 레시피를 꺼내서 일일이 들여다보아야 하는 어설픈 요리사이다. 이번에도 링귀니가 생각나서 레시피를 꺼내다 그것과 함께 잘 모셔 둔 큰딸의 메모를 보고 울컥했다. 링귀니 요리를 만들 때마다 보게 되는 메모이지만, 볼 때마다 눈물이 나려고 한다. 또박또박 한글로 쓰여진 메모는 날짜부터 시작된다. 2006년 9월 27일 “사랑하는 아빠에게, 이 레시피 생각나지요? 아빠..

가족 이야기 2022.09.06

딸들 생일에 즈음하여

며칠 전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작은딸이 마흔 번째 생일을 맞았기에 축하 전화를 했다. 40세나 되었건만 아직도 나는 전화할 때 가끔 ‘우리 예쁜 딸’이라고 부른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는 게 우울해도 딸들의 전화를 받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외손녀나 외손자와 함께 딸들과 화상통화라도 한 날은 술 한잔 걸치지 않아도 행복하다. 아들이 없는 나는 아들과 딸을 대할 때 아버지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없지만, “딸을 가진 아버지는 (무엇이든 들어줘야 하는) 딸의 인질이나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아들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거칠게 말하고 화를 내다가도, 딸이 아버지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아빠, 부탁이 있어요’라고 말하면 뜨거운 프라인 팬에서 버터가 녹듯이 마음이 풀어져 버린다.”라고 한 개리..

가족 이야기 2022.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