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적부터 난청으로 청력에 문제가 많던 나는 당연히 병역 면제 대상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현역 입영 대신 우리 동네 특공대(약칭 UDT)로 병역을 마쳤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군대에서 축구를 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당연히 소외감을 느낀다.
거의 40년 전에 거금을 들여 보청기라는 물건을 사서 착용했지만, 채 석 달을 못 넘기고 포기했다.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서 견딜 수도 없었지만, 당시에는 그 귀중품의 성능이 떨어져서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잡음으로 머리가 아파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평생을 잘 듣지 못하는 문제로 소통에 문제를 일으키며 민폐를 끼치며 살다가 요즈음 청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느꼈지만, 보청기를 살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가격이 $5,000~7,000인데, 의료 보험의 혜택을 볼 수도 없고, 그걸 사용하는 분에게서 성능이 신통치 않더라는 얘기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니 어떤 사람이 증언하기를 월마트에서 $200 정도의 보청기를 파고 있는데, 가격에 비해 성능이 괜찮더라고 했다. 그 정도면 일단 사서 써 볼만했다. “까짓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리지 뭐.” 그래서 지난 주말에 $150 짜리를 사서 사용해 보고 있다. 40년 전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나게 향상되었고, 충전 기능도 편리해서 불만은 없다.
그런데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마님이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소리는 공사판에서 나는 소리 같고, 내가 걸을 때 목발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는 대포 소리처럼 요란스럽고, 산책 길에서 들리는 새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에 깜짝 놀라곤 한다.
“아니’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 곳이었어?”
평생 고요한 곳에서 지내다가 소란스러운 곳으로 이동하니 견디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빨리 보청기라는 물건에 적응하려고 온종일 끼고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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