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이후

드디어 좌골신경통이 찾아왔다.

삼척감자 2023. 4. 19. 22:25
드디어 좌골신경통이 찾아왔다.
엉덩이와 종아리가 아프기 시작하자, 늘 클러치 두 개를 짚고 구부정하게 걷는 내게 허리 통증이 언젠가는 찾아올 거라는 반갑지 않은 예언을 한 한의사 얼굴이 떠올랐다. 늘 자세에 신경을 썼건만, 통증이 찾아왔으니 이게 나이 탓인가, 보행 자세 탓인가?
 
불편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라서 그냥 두면 낫겠지 하며 2, 3일 미적대다가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어저께부터 물리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치료받으러 가는 게 귀찮아서 진통제를 먹으면 괜찮고, 걸을 때만 좀 신경 쓰이지만, 이런 치료까지 받아야 하냐고 투덜댔더니, 아내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Let’s go to the therapists!”를 외쳤다.
 
이런 환자를 많이 다뤄보았는지 물리치료사는 내 시원찮은 설명을 듣고 단박에 증세를 알아채고 치료법까지 제시했다. 그래, 좌골신경통 환자가 어디 한둘이겠어?
 
첫날 치료는 치료사 두 명이 한 시간 정도 실시했는데, 칸막이를 친 방에서 아가씨(아줌마인가?)가 내 몸에 오일을 바르고 어루만져 주는 마사지라는 걸 해 주었는데, 엉덩이 밑부분까지 맨 살을 정성껏, 오랫동안 어루만져 주었다.
 
기분이 어땠냐고? 나는 환자의 본분에 충실했고, 그녀는 치료사의 본분에 충실했기에 미묘한 감정은 생길 수 없었다. 그게 믿어지냐고? 떽. 내 나이가 몇 살인데.
 
아무튼 걷고, 마시는 건 별 문제가 없으니 술자리가 벌어지면 나 좀 불러 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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