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22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반년이 지난 2005년 연말,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저녁이었다. 병상에 누워있는데 병원 복도 저 끝에서 들릴 듯 말 듯 노랫소리가 들렸다.Silent night, holy night!All is calm, all is bright. 귀 기울여 들어 보니 한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가 아니었다. 아마 부근 교회의 성가대가 방문했나 보았다. 노랫소리는 차츰차츰 가까이 다가왔는데, 그들은 병실마다 들러서 노래하는 것 같았다.Round yon Virgin, Mother and Child,Holy infant so tender and mild, 해마다 듣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었지만, 다리가 절단되어 하루의 대부분을 병상에서 보내던 환자 신세로 듣던 그 노래는 평생 처음 들어..

교통사고 이후 2024.10.02

Mr. One Foot

내 블로그에 올린 ‘환상통’이란 글에 누군가가 댓글을 올렸다. 페이스북과는 달리 블로그에 댓글 올라오기란 가뭄에 단비 같아서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 보았더니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엉덩이 바로 밑에서 잘린 이후에 몇 달마다 겪는 환상통의 고통을 쓴 댓글이었다. 그는 그 고통이 그는 요로결석으로 겪는 고통보다 더 심하다고 썼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읽으며 마음 아파하다가 그의 아이디에 눈길이 갔다. ‘One Foot’이었다. 다리 하나를 잃은 걸 이런 식으로 드러내다니, 이게 허무 개그인지, 자학 개그인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아이디를 쓰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발 하나가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독각(獨脚)이라는 호를 쓴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유식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한글 ‘독각..

교통사고 이후 2024.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