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2 15

안락사에 대하여

영화 Me Before You를 보고   ‘그대 앞의 나(Me Before You)’라는 영화는 흔한 로맨스 영화 중 하나이지만 안락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6년간 일해온 카페가 문을 닫으며 하루아침에 실직한 루이자 클라크(26세), 어려운 집안 형편을 생각해서 전신 마비 장애인을 간병하는 일에 지원하게 된다. 그녀가 돌봐야 하는 윌 트레이너(31세)는 부유한 상류층 출신에 인물까지 잘생겼고 만능 스포츠맨에 유능한 사업가였는데,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로 목 아래가 마비된 후 까칠한 성격으로 변한 인물이었다.  7년 동안 사귀며 결혼을 약속했던 매력적인 애인이 사고가 난 후에 떠나고, 유능하고 활동적이며 자존심이 강한 윌은 앞으로도 평생 남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

교통사고 이후 2024.10.02

아침마다 해가 뜨고 저녁마다 해가 진다

오늘이 바로 내 교통사고 14 주년 기념일이다. 좀 별난 기념일이지만, 해마다 이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아직 살아 있음을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사고 이후 내가 일어설 때까지 기도해 주고, 도움을 준 은인들을 다시 기억한다.  사고가 나고 두 달 후에 의식을 되찾았는데, 그 두 달 동안 어두운 터널을 지나니 찬란하게 빛나는 천국이 펼쳐지고, 거기서 먼저 간 분들을 만나서 무한한 행복을 느끼다가 내키지 않았지만, 발길을 돌려서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어디선가 여러 번 들어 본 그런 임사 체험(near-death experience)을 했더라면 ‘김형기가 본 천국’이라는 책을 써서 돈도 좀 벌었을 텐데 아쉽다. 의식을 잃은 상태라고 하지만, 아주 희미하게 의식은 남아 있었는지 막막하고, 답답하고, 혼란..

교통사고 이후 2024.10.02

아직도 낯선 용어, PTSD

요즈음 한국에서 탈북 병사 오청성과 그를 치료하는 이국종 교수 그리고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교수와 석 선장은 탈북 병사의 치료와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에 관해 말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용어인 PTSD란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인 외상을 받은 후에 나타나는 질환으로서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나도 교통사고 후에 이 질환으로 고생했고 사실은 지금도 거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다. 내가 사고 후 두 달 만에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자 망가진 육신도 고통스러웠지만,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사고 당시의 기억 때문에 견디기가 어려웠다. 차에 치..

교통사고 이후 2024.10.02

삼킴 장애에 대하여

삼킴장애란 음식을 삼키기가 어려운 증상이다. 삼킴장애가 있으면 입에서부터 위까지 음식물이 매우 천천히 내려가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여 목에 막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뇌졸중 환자나 50세 이상 노인 또는 큰 수술을 받고 목 근육이 약해진 사람에게 주로 발생한다. 삼킴장애가 나타나면 약화된 목 근육 때문에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갈 수 있는 등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된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분의 장례미사에 참례하고 그분이 뇌졸중 후에 생긴 삼킴장애 때문에 18년 동안이나 고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분이 삼킴장애로 고생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오랜 세월 고생하신 건 몰랐다. 미각은 그대로인데 삼킬 수가 없어서 음식을 입으로 씹은 후 깔때기에 뱉어서 튜브를 통해 위장에 넣었다니 그 고초..

교통사고 이후 2024.10.02

먹고 마시고 말할 수만 있어도

오래전 교통사고를 당한 후로는 가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입원 중에 일종의 사고로 숨이 넘어가서 스스로 숨을 쉴 수 없게 되자 급히 후골(喉骨=Adam’s apple) 바로 밑을 절개하여 인공호흡기를 허파 깊숙이 밀어 넣는 과정에서 성대가 망가지고 삼키는 기능도 잃게 되어 반년 가까이 말 한마디 못 하고, 물 한 모금 마시지 못 하고 지낸 적이 있었다. 그 동안 어찌나 힘들었던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치밀어 오르곤 했다. 반년쯤 지나서 성대 복원 수술을 받고 목소리를 되찾기는 했지만, 늘 쉰듯한 목소리가 난다. 잠을 설쳤거나 피곤한 날에는 그 목소리나마 잘 나오지 않아서 그럴 때는 꼭 필요하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말주변이 없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말을 아끼니 점점 말..

교통사고 이후 2024.10.02

뒷간에 갈 때 마음 다르고, 올 때 마음이 다르다

‘뒷간에 갈 때 마음 다르고, 올 때 마음이 다르다.’라는 속담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마음을 아주 잘 표현한 것 같다. 이와 비슷한 고사성어를 찾아보니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여측이심(如廁二心)’이라는 말이 있는데 ‘廁’이 바로 뒷간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이니 우리 속담과 같은 뜻이다. 또 하나는 널리 알려진 ‘토사구팽(兔死狗烹)’이라는 말이 있는데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되어 주인에게 삶아 먹힌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리는 경우’를 이른다. ‘Danger past, God forgotten.’이라는 서양 속담이 있는데, 의미는 ‘위험이 지나가면 하느님은 잊힌다’로 ‘뒷간에 갈 때 마음 다르고, 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표현과 딱..

교통사고 이후 2024.10.02

뒤늦게 운동권에 합류하다

운동이라는 단어에는 다음 세 가지 의미가 있다.(1) 건강의 유지나 증진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일 (예, 실내 운동)(2) 사회 안에서 어떤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조직적인 활동 (예, 모금 운동)(3) 물체의 움직임 (예, 운동의 법칙) 운동권이라는 단어의 정의는 이렇다. “운동권(運動圈)이란, 대한민국에서 사회 개혁, 변혁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원래는 학생 운동을 가리키는 표현이었으나, 진보 진영까지 포괄적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그런데 운동이라는 단어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것처럼 운동권이라는 단어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처럼 조직적인 활동’이라는 운동만 운동권이라는 단어를 독점하는 게 나는 불만이다.     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며 위에 든 세 가지 운동 중..

교통사고 이후 2024.10.02

당신 참 오래 살았네

"한국에서는 ‘사랑의 방정식’이란 제목으로 상영된 ‘모든 것의 이론(The Theory of Everything)’이란 영화는 루게릭병으로 장애를 안고 산 영국의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전기 영화다. 영화에서 그의 결혼이 파경에 이르기 얼마 전 스티븐이 아내 제인과 상의도 없이 간호사 엘레인과 함께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겠다고 결정해 버리자 그러지 않아도 더는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 힘들다고 느끼던 제인은 차갑게 내뱉었다.  “How many years?” (오래전 의사들이) “당신 몇 년이나 살 수 있을 거라고 했지?”“They said two.” “그들은 2년이라고 했지”“You’ve had so many.” “(그러고 보니) 당신 참 오래 살았네.”남편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아내가 “당신 참 오래 ..

교통사고 이후 2024.10.02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

며칠 전에 집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있는 병원에 다녀왔다. 당뇨 합병증이 심해서 얼마 전에 왼쪽 다리를 절단한 친구 문병을 위해서였다. 눈물이 흔하고 마음이 여린 그 친구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뜻밖에 평온한 표정이어서 다행스러웠다. 무릎 아래쪽이 절단된 그를 보니 한쪽 다리가 그보다 더 많이 잘린 나지만 섬뜩했다. 그래서였는지 다리가 절단된 후 내가 오랫동안 겪은 고통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걸을 때까지 나이 일흔이 다 된 그가 거쳐야 할 힘든 과정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남아 있는 무릎 아랫부분이 충분히 길어서 의족을 끼고 재활 훈련을 받으면 정상적인 다리 기능의 80~90%는 회복할 수 있을 거니 그만해도 그게 어디냐고 위로했더니 그가 말했다. “그러지 ..

교통사고 이후 2024.10.02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

우리가 나쁜 소식(bad news)이라고 하는 건, 그것이 골치 아픈 일이거나 문제를 일으킬 거라는 의미이고, 좋은 소식(good news)이라고 하는 건, 그것이 유익하거나 도움이 될 거라는 의미가 있다. 미국인들은 나쁜 소식을 전할 때 “나쁜 소식은 ~이고, 좋은 소식은 ~입니다.”라고 말하거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떤 걸 먼저 듣겠소?”라고 묻는 걸 자주 본다. 나쁜 소식이더라도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보자는 낙관적인 사고가 엿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돌려서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말장난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런 표현이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어 이에 관한 유머도 수없이 많은데, 몇 가지만 골라서 아래에 소개한다.산부인과 의사와 분만하러 온 임산부의 대화 의사: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교통사고 이후 2024.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