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나이 들어서 혼자 살기

삼척감자 2024. 5. 13. 21:40

늘 코에 휴대용 산소 공급기의 파이프를 꽂고 다니는 이웃집 조앤(Joanne) 할머니의 둘째 아들 조(Joseph)가 앞뜰에 꽃을 심다가 나를 보자 반갑게 인사했다. 어머니날이라고 방문하며 사 들고 온 꽃을 뜰에 심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암으로 몇 년째 투병 중인데, 2년 전에 바닷가에서 낚시하다가 우연히 나를 알아보고는 인사를 나눌 때보다는 안색이 아주 좋아 보이길래 병세가 진전이 있었는지 물어보자, 손을 파도치듯이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오르락내리락, 호전되었다가, 악화하였다가사는 게 다 그런 거지요 뭐.”라며 달관한 듯이 씨익 웃었다.

 

재작년 독립기념일에 바닷가에 가서 생선 튀김을 사 먹고 낚시터에서 바람을 쐬고 있는데 웬 삐쩍 마른 사내가 나를 보더니 스티브 아니냐고 묻기에 동네 안팎을 가리지 않은 이놈의 인기. 내가 유명하기는 한가보다.”라며 잠시 착각에 빠져있는데, 그가 , (Joe). 우리 어머니가 당신과 같은 콘도에 사는데, 얼마 전에 어머니를 방문했을 때 만나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지 않소라고 하는 말에 금세 꿈에서 깨었다. 글쎄 그러긴 한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가 갖고 온 물통을 들여다 보았더니 크지 않은 고기가 두어 마리 보였는데, 통에 산소 공급기까지 달려있는 걸 보니 낚시를 꽤 즐기는 듯했다. “환자가 달리 할 일이 뭐 있어야지요. 틈날 때마다 낚시나 즐기며 소일하지요.”라는 그의 말을 뒤로 하며 또 바닷가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 게 재작년이었다. 이번에도 헤어지며 그가 말했다. “전에 만난 그 바닷가에서 또 봐요. 난 별일 없으면 거기서 낚시를 해요.”  

 

그동안 혼자 사는 그의 어머니 조앤은 가끔 이웃집 아주머니가 운전하는 차로 식료품점을 다녀오기도 하고, 방문 간호사(Visiting Nurse)가 가끔 그녀를 찾아오기도 하였지만 언제나 작은 수레에 실린 휴대용 산소 공급기의 파이프를 코에 낀 모습이었다. 특별한 병이라기보다도 노환이라서 별다른 차도가 없이 병세는 언제나 그만그만한 것 같았다. 그래도 두 다리로 걸으며 나를 볼 때마다 밝게 웃으며 인사한다.

 

가까이 살며 조앤을 자주 찾는 큰아들 지미(Jimmy) 내외와 큰딸은 둘째 아들과는 달리 체구가 건장하다. 이들 가족은 모두 어쩌다 나를 보며 함박웃음을 띄며 반가워한다. 나이 들어서 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내지 않고, 스스로 걷고 기본적인 생활을 해나갈 수 있어서 가끔 찾는 가족과 이웃에게 최소한의 도움을 받으며 조앤처럼 혼자 사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20145 13)     

'미국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은행원  (0) 2024.06.01
이웃 할머니 돕기  (0) 2024.05.31
쟈니와 빌  (0) 2024.05.05
미국의 동네 의사  (0) 2024.04.26
잭과 록산느 부부  (0) 2024.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