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오늘, 그러니까 1974년 8월 15일에 천주교 전농동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으니 말하자면 오늘이 내 세례 금경축일인 셈이다.
그날 미사 중 세례를 받고 축하 인사를 받으며 가슴이 설렜다. 그다음 날이 당시 최고의 전자회사로 인정받던 G사로 첫 출근하는 날이기도 해서 행복한 마음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성당에서 집으로 걸어가다가 하늘을 보니 잔뜩 찌푸린 하늘 아랫부분이 노란색을 띠고 있어서 참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데 집에 돌아와 뉴스를 들으니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이라는 자에게 흉탄을 맞고 서거했다고 해서 무척 놀랐다. 다음날 신문보도를 보니 서거 당시에 육여사가 입었던 한복 색깔이 서거한 시간에 하늘에 드러난 그 색깔과 비슷한 황금색이었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신기해서 그 이후로도 내가 직접 본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얘기했더니, 신문 보도를 통해서 보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좌파 기질이 강한 어떤 분은 나를 언론의 선동에 넘어가서 헛소리를 퍼뜨리는 한심한 인간으로 보기도 했다.
50년이 지나 육여사 서거와 얽힌 그 보도는 거의 잊혔겠지만, 그날의 하늘을 직접 목격하고, 신문에 보도된 사실을 전하는 내 말을 한사코 부정하는 사람과 50년 이상(세례받기 이전의 성당에 나간 세월 포함) 성당에 다닌 나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주님의 돌아가심과 부활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과 기록을 공부하고도 어려울 때와 행복할 때의 기분에 따라 내 믿음이 오르락내리락한 적은 헤아릴 수가 없다. 믿음이 뿌리째 흔들린 적도 손으로 꼽을 수 없다. 교회의 가르침에 반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양심을 거스르는 짓을 별 죄의식 없이 저지른 건 또 얼마나 많았을까?
주님께 죄송한 오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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