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공동체

사후 세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삼척감자 2022. 9. 4. 04:02

과거부터 많은 종교에서 사후 세계를 믿어왔고 지금도 믿고 있다사후세계의 존재는 죽음을 맞이해도 거기서 끝이 아니라 영혼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게 된다. 때문에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크게 달래 준다.

 

과학계에서는 인간의 정신활동은 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러므로 뇌가 죽은 이후에도 정신이 유지된다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부정된다. 머리를 다친 사람이 정신활동에 문제가 생기고 뇌 수술 등이 이루어지는 이유이다. 신체를 연구하는 과학자, 특히 뇌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영혼의 존재를 부정한다. 왜냐하면 영혼이란 게 있다면, 뇌가 손상되었을 때 정신이 망가진다는 사실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나무 위키에서 발췌)

 

나는 뭐든 종교적 가르침을 쉽게 믿지 못하고 따져보고 이치에 맞는 것 같아야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못된 예수쟁이인데다가, 매사 원인과 결과를 따져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삐딱한 성격 탓에 사후 세계의 존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신앙인이다. 그런데 며칠 전 생생한 꿈을 꾸고는 사후 세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V는 재작년,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10년 남짓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성당 업무 회의에 함께 참석하고, 회의 후에는 참석자들이 함께 가끔 성당 주방에서 간단한 점심을 나누었는데 V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남아서 점심을 먹었으니 말하자면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다고 할 수 있겠다.

 

몇 년 전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암이 발견되었다. 다행히 암 초기였다. 다들 예정에 없던 검진 덕분에 그게 발견된 걸 오히려 다행으로 여겼다. 그러고 두어 해 동안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그 과정이 대개 그렇듯이 별거 아닌 걸로 생각했다가 전이된 걸 알고는 절망에 빠지고, 악화와 호전이 널뛰기하다가 긴 시간이 흘러서 드디어 완치가 머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자 가족과 이웃이 다 함께 기뻐했다. 워낙 긍정적이고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 힘든 내색을 하지도 않고 만날 때마다 늘 웃으며 그까짓 암 정도는 이겨낼 거라고 다짐하곤 했다. 건강을 거의 회복해 가며, 딸의 결혼, 그리고 외손자의 출생이 이어지자 힘든 표정은 사라지고 늘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청천벽력 같은 연락을 받았다. 어처구니없게도 사인은 암이 아니라 교통사고였다. 저녁에 용의자를 쫓던 경찰차가 주행로를 벗어나 엉뚱하게도 산책하던 그녀를 덮쳤다고 한다. “하느님,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그 이후 사람 좋은 그녀의 남편은 나를 볼 때마다 V의 얘기를 하며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라며 아내가 세상을 떠난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고, 그녀의 여동생은 지금이라도 언니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며 눈시울을 붉히곤 했다.

 

며칠 전 새벽, 꿈에 V를 보았다. 반가워서 손을 흔들었는데도 본체만체 했다. 눈조차 맞출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얼굴이 환한 게 행복해 보였다. 둘러싼 사람들도 모두 환하게 웃으며 떠들썩한 게, 마치 대단한 환영식이 벌어진 것 같았다. 끝내 한마디 말도 나누지 못하고 꿈에서 깨어 생각해 보니 바로 거기가 천국이었고, 둘러싼 사람들은 먼저 거기에 가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분들이었으며, 그 모임은 바로 천국 환영식이었던 것 같다. 사후 세계가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그녀가 내 꿈에 나타났던 건 아닐까?

 

(202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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