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

특허 분쟁에 대처할 자료를 찾으러

삼척감자 2022. 9. 7. 05:15

내가 금성사 특허부서에서 일하던 시기(1974~78)에는 특허 분쟁에 대처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할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었다. 개인용 컴퓨터는 있지도 않았고, 회사나 정부 기관에 메인 프레임 컴퓨터가 설치되어 컴퓨터 전문가나 그걸 다룰 있던 시절이어서 자료 조사는 오로지 문서를 수작업으로 찾을 수밖에 없었다.

 

특허(실용신안) 받기 위해 갖추어야 요건으로는 (1) 산업상 이용 가능성 (2) 신규성 (3) 진보성 가지가 있는데, 특허 무효심판 청구나 이의신청에서는 신규성이 가장 문제가 되었다. 신규성 상실을 증명하려면 특허 출원 이전에 발명이 공지(公知), 공용(公用)되었음을 입증할 증거 자료를 제시해야 했다.

 

그런 자료를 찾으려면 아무래도 특허청 자료실에 자주 가야 했다. 회사 제품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특허에 대한 자료를 찾으러 특허청을 이틀이 멀다고 방문해야 했다. 때마다 일본 특허공보나 미국의 Official Gazette(특허 공보) 수백 쌓아놓고 시간씩 뒤적여야 했다. 미안한 마음에 내가 서고에 들어가 사서(司書) 아가씨를 도와서 함께 책을 나르기도 했다. 때마다 간식거리나 음료수도 사다 바치고, 가끔은 그들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젊었을 때는 나도 미남 소리를 들었는데다가, 일류 기업체 총각 사원이었는지라 그들은 나를 열심히 도와주었기에 일하기가 편했다. 그러다가 나아가서 사서 중에서 번째로 젊고, 제일 착하던 아가씨가 나와 결혼해서 예쁜 딸을 낳아주고 길러 주었다는 알흠다운 이야기가 있다. 아가씨가 예뻤냐구요? 눈에 콩깍지가 씌었을 때는 그랬는데, 일흔을 앞둔 나이가 되니 …… LG 글방의 글을 아내가 읽을 없으니 하는 말이다.

 

가끔은 홍릉에 있던 과학 기술 정보센터(KORSTIC) 찾았다. 거기에서는 원하는 검색 주제를 주면 특허 정보나 과학 기술 논문을 찾아 주는 서비스를 받았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쪽집게 처럼 찾아 주지 않고 넓은 범위의 자료를 뭉뚱그려서 제공하므로 별로 만족스럽지 않아서 나중에는 거의 찾지 않고정보 관리등의 세미나를 개최할 때나 참석했다. 가끔 방문할 때마다 깨끗한 사무실과 담당 여직원의 잔잔한 미소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가끔 신문사 자료실을 찾기도 했다. 특허 출원 이전에 같은 제품이 판매되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10 신문철을 뒤적이고, 오래된 신문은 축쇄판을 이용해야 했다. 담당 직원은 매우 협조적이었다. 대기업, 그것도 광고주이니 무시할 없었겠지만, 자주 찾고 싶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정기 구독하던 전파신문을 비롯한 각종 신문 스크랩도 모아서 정리해 두니 뜻밖에도 필요할 써먹을 있는 증거 자료가 되었다.

 

아내와 결혼 직후에 특허청장에게서 호출령이 떨어졌다. “우리 직원과 결혼한 얼굴이라도 봐야겠다. 대낮에 아내와 함께 청장실에 불려가서 권하는 양주를 넙죽넙죽 받아마시고 시키는 대로 부부가 함께 노래도 불렀다. “내가 자네 만난 얘기를 박승찬 사장에게 주겠네라고 했는데 얼마 서비스 과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았고 동료 직원이 특허과장으로 승진하였으니 우리 사장에게 얘기해 주겠다는 말은 허탕이었던 셈이다. 정적(靜的) 특허업무에서 떠나고 싶어 했지만, 야전군에 해당하는 서비스 업무는 나에게 맞는 일은 아니었다. 훈련이 라이언 일병이 하루아침에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중대장으로 투입된 셈이라고 해야 하나? 차라리 특허업무를 계속하며 처가나 다름없는 특허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회사에 많이 기여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다. 그러나 유행가 가사처럼아무도 몰라라 누가 아랴?”

 

지금 LG 전자의 인사 원칙은 합리적일까? 다시 말하면, 인사 발령자에게는 최선의 결정이고, 발령받는 직원에게는 받아 들일만 인사 발령일까? 적재적소가 아니라 마구잡이식 바리 메꾸기 인사는 아닐까?

 

(2021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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