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니 잠이 준다. 밤새 깊은 잠에 빠지기 어렵고, 일찍 깬다. 자는 동안에도 자주 뒤척이게 돼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개운하지 않다. 잠이 부족하니 낮에 의자에 앉은 채 시도 때도 없이 존다. 일찍 깨어도 다시 잠들 수 없어서 꼭두새벽에 잠이 깨면 다시 자는 걸 포기하고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 게 버릇이 되었다. 다들 잠든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놓고 신문을 보거나 유튜브를 보고, 때로는 책을 읽기도 하고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그런데 나 혼자만의 새벽 시간이 마냥 고요하고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다. 이 나이 되도록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는 자책감, 가보지 못 한 길에 대한 아쉬움, 잘못한 일에 대한 자괴감, 최선을 다하지 못 한 일에 대한 회한, 남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일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