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이후 12

부디 자기 자신과 잘 지내세요

나이가 드니 잠이 준다. 밤새 깊은 잠에 빠지기 어렵고, 일찍 깬다. 자는 동안에도 자주 뒤척이게 돼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개운하지 않다. 잠이 부족하니 낮에 의자에 앉은 채 시도 때도 없이 존다. 일찍 깨어도 다시 잠들 수 없어서 꼭두새벽에 잠이 깨면 다시 자는 걸 포기하고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 게 버릇이 되었다. 다들 잠든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놓고 신문을 보거나 유튜브를 보고, 때로는 책을 읽기도 하고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그런데 나 혼자만의 새벽 시간이 마냥 고요하고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다. 이 나이 되도록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는 자책감, 가보지 못 한 길에 대한 아쉬움, 잘못한 일에 대한 자괴감, 최선을 다하지 못 한 일에 대한 회한, 남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일에 대..

교통사고 이후 2022.09.04

그로부터 15년 후

There once was a child living every day Expecting tomorrow to be different from today. (옛날에 날마다 내일은 오늘과 다르길 바라며 살아가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철도왕 윌리엄 밴더빌트의 딸 글로리아 밴더빌트가 지은,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이 시의 제목은 ‘동화(Fairy Tale)’이다. 이 시의 제목이 내용과는 달리 ‘희망’이 아니고 ‘동화’인 것이 의아하지만, 그녀의 인생 역정을 보면 왜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글로리아가 두 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사망하자 그녀는 지금 화폐 가치로 7,100만 달러의 유산을 받았다. 그녀는 열일곱 살에 한 첫 결혼을 시작으로 모두 네 번 결혼했는데, 그 밖에도 여러 명의 ..

교통사고 이후 2022.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