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42

건국전쟁

한인타운에 있는 영화관에서 ‘건국전쟁’을 보았다. 270석 되는 극장은 관객들로 꽉 찼다. 미리 예약해 두고 사정이 생겨서 날짜를 변경하려고 했더니 상영 예정 기간인 5일간의 입장권이 모두 매진되어서 안 된다고 했다. 한 시간 여 운전해서 가보았더니 젊은 관객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제2편 제작 후원금 모금함에도 사람들이 꾸역꾸역 지폐를 집어넣어서 모금함 밖으로 흘러 넘치려고 했다. 대부분 알고 있던 사실이기도 했지만, 김구와 이승만에 관해 왜곡된 사실을 진실인 양 알고있는 이들은 얼마나 많을까? 학교에서는 부디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지 말아야 할 텐데. 조국의 정치판이 돌아가는 걸 보면 암울하다. 조국에 아직 희망이란 게 남아 있을까?

이것저것 2024.04.08

Don’t get old

나이 들어가며 아침마다 하는 일과인 커피 끓이기에도 실수가 잦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필터 위에 커피를 담고, 물을 붓고 한참 지나도 커피 향이 나지 않기에 보니 전기 스위치가 꺼져 있더라. 커피 기계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기에 보니 필터 통 위의 뚜껑이 열려 있어서 뜨거운 물이 위로 솟구치더라. 커피를 마시러 주방에 다시 나와 보니 물을 붓지 않았더라. 커피 기계가 단순하고 별로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서 이 정도의 실수밖에 저지르지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단순한 기계를 사용하며 다양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오래 전 우리 집 길 건너편에 살던 미국인 할아버지가 자주 하던 말을 이제는 내가 하게 된다. “Don’t get old.”

이것저것 2024.03.22

눈 덮인 아침에 연어를 생각하다

가끔은 바닷가에 있는 생선 가게에서 연어를 사 와서 손질한다. 커다란 연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비늘을 벗기고, 뼈와 살을 분리하고, 껍질을 벗겨내고, 도막 쳐서 소금을 뿌린 다음, 냉장고에 30분 정도 두었다가 꺼내어 씻어 내고 물기를 닦은 다음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생각날 때마다 꺼내 먹는 게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요즈음은 그것도 귀찮아서 코스트코에서 껍질과 뼈를 발라낸 노르웨이산 연어를 사 와서 손질해 먹으니 훨씬 더 편하다. 생선 가게에서는 물어볼 때마다 갓 잡아 온 자연산 연어라고 하기는 하는데, 신선도가 떨어져 냉동했던 걸 해동해서 파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가기도 하는 연어와는 달리 ‘양식 연어, 냉동한 적 없음, 오늘 아침에 손질 후 포장됨’이란 표시가 더 믿을만해서 요즈음은 코..

이것저것 2024.01.20

바쁘다 바빠

외손자들과 외손녀들이 모두 멀리 떨어져 살기에 직접 만나는 건 몇 년에 한 번 정도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영상 통화로 그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데 열 살 넘은 아이들은 진작부터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외계인으로 생각하는지 영상에 모시기가 어려워서 네 살 된 막내 외손녀가 단골로 화면에 등장한다. 며칠 전 주말에 큰딸과 함께 막내 외손녀가 잠깐 화면에 얼굴을 비치는가 했더니, “Mommy, I am busy.”라는 말을 남기고는 바로 사라졌다. 이제는 그 아이에게도 외계인 취급을 받는가 싶었다, 네 살짜리 아이가 바빠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대화할 시간이 없다는 게 우스워서 크게 웃었더니, 큰딸이 그 아이가 오후에 생일 파티와 친구 집 방문으로, 제 가방에 장난감과 몇 가지 소지품을 챙기느라..

이것저것 2023.11.11

자녀 교육에 정답이 있을까?

나에게 ‘H 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라는 작품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대목을 꼽으라면 나는 아래의 글을 고르겠다. 좀 길지만, 거의 원문 전부를 번역해서 소개한다. [내가 다칠 때마다, 엄마는 소리부터 질렀다. 나는 그걸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친구들이 다쳤을 때, 백인인 그들의 엄마는 몸을 숙여서 아이가 괜찮은지 물어보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 의사에게 데려갔다. 그러나 내가 다치면 엄마는 마치 내가 악의를 갖고 자기 물건을 망가뜨렸다는 듯이 화부터 냈다. 언젠가 내가 집 뜰에 있는 나무를 오르다가 떨어졌는데, 드러난 배는 거친 나무껍질에 긁혀 버렸다. 발목이 꺾이고, 셔츠는 찢어지고, 배 양쪽이 긁혀서 피가 나서 우는데도 내가 엄마의 품에 안겨서 병원에 가는 그런 일은 없었다...

이것저것 2023.10.09

‘잃어버린 왕국’을 읽고 나서

1988년에 출간된 최인호의 역사소설, ‘잃어버린 왕국’을 이제서야 읽었다. 백제의 멸망 과정을 읽으려니 안타깝기도 하고, 나이 들며 떨어진 기억력 탓에 읽다 보면 앞서 읽은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 흐름이 자주 끊겨서 몇 달에 걸쳐서 겨우 다 읽고 나니 최인호의 천재성에 새삼 감탄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일본의 역사 왜곡과 백제의 역사를 파헤치고 있다. 작가는 일본의 역사 왜곡을 폭로하기 위해 수백 권의 일본 서적을 읽고, 일본 각 지방을 답사했다. 이 소설은 광개토대왕비의 비문 변조, 칠지도(七支刀) 명문의 견강부회식 해석, 과장과 오류투성이인 일본서기 등을 중심으로 고대의 역사를 하나씩 풀어가며 백제와 왜(일본) 간의 관계를 파헤치고 있다. 역사 왜곡에 관하여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이것저것 2023.05.28

승객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아기 엄마의 마음

며칠 전에 Dasha Taran이라는 분이 Quora Digest에 올린 글을 옮깁니다. 서울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비행시간은 열 시간 조금 더 된다. 아래 사진의 아이 엄마는 200명이 넘는 승객 모두에게 플라스틱 봉지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그 봉지 안에는 과자와 껌과 귀마개가 들어 있었는데, 그것들은 그녀의 넉 달 된 아기가 비행 중 시끄럽게 굴 경우를 생각해서 미리 미안한 마음을 표하려고 한 것이었다. 그 봉지 안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힌 쪽지도 들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장우입니다. 저는 태어난 지 넉 달 되었고요, 오늘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가고 있답니다. 저는 조금 긴장되어 있고 좀 두려워요. 이번이 제가 태어나고 처음 하는 비행기 여행이거든요. 제가 울거나 소란을 ..

이것저것 2023.05.20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리 시끄러워

아주 어릴 적부터 난청으로 청력에 문제가 많던 나는 당연히 병역 면제 대상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현역 입영 대신 우리 동네 특공대(약칭 UDT)로 병역을 마쳤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군대에서 축구를 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당연히 소외감을 느낀다. 거의 40년 전에 거금을 들여 보청기라는 물건을 사서 착용했지만, 채 석 달을 못 넘기고 포기했다.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서 견딜 수도 없었지만, 당시에는 그 귀중품의 성능이 떨어져서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잡음으로 머리가 아파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평생을 잘 듣지 못하는 문제로 소통에 문제를 일으키며 민폐를 끼치며 살다가 요즈음 청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느꼈지만, 보청기를 살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가격이 $5,000~7,000인데, 의료 보험의 혜택..

이것저것 2023.03.21

역사란 무엇인가?

내가 역사에 관심을 갖고 관련 책들을 열심히 보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였다. 고등학교 동기동창 인터넷 카페에 손oo군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책 열다섯 권 분량을 한 권으로 요약하여 올리고 있었다. 열다섯 권 중 1, 2권만 읽고는 방대한 분량을 모두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완독을 포기한 내게는 쉽게 로마 역사를 훑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매번 적당한 분량으로 올리는 그의 글이 쉽게 대할 수 있었고 재미도 있었다. 그래서 요약본을 세 번 읽으며 역사를 더 알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한국사와 세계 역사를 공부했고, 대학교 때는 중국 역사를 잠깐 접했지만, 세월이 흐르니 대부분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은퇴하고 나니 남는 게 시간인데 이참에 역사 공부나 하자고 마음먹고 이베이(..

이것저것 2023.03.19

품위 있는 자선

Quora Digest에 게재된 Min Shrestha의 글을 번역한 겁니다 길거리에서 달걀을 늘어놓고 팔고 있는 노인에게 부유해 보이는 여인이 물었다. “이 달걀 얼마지요?” 노인은 “한 개에 $0.25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여인은 “여섯 개에 $1.25해 주세요. 싫으면 말고요.”라고 말했다. “노인은 대답했다. “마수걸이니까 그렇게 해 드리지요. 아직 한 개도 못 팔았답니다.” 그 여인은 값을 깎았다고 즐거워하며 달걀을 갖고 떠났다. 그녀는 고급 승용차를 몰고, 화려한 식당에서 친구를 만났다. 거기서 그들은 음식을 마음껏 시켰지만, 조금밖에 먹지 않고 대부분 남겼다. 식대로 $45이 나왔는데, 그녀는 $50짜리 지폐를 식당 주인에게 내밀고는 잔돈을 그냥 가지라 했다. 이런 일은 식당 주인에게는 ..

이것저것 2023.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