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42

지구야 멈추어라, 나는 내리고 싶다

매일 이메일로 받아 보는 Quora에 오늘 87세 된 할머니가 올린 재미있는 내용이 게재되었기에 번역해서 소개한다. 이 글을 읽으면 시간이 흘러도 사람이 산다는 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50년 전에는 일상이 더 편했을까요? ( 2023년 3월 2일자 Quora에 게재된 내용을 번역) 발레리 토마스 50년 전에 나는 37세였다. 돌이켜 보면 지금보다는 그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나는 원기 왕성했고 미래에는 더 나은 세상을 보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걸 바라고 있다. 나는 그로부터 50년을 더 살아서 87세가 되었으나 내가 바라던 더 나은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스트레스와 박탈감은 해마다 더 늘어나는 것 같다. 내 삶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에..

이것저것 2023.03.03

그놈의 정치때문에

미국인들이 대화에서 피해야 할 주제로 손꼽는 건 정치, 종교, 수입, 외모, 뒷담화, 심한 농담…등인데, 이 중에서도 정치와 종교를 첫째와 둘째로 꼽는 건 이들 주제가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일 수 있는 데다가 민감하기까지 해서 의견이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에 좋은 대화 주제로는 날씨, 취미, 스포츠, 음식과 요리, 여행…등이 손꼽히고 있다. 미국인들은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의 동정은 미주알고주알 보도하지만, 정치인들에 관한 보도는 그리 많지 않다. 보도 매체에 따라 지극히 편향된 보도를 해도 그걸 그리 문제 삼지는 않는 듯하다. 매년 한두 차례 실시하는 지역 투표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인지 투표율은 지극히 낮다. 4년마다 실시하는 대통..

이것저것 2023.02.25

페북의 친구 관리

페북 친구들이 수천 명에 달하는 분들은 참 대단하다. 궁금해서 그분들 페북에 들어가 보면 친구들의 국적도 참 다양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하는 예쁜 아가씨들도 많다. 오늘 내 페북 친구들을 훑어보았다. 예쁜 아가씨들은 눈닦고 보아도 없고, 성당 교우들, 학교 동창, 선후배와 전에 다니던 직장 선후배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중 활발하게 소통하는 친구들은 그리 많지 않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친구들과 연락이 닿으면 처음 몇 달은 죽자살자, 미주알고주알 옛날 얘기를 주고받다가 조금 지나면 슬그머니 연락이 끊긴다. 나는 친구 요청을 받으면 반드시 그분의 프로필을 확인해 본다. 여군 복장을 하고 다마스커스에서 복무한다는 생면부지의 외국인 미녀들이 친구신청을 하면 무조건 거절한다. 왜 다마스커스에는 미녀 여군이 그리..

이것저것 2023.02.18

영화 ‘Tokyo Story’를 다시 보고

1953년도 작품으로서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일본 영화 ‘Tokyo Story’는 20세기 가족 관계를 섬세하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일본 서부 지방인 오노미치시에 살던 은퇴한 노부부가 도쿄에 사는 자식들(2남 2녀) 가족과 홀로 된 며느리(2차 세계대전 중 행방불명된 둘째 아들의 처)를 방문한다. 자식들은 부모님을 반갑게 맞이하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그들을 부담스러워하며 소홀히 대한다. 홀로된 둘째 며느리만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시부모를 모시고 도쿄 관광에 나서며 극진히 모신다. 변해 버린 자식들의 태도에 마음이 상해서 노부부는 예정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가려고 기차를 탔는데 아내가 갑자기 위독해지더니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세상을 떠난다. 연락을 받고 온 자식들은 장례식을 마치자 바로 ..

이것저것 2022.10.04

소설 파친코를 읽고

가끔 한국어 번역본 소설을 구할 수 있어도 영문판을 사서 읽을 때가 있다. 한국에서 발행한 책이 비행기 타고 바다를 건너오면 한국 정가의 두 배 이상이 되니 한두 번 읽고 말 한국어 번역판을 사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반면에 영문판 소설은 대개 중고로 살 수 있는데 우송료를 포함해도 $5 이하에 살 수 있으니 가격이 믿을 수 없을 만치 싸다. 이런 걸 연금 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는 은퇴 노인의 생존 전략이라고 해야 하나? 최근에 화제가 되는 미국 이민 2세인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를 영문으로 읽은 까닭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이베이에 알아보니 중고 책값이 우송료를 포함해서 $4이었다. 우선 위키피디어로 줄거리와 작품 해설을 몇 번 읽고 머릿속에 담아 둔 다음에 영문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첫 페..

이것저것 2022.09.07

카이사르, 루비콘강을 건너다

고등학교 동창생인 최승환 군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요약하여 동창 카페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한 게 작년 이맘때였다. 작년 말에 연재가 끝나자, 아쉬운 마음에 내가 그의 글을 모아서 약간의 교정을 본 다음 두껍고 큰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책을 보는데, 필요할 때는 원저자의 책을 찾아서 자세한 내용을 찾아 읽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는 카이사르의 루비콘강 도하 장면을 갈리아 전기 중 내전기(內戰記)의 기록을 바탕으로 원저자가 재현한 글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카이사르는 그를 쳐다보는 병사들에게 망설임을 떨쳐버리듯 큰소리로 외쳤다. ‘나아가자, 신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우리의 명예를 더럽힌 적이 기다리는 곳으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장군의 뒤를 따르자!..

이것저것 2022.09.07

장자 철학서 읽기

심심풀이로 내용이 그리 무겁지 않은 소설을 읽는 사람을 가끔 볼 수는 있어도 고전과 사회과학서를 열심히 읽는 사람은 흔치 않다. 보고 즐길 게 얼마나 많은 세상인데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볼 시간을 쪼개어 독서라는 걸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젊은이들은 수험 관련 서적이나 자기계발서를 보며 그걸 독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주위에 고전과 사회과학에 관한 책을 열심히 사모아서 읽는 분이 한 분 있는데 나는 그분을 희귀동물(죄송)이라고 여긴다. 독서라야 소설책이나 보며 시간을 보내는 내 수준으로는 읽어도 머리만 아프고, 돈 안 되는 그런 책을 읽는 사람이 멸종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얼마 전에 그 댁에 놀러 갔더니 서가에서 책 몇 권을 꺼내와서 보여주며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빌려 가라고 하..

이것저것 2022.09.06

유카탄반도에 다녀와서

지난해 연말에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북동쪽 끝에 있는 휴양지로 여행을 다녀왔다. 비행기 요금, 호텔 숙박비, 식비 그리고 팁까지 모든 경비를 미리 지불하는 방식으로 예약했더니 부담 없이 먹고, 마시고 쉬면 되니 참 편했다. 리조트 내의 어느 술 가게나 호텔 로비에 앉아 있어도 종업원이 와서 필요한 음료수가 무언지 물어보고는 바로 갖다주고, 어떤 식당에 가도 무엇이든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었다. 겨울철이라지만, 기온이 섭씨 30도 가까이 되는 날씨라서 해변에서는 헝겊 두 쪽만 걸치고 수영이나 일광욕을 즐기는 미스 유니버스 못지않은 늘씬한 미녀들을 수없이 볼 수 있었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우리가 묵은 곳의 지명이 ‘시안 칸’이었는데 마야어로 ‘천국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뜻이라 했다. 일 년 내내 날씨가 ..

이것저것 2022.09.06

왜 내가 이 고생을 사서 한담

오래전 똑똑한 인간들이 “자, 성읍을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 그렇게 해서 우리가 온 땅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자.”라고 말하며 천국에 닿으려고 높은 건축물을 계속 쌓았다. 그 탑이 있던 곳의 이름은 바벨이라고 한다. 그 오만함에 분노한 하느님께서 “보라, 저들은 한 겨레이고 모두 같은 말을 쓰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하려는 일의 시작일 뿐, 이제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그들의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자.” 라 하시며 인간의 말을 제각각으로 만들고 그들을 온 땅으로 흩어 버리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되어 버렸다고 한다. (창세기 11장 4~9절) 그 이후 언어 수가 자꾸 늘어나서 지..

이것저것 2022.09.06

예외도 많고 규칙도 많고, ‎참 끔찍한 언어

체육관에서 자주 만나서 낯이 익은 한국인의 권유에 따라 컴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의 무료 강의에 등록하러 간 게 작년 8월 말이었다. 무료 강의가 외국인을 위한 영어 교육(ESL)뿐이어서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유학생 출신인 그분도 몇 년째 그 강의를 반복 수강한다는 얘기를 듣고 반 배정 시험을 치르기는 했지만, 수준이 낮은 강의를 듣는 건 아닌가 싶어서 좀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반 배정 시험은 독해력 위주의 25개 문제였는데 24개를 맞추어서 고급반에 배정되었다. 한국에서 받은 영어 교육이 독해력 위주였고, 네 개 중에서 하나를 찍는 사지선다식 시험에는 이골이 났으니 고득점이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그래도 채점을 마친 선생님은 천재 수강생을 맞은 것처럼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이것저것 20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