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72

나의 이웃 스캇(Scott)

아침에 일어나 블라인드를 열고 창밖을 내다보니 건너편 집에 사는 스캇(Scott, 74세)과 리타(Rita, 84세) 남매가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 일상적인 광경일 수는 있지만, 한 달쯤 전에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던 스캇을 보니 반가웠다. 산책길에 어쩌다 만나 누님의 안부를 물으면 20% 정도는 건강에 문제가 있지만, 80% 정도는 괜찮으니 그만하면 걱정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씩 웃고는 했다. 그는 만날 때마다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런 그에게 이제 담배를 끊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충고하면 들은 체하지 않더니 몇 달 전 어느 날 드디어 담배를 끊은 지 100일째 되는 날이라며 자랑하기에 부디 마음 바꾸지 말라고 잔소리했었다. 그 이후로는 그를 통 볼 수가 ..

미국 생활 2022.09.24

이건 횡재인가 골칫거리인가

일주일쯤 전에 아마존에서 작은 소포를 하나 받았다. 요즈음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아마존을 자주 이용하는지라 또 주문한 물건이 왔거니 하고 별 생각 없이 포장을 뜯었더니 뜻밖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 전화기 스크린과 작은 연장 몇 개였다. 우리가 쓰는 전화기와는 크기와 모양이 다르고 주문하지도 않은 물건이기에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배송 라벨(Shipping Label)을 확인했더니 주소는 맞는데, 이름이 캐런(Karen) 이라고 찍혀 있었다. 우리 집 주위에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 이건 아마존에서 잘못 보낸 물건이 틀림없었다. 이 물건을 반송하려고 아마존 웹사이트에 들어가 소비자서비스 코너에 들어가 보았더니 불만 사항을 항목별로 세분해서 다시 담당자와 채팅하게 되어 있었다. 이런 일은 드문지 어..

미국 생활 2022.09.08

홀인원은 아무나 하나

우리 성당 신자인 S 형님은 80대 초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일주일에 한두 차례 정도는 골프를 즐기신다. 며칠 전 저녁 그분에게서 전화를 받았는데 목소리가 잔뜩 들떠 있었다. 그날 오후 4시 반, 같은 성당에 나가는 교우들과 함께 함께 동네(Neptune, New Jersey) 골프장(Shark River GC)에서 골프를 즐기다가 14번 홀(175 야드)에서 홀인원을 했다는 전화였다. 몸과 마음이 아직 젊어서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사람들과도 잘 어울려서 당구와 골프를 즐기며 나이보다 훨씬 젊게 사시더니 드디어 일을 냈구나 싶었다. 그래도 파3치고는 긴 거리에서 홀인원을 한 건 대단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번의 샷으로 골프공을 홀컵에 집어넣는 것을 홀인원이라고 한다. 홀인원을 할 확률..

미국 생활 2022.09.08

호기심과 사생활 존중

집 둘레를 도는 산책길에서 거의 언제나 스콧(Scott)이라는 백인 남자를 만난다. 다리 하나를 잃어서 의족을 낀 나는 목발 두 개를 짚고 열심히 걷는데, 두 다리 멀쩡한 그는 늘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전화기를 들여다본다. 이른 아침에는 어쩌다 벤치에 커피잔이 보이기도 한다. 만날 때마다 “안녕하세요”가 아니면 날씨 얘기를 나누지만, 가끔 땡볕을 쬐며 걷는 나에게 “더운 날씨에 걷고 나서 꼭 물 한 잔 마셔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고맙소”라고 대답하지만 때로는 “물 말고 맥주를 마실까 합니다.”라고 하면 그는 정색하며 “You, bad boy”라고 말한다. 참 웃음이 박한 영감이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일 년이 좀 더 된 것 같다. 어느 날 낯선 백인 남자가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

미국 생활 2022.09.08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교체해 보고

3년 전에 산 랩탑 컴퓨터를 켤 때마다 언젠가부터 하드 디스크(HDD)에 중대한 문제가 생겼다는 경고 메시지가 떴다.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으니 중요한 데이터는 따로 복사해 두고, 하드디스크는 빨리 수리하라며 겁을 주었다. 그 메시지를 무시하고 그냥 썼더니 나날이 기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수리는 불가능하고 하드 디스크를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밥을 며칠 굶을 수는 있어도 컴퓨터는 하루라도 없으면 살 수 없으니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래서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는 모두 외장 하드에 복사해 두고 부근의 미국인이 운영하는 수리점 몇 군데에 알아보았더니 인건비+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비용으로 $350 정도를 달라고 했다. 그 돈 들여서 수리하느니 차라리 새로 사는 게 낫지. 마침 내..

미국 생활 202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