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68

야간 비행기 여행(Red-Eye Flight)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작은딸 집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 며칠 후에 한국어 자막이 있는 미국 영화를 감상했다. 대체로 번역이 매끄러워서 자막이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는데, 다음 대사의 번역이 옥에 티였다. 사전만 찾아보았어도 이런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 텐데 서둘러 번역하다 보니 그랬나 보다. “Dad, I'm taking the red-eye. It's the last flight out. It's gonna be way too late.” “아빠, 제 눈이 충혈되어 버렸어요. 마지막 비행기에요. 너무 늦을 거예요.” 이 번역은 다음과 같이 정정되어야 한다. “아빠, 저 야간 비행기 타잖아요. 마지막 비행기에요. 너무 늦을 거예요.” ‘red-eye flight’ 또는 줄여서 ‘red-eye’는 비행..

미국 생활 2022.09.05

쉽게 들어온 돈은 쉽게 나가더라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고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미국 시민권자에게 경기 부양금(Stimulus Check)이라는 명목으로 1인당 $1,200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주겠다고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의아했다. 우리 부부는 은퇴해서 직업이 없는 사람이니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수입이 준 것도 아닌데 왜 우리가 그런 돈을 받아야 할까? 그런 돈은 자영업자나 실직자처럼 직접 타격을 받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퍼주어도 국가 재정에 문제는 없을까? 그래도 생각지도 않은 돈이 생긴다니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1차 stimulus check라는 돈 $2,400(1인당 $1,200)이 부부 공동명의의 은행 계좌로 입금되었다. 받고 나니 괜히 ..

미국 생활 2022.09.05

봄이 왔다

오늘 헬스클럽에서 다녀오는 길에 보니 온통 분홍색 꽃으로 뒤덮인 나무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기에 나도 모르게 “야~”라고 외마디 소리를 질렀더니 운전하던 아내가 왜 갑자기 소리를 질러서 사람을 놀라게 하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지그(Zyg)라는 아저씨에게 막 움튼 나뭇가지를 가리키며 곧 봄이 올 것 같다고 말했더니 “아직 쌀쌀하기는 하지만, 최소한 눈은 내리지 않겠네.”라는 대답을 들은 게 두어 주 전이었는데, 늘 지나다니는 길가 화단에는 땅속에 숨어 있던 수선화가 벌써 머리를 제법 많이 내밀었다. 며칠 전부터 “삐삐삐빅” 하고 네 음절씩 끊어서 노래하는 개똥지빠귀(American Robin)가 집 주위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겨우내 눈에 띄지 않던 야생 비둘기(Mourning Dove)..

미국 생활 2022.09.04

봄이 오고 있다

지난겨울 날씨는 유난히 매서웠다. 갠 하늘을 본 날이 많지 않았고, 눈 내리는 날이 많았다. 두어 차례의 폭설과 계속되는 찌푸린 하늘은 세상을 어둡게 만들었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마음을 더 힘들게 했다. 매서운 바람까지 불며 오랫동안 이어진 영하의 날씨로 땅은 돌덩이처럼 단단해졌다. 많은 이들의 마음이 무거웠으나 애써 간직해 온 희망을 버릴 수는 없었다. 3월이 시작된 지 며칠이 지났어도 날씨는 아직 쌀쌀해서 겨울이 봄에게 쉽사리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 것 같아도 따스한 햇살은 알게 모르게 겨우내 쌓인 눈을 녹이고 있었다. 드러난 누런 땅에는 눈밑에 숨어 있던 연두색 이끼와 낮게 깔린 풀잎이 눈에 띈다. 그걸 보니 농가월령가 (음력) 이월령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반갑다 봄바람에 의구히 문을 여니 말..

미국 생활 2022.09.04

미국의 의료 체계를 잘 알고 활용하자

먼저 미국의 의원(doctor’s office 또는 clinic. 속칭 동네 병원)과 병원(Hospital)에 대해서 알아보자. 의원은 대개 한 명의 의사가 개인 진료실을 두고 외래 환자들에게 초기 진료를 제공하며 필요할 경우 치료 약을 처방한다. 대개 평일 낮에만 운영하며 주중에 쉴 때도 있다.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없고, 고가의 검사용 장비나 진료 장비 또는 응급 치료용 장비가 구비되어 있지 않다. 의원의 의사가 직접 수술할 경우에는 종합병원의 수술실을 빌려서 시행한다. 병원은 대형 건물에서 많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병원은 하루 24시간 운영되며, 많은 의사가 여러 가지 분야의 환자들을 치료한다. 병원에는 환자가 입원하여 치료받을 수 있도록 많은 병상을 갖춰져 있다. 검사 및 치료용 고..

미국 생활 2022.09.04

다람쥐의 횡액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짐승은 다람쥐 아니면 개똥지빠귀(American Robin)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즈음 산책길에서 나무를 오르내리거나 길바닥을 뛰어가는 다람쥐를 흔히 볼 수 있다. 다람쥐라는 말의 어원은 ‘ㄷᆞ(아래 아)ㄹᆞㅁ+쥐로서, ‘ㄷᆞㄹᆞㅁ’은 ‘달리다(走)’라는 뜻인 ‘ㄷᆞㄷ다’의 명사형이라고 하니, 재빠르게 잘 달리는 쥐라는 뜻으로 생긴 단어로서, 현대어로 굳이 바꾸면 달리는 쥐 정도가 된다고 한다. 집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람쥐는 두 종류가 있다. 몸집이 쥐보다 조금 크고 꼬리가 몸길이 만큼 긴 회색 다람쥐는 영어로 Squirrel이라고 하는데 긴 꼬리를 나풀거리며 팔짝팔짝 뛰다가 나를 만나면 힐끔 쳐다보며 머뭇거리다가는 바로 뛰어간다. 때로는 별..

미국 생활 2022.09.03

나는 개를 못 키우겠네

우리 이웃에 개를 기르는 집이 대여섯 집이 있어서, 산책길에서 그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개와 함께 산책하는 그들을 보면 “개는 주인을 닮는다.”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날 정도로 개와 주인의 모습과 성격은 서로 닮은 것 같다. 그러니까 사람 같은 개와 개 같은 사람이 산책하는 걸 보게 되는 셈이다. 미국인들이 반려견을 각별히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산책길에서 만나는 개 주인들의 표정은 마치 하기 싫은 숙제를 하러 나온 사람들처럼 그리 밝지 않다. 얼굴을 찌푸리고 머리를 흐트러뜨린 키가 작은 할머니와 함께 걷는 개는 앞머리의 털이 눈을 덮고 있고 체구도 자그마한데, 사람을 보면 눈치를 보며 할머니 뒤로 숨으려고 하는 겁먹은 듯한 모습이 주인을 빼닮았다. 작달막하고 좀 부산스러운 아저씨와 산책하는 개도 작달막한..

미국 생활 2022.09.03

개똥인지 지빠귀인지

“매기의 추억”으로 잘 알려진 노래의 영문 가사를 한국어로 다시 번역해서 소개한 적이 있었다. 영문 가사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매기, 나는 오늘 언덕을 거닐었다오(I wandered today to the hill, Maggie).”로 시작되는 가사가 널리 알려져 있고, “매기, 숲에는 제비꽃 향기가 가득했소(The violets were scenting the woods, Maggie).”로 시작되는 가사도 있는데 두 가사의 내용은 매우 달랐지만, 둘 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게 “옛날의 금잔디 동산에”로 시작되는 동요 조의 한국어 번안 가사보다 마음에 들었다. “매기, 숲에는 제비꽃 향기가 가득했소.”로 시작되는 가사의 두 번째 연에 나오는 ”A robin sang loud from a..

미국 생활 2022.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