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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과 함께 걷기

뉴저지 메이플우드 성당의 50주년 기념집 제작의 편집에 관여하며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최종 작업으로 기념집의 제목을 한국어와 영어로 정해야 하는데 몇 분의 의견을 종합하여 영어 제목을 “Walking with Jesus’로 정했다. 요즈음 화제가 되고 있는 AI에 이 제목이 어떤지 물어보았더니 아래 내용과 같은 답변을 받았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AI의 도움을 받아야 할 미래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는 미래에 AI의 지배를 받게 되는 건 아닐까? (아래 내용은 AI가 영문으로 답변한 걸 제가 한국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걷기”는 우리 삶에서 그분을 따르는 걸 비유한 표현으로서, 그분의 가르침에 따라 살고 그분이 보여 주신 모범을 따른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예수님과 함께 걸으면 우..

신앙 생활 2023.05.19

몸에서 나는 냄새

전쟁을 전후하여 태어난 우리 세대가 어릴 적에는 세숫비누와 빨랫비누의 구분이 없었다. 작은 벽돌만 한 무궁화 표 빨랫비누로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고 목욕탕에 갈 때도 그걸 갖고 가서 온몸을 씻었다. 작가 강신재의 단편 소설 ‘젊은 느티나무’는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소설에서 그는 대단한 부자 아버지를 두었으니, 그에게서 나는 비누 냄새는 무궁화 표 빨랫비누 냄새가 아니고 외제 세숫비누의 향긋한 냄새였을 것이다. 작가는 이 문장을 통해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끌리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 문장이 생각난 건 어머니날을 며칠 앞두고 출장 온 큰딸과 저녁을 함께 하면서였다. 지중해식 식당에서 어머니날 축하 요리를 즐기며 외손자와 두 외손녀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가족 이야기 2023.05.12

내 기억력도 이제는 믿을 게 못 된다

5월을 며칠 앞둔 어느 날, 갑자기 5월에 생일을 맞는 외손자가 생각났다. 작은딸의 외동아들인데, 빼어난 유머 감각으로 학교에서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인기 짱이며, 우리 부부와 화상통화를 할 때마다 한국어로 인사를 해서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귀염둥이다. 그래서 아마존을 열심히 뒤져 선물 한 가지를 골라서 작은딸에게 이메일로 어떤지 물어보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록 답장이 없었다. 그러다가 불현듯 내 실수를 깨달았다. 그 아이 생일이 5월이 아니고, 7월인 것을. 5월에는 딸 둘, 아들 하나를 둔 큰딸네 막내딸의 생일이 들어 있다. 다시 생각을 정리해 보니 6월에는 큰딸의 아들 생일이, 11월에는 큰딸의 큰딸 생일이 들어 있고, 1월에는 작은딸, 2월에는 큰딸, 7월에는 ..

가족 이야기 2023.05.04

나이 들어가니 걱정거리는 늘고

아침 산책길에서 자주 만나는 시(Shi)할머니는 중국 태생이고, 추(Chu)할머니는 대만 태생이다. 두 분 모두 84세로 동갑인데, 공교롭게도 생년월일조차 똑같으니 무슨 운명의 끈으로 연결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두 분은 같이 다닐 때가 많고 거의 매일 아침 함께 산책한다. 아침마다 팔을 앞뒤로 힘차게 휘두르며 4 Km가 넘는 거리를 걸으니 그 나이에 참 대단한 일이다. ‘시’ 할머니는 20여 년 전 바람피우던 남편을 내쫓았고, ‘추’ 할머니는 오래 전에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살지만, 두 분은 시도 때도 없이 오가며 외로운 사람끼리 서로 의지하며 지낸다. 며칠 전 아침에 ‘시’ 할머니 혼자서 산책하기에 ‘추’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더니, 그분은 다리가 아파서 그날은 걷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

미국 생활 2023.05.02

우리 이웃에 사는 백인 영감

우리 이웃에 사는 백인 영감의 차 뒤 범퍼에는 “나는 해병대 헌병 출신이다”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그의 집 앞에 있는 작은 화단에는 크고 작은 성조기가 여남은 개나 꽃혀 있는데, 한쪽 끄트머리에는 조금 큰 성조기와 해병대 깃발이 일 년 내내 펄럭인다. 궁금해서 얼마 전에 언제, 얼마 동안 해병대원으로 복무했는지 물어 보았더니 겨우 2년, 그것도 아주 오래 전, 젊었을 때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해병대원이었음을 긍지로 여기고, 조국을 위해 복무했음을 자랑스러워하며 애국심을 드러내는 그가 대단해 보였다. 미국인들은 제복을 입은 군인, 경찰, 소방관을 존경하며, 군 제대 후에도 연금, 의료 혜택 제공 등에 많은 배려를 해 준다. 그러니 그 영감이 군 경력을 그렇게 자랑스러워할 수밖에. 한국도 그런 사회가 되..

미국 생활 2023.05.01

드디어 좌골신경통이 찾아왔다.

드디어 좌골신경통이 찾아왔다. 엉덩이와 종아리가 아프기 시작하자, 늘 클러치 두 개를 짚고 구부정하게 걷는 내게 허리 통증이 언젠가는 찾아올 거라는 반갑지 않은 예언을 한 한의사 얼굴이 떠올랐다. 늘 자세에 신경을 썼건만, 통증이 찾아왔으니 이게 나이 탓인가, 보행 자세 탓인가? 불편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라서 그냥 두면 낫겠지 하며 2, 3일 미적대다가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어저께부터 물리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치료받으러 가는 게 귀찮아서 진통제를 먹으면 괜찮고, 걸을 때만 좀 신경 쓰이지만, 이런 치료까지 받아야 하냐고 투덜댔더니, 아내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Let’s go to the therapists!”를 외쳤다. 이런 환자를 많이 다뤄보았는지 물리치료사는 내 시원찮은 설명을 듣고 단..

교통사고 이후 2023.04.19

해 뜨고, 해 지네

어쩌다 뉴저지 남단의 바닷가 마을에서 며칠 머물다 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무슨 의식을 치르듯이 해 뜨는 시간에 맞추어 새벽에 일어나 해 뜨는 걸 보고, 저녁에는 해 지는 걸 보며 사진을 찍는다. 오래전에 거기서 찍은 사진을 보니 사진이 거의 같아 보여서 어떤 게 해돋이이고 어떤 게 해넘이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해가 진 다음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또는 밤이 아침으로 바뀌기 전의 어둑어둑한 상태를 어스름(영어로는 Twilight)이라고 한다. 천문학에서는 해가 뜨기 조금 전인 상태를 새벽(Dawn)이라고 하며, 그걸 다시 3등분하여 수평선에서 떨어진 각도에 따라 6도씩 구분하여 각각 달리 부른다. 마찬가지로 해가 지고 조금 후의 상태를 황혼(Dusk)이라고 하며, 그걸 다시 3등분하여 수평선에서 ..

교통사고 이후 2023.04.13

나이 들면 모두 환자라던데

내가 L 목사를 처음 만난 건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온 직후였으니 4년 전이었다. 어느 날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있는데 나보다 나이 조금 더 들어 보이고 점잖게 생긴 분이 혹시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본인이 목사라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체육관에 나오는 다른 한국인에게서 그분이 근처에 있는 한국 교회에서 사목하다가 은퇴한 원로 목사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 가끔 점심도 함께하고, 집에서 만든 음식도 나눠 먹고, 그분의 안내로 영어 공부도 함께 하며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서로 다른 종교를 믿어도 그게 전혀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괜히 목사티를 내며 성경 말씀을 가르치려 든다든가, 가톨릭을 은근히 비난하며 개종을 권한다든가 하는 일 없이 오로지 일상적 얘기만 나누니 신앙이 다른 게 문제가 되려야 ..

미국 생활 2023.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