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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을 사서 한 바오로 사도

신약 성경에서 사도 바오로가 쓴 서간을 읽다 보면 그분이 겪은 고난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특히,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에 그분이 겪은 것으로 열거된 육신의 고통과 위험과 어려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육신의 고통 마흔에서 하나를 뺀 매를 유다인들에게 다섯 차례나 맞았다. 채찍으로 맞은 것이 세 번, 돌질을 당한 것이 한 번, 파선을 당한 것이 세 번. (밤낮 하루를 꼬박 깊은 바다에서 떠다니기도 하였다) 2. 여덟 가지 위험 강물의 위험, 강도의 위험, 동족에게서 오는 위험, 이민족에게서 오는 위험, 고을에서 겪는 위험, 광야에서 겪는 위험, 바다에서 겪는 위험, 거짓 형제들 사이에서 겪는 위험 3. 여덟 가지 어려움 수고와 고생, 잦은 밤샘, 굶주림과 목마름, 잦은 결식, 추위와 헐벗..

신앙 생활 2022.12.28

41년 전 오늘 밤

41년 전 오늘 밤 주재원으로 발령받고 JFK Airport에 도착했다. 주재원 발령을 승진 이상으로 여기던 때라, 다들 그만하면 강원도 촌놈이 출세했다고 했지만, 출세는 개뿔! 그날이 바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날이었다. 한국에서 70여명 직원을 거느리고 출세한 듯 착각하며 지내던 좋은 세월은 끝나고 현지 채용한 여직원 딸랑 네 명만 모시고 일하기 시작한 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미국에 오기 직전까지는 회사에서 제공한 사택에서 지내며 충성심 강한 직원들 덕분에 편히 지내다가, 잘 통하지도 않는 영어로 분주하게 쫓아다니며 월세 아파트를 구하려니 후회가 밀려 왔다. “괜히 왔구나.” 그로부터 3개월 후 아내와 두 딸이 내 뒤를 따라 미국에 입국했다. 그때 나는 서른두 살, 꽃다운 나이였고, 두 딸은 각각 한..

시간여행 2022.12.11

바람은 왜 피워서

옆집에 사는 잭(Jack)이 당뇨로 인해 문제가 생겨서 여러 달 병원을 거쳐 재활원에 입원했다가 얼마 전에 퇴원했다. 몇 달 전에 엄지발가락을 잘랐다던데 이번에는 또 무슨 문제였을까? 그는 나보다 두 살 아래인 백인 남자인데 건강이 좋지 않아서 늘 안색이 창백하고 개를 끌고 걷는 게 힘겨워 보인다. 때로는 잭만큼이나 늙어 보이는 개가 어기적거리며 그를 끌고 가기도 한다. 나보다 두 살 많은 이웃 남자 스캇(Scott)도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에 문제가 있다며 얼마 전에 구급차로 응급실로 실려 갔다 오고 나서는 부쩍 늙어 보인다. 내 나이 또래의 노인들이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길 들으면 나도 심란해진다. 잭에게서 재활원 얘기를 들으니 교통사고 후 석 달 동안의 재활원 입원 중에 만난 한국인 부부가 생각났다...

미국 생활 2022.12.11

알몸으로 달아난 젊은이

“제자들은 모두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났다. 어떤 젊은이가 알몸에 아마포만 두른 채 그분을 따라갔다. 사람들이 그를 붙잡자, 그는 아마포를 버리고 알몸으로 달아났다.” (마르 14, 50-52) 성경 통독을 하며 마르코 복음서에 나오는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다른 복음서에는 나오지 않는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가 왜 복음서에 등장할까? 전후 사정을 헤아려 보아도 이 이야기가 들어가야 할 까닭이 없어 보인다. 우리 주님이 겟세마니에서 공포와 번민에 휩싸이다가 잡히신 극적인 사건에서 제자들이 모두 그분을 버리고 달아났는데도 용감하게 그분을 따라간 이 젊은이는 누구일까? 일부 성서학자들은 이 젊은이가 마르코 사도였다고 보기도 한다. 예수님이 끌려가는 심각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이..

신앙 생활 2022.11.09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보아라

가을이 깊어가며 나뭇잎이 곱게 물들어 주위 풍경이 참 아름답다. 하루가 다르게 노란색은 더 노랗게, 빨간색은 더 빨갛게 물들어 가며 자연의 신비를 드러낸다. 매년 이맘때면 보는 단풍이지만, 볼 때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에 시골로 이사 와서 갖가지 나무로 둘러싸여서 살며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게 참 감사하다. 집 주위에 사는 동물들은 요즈음 겨울 준비를 열심히 한다. 줄무늬 다람쥐는 볼따구니 가득 도토리를 물고 땅속 소굴로 물어 나르느라 바쁘고, 청설모는 종일 땅을 파서 도토리를 숨기느라 쉴 틈이 없어 보인다. 여름 내내 눈에 띄지 않던 사슴 가족은 사람이 있건 없건 상관하지 않고 나타나 도토리를 주워 먹거나 나뭇잎을 뜯어 먹기에 바쁘다. 아마도 식량이 부족한 겨울에 살아남기..

신앙 생활 202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