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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딱지와 귀지

“하루 한 알의 사과는 의사를 멀리하게 한다.”라는 말이 있다. (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 이 말은 1866년에 영국의 어느 지방(아마 사과 산지인 듯함.)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하는데,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과가 그리 대단한 효능을 지닌 건 아니고, 다른 과일처럼 매일 먹으면 건강에 유익하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나는 사과를 별로 즐기지도 않으면서 의사를 되도록 멀리하는 편이다. 의사 만나기를 즐기는 사람은 없겠지만, 교통사고 후 반 년이나 입원했고,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후속 치료를 위해 의사를 수없이 만났기에, 의사 만나는 게 정말 싫다. 나이 들며 한 번씩 받아본다는 내시경 검사도 이 나이 되도록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고, 사고 후유증으로..

미국 생활 2022.09.07

카이사르, 루비콘강을 건너다

고등학교 동창생인 최승환 군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요약하여 동창 카페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한 게 작년 이맘때였다. 작년 말에 연재가 끝나자, 아쉬운 마음에 내가 그의 글을 모아서 약간의 교정을 본 다음 두껍고 큰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책을 보는데, 필요할 때는 원저자의 책을 찾아서 자세한 내용을 찾아 읽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는 카이사르의 루비콘강 도하 장면을 갈리아 전기 중 내전기(內戰記)의 기록을 바탕으로 원저자가 재현한 글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카이사르는 그를 쳐다보는 병사들에게 망설임을 떨쳐버리듯 큰소리로 외쳤다. ‘나아가자, 신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우리의 명예를 더럽힌 적이 기다리는 곳으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장군의 뒤를 따르자!..

이것저것 2022.09.07

천년도 당신 눈에는

당신께서는 인간을 먼지로 돌아가게 하시며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아, 돌아가라.” 정녕 천 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야경의 한때와도 같습니다. 당신께서 그들을 쓸어 내시면 그들은 아침잠과도 같고 사라져 가는 풀과도 같습니다. 아침에 돋아났다 사라져 갑니다. 저녁에 시들어 말라 버립니다. (사편 90, 4-6) 성경에서 시편은 기도, 찬양, 찬미, 탄원, 감사 등이 표현된 수많은 시가 모여서 이루어진 책이다. 비슷한 표현의 시들이 반복되니 나처럼 신앙심이 깊지 않은 사람에게는 시편 읽기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미사나 연도 등의 전례에서 사용되어 많이 대한 구절을 보면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애쓰는 편이다. 오늘 아침에 읽은 시편 90편을 읽으며 거의 40년 ..

신앙 공동체 2022.09.07

지난해에 세상을 떠난 교우들

이사하고 나서 40년 가까이 다니던 성당을 떠났지만, 그 성당 신자들이 세상을 떠나면 소식을 전해 듣게 되고 때로는 장례 미사에 참례하기도 한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에 세상을 떠난 분들이 여덟이나 되지만, 신기하게도 코로나로 세상을 떠난 분은 한 분도 없다. 돌아가신 분들의 향년과 사망 원인은 아래와 같다. 92(노환), 78(지병), 71(당뇨), 70(암), 69(뇌졸중), 67(사고), 65(지병), 57(암). 100세 장수 시대라고 하는데, 대개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으니 안타깝다. 명절 때면 나에게 다디단 초콜릿을 선물로 주시던 S 할머니는 90을 넘겨 돌아가셨으니 그나마 장수하신 편이다. 몇 년 전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송사까지 걸어서 법원에서 받은 서류를 들고 ..

신앙 공동체 2022.09.07

주님, 제 끝을 알려 주소서

며칠 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베로니카 씨는 오랫동안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활동도 열심히 한 신자이다. 수십 년 동안 성당에서 주일마다 얼굴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몇 년 동안 나와 함께 성당 일을 하며 수요일마다 회의를 마치면 삼겹살을 구워서 점심도 함께한 적도 많았기에 그녀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고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저녁 산책길에서 범인을 뒤쫓으러 긴급 출동하던 경찰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들으니 참 어이가 없었고, 기가 막혔다. 다른 차도 아니고 경찰차라니. 그리고 범인이 아니고 선량한 행인이 그런 사고를 당했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그녀는 몇 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정밀검사 과정에서 우연히 여러 군데의 암세포가 발견되고 나서 힘겨운 투..

신앙 공동체 2022.09.07

장자 철학서 읽기

심심풀이로 내용이 그리 무겁지 않은 소설을 읽는 사람을 가끔 볼 수는 있어도 고전과 사회과학서를 열심히 읽는 사람은 흔치 않다. 보고 즐길 게 얼마나 많은 세상인데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볼 시간을 쪼개어 독서라는 걸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젊은이들은 수험 관련 서적이나 자기계발서를 보며 그걸 독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주위에 고전과 사회과학에 관한 책을 열심히 사모아서 읽는 분이 한 분 있는데 나는 그분을 희귀동물(죄송)이라고 여긴다. 독서라야 소설책이나 보며 시간을 보내는 내 수준으로는 읽어도 머리만 아프고, 돈 안 되는 그런 책을 읽는 사람이 멸종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얼마 전에 그 댁에 놀러 갔더니 서가에서 책 몇 권을 꺼내와서 보여주며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빌려 가라고 하..

이것저것 2022.09.06

자동차 시장이 미쳤더라

2주 전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바로 차를 렌트해서 지내다가 이틀 전에 새 차를 샀다. 비록 처음 마음에 두었던 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 차를 타고 다니니 차를 렌트해서 지낼 때보다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정지 신호에서 신호 대기 중 좌회전 신호로 바뀌자 직진 주행로에 있던 내차 바로 뒤차가 착각해서 내 차를 들이받은 거니 내 잘못은 전혀 없었어도 보험 처리, 바디 샵과의 문제 처리, 렌트 카 빌리기, 새 차 사기 등, 하나같이 머리 아픈 일이었다. 183,000마일(293,000km)이나 주행했어도 상태가 좋아서 앞으로 10년은 더 굴리리라 마음먹었던 정든 차를 폐차시키는 것도 마음 아팠다. 화가 치밀어 올라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었고, 매일 쌓이는 스트레스를 술로 달랬더니 집에 와인은 한 병도 ..

미국 생활 2022.09.06

임사 체험(臨死體驗) 후 그의 영혼은 변화되었다.

필자 : 마이클 로페즈 2021년 5월 25일 가이드포스트에 게재됨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친구네 집에 있었는데, 우리는 거실에서 텔레비젼을 보며 함께 어울려서 놀고 있었다. 갑자기 숨 쉬는 게 너무 힘겨워지더니 방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정신이 아찔해서, 일어나 보았으나 바로 마룻바닥에 쓰러졌다. 내가 왜 이럴까? 그 전주에 몸이 조금 안 좋은 것 같았는데, 별로 심하지는 않았다. 막연히 끔찍한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코비드 19가 아닐까? 내 친구는 911에 전화했고, 잠시 후 응급 구조원이 들이닥쳤다. 나는 방바닥에 쓰러져서 호흡 곤란으로 고통스러워했다. “환자가 죽을 것 같아!”라고 누군가가 외쳤다. 나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그러자 온 세상이 캄캄해졌다. 나는 어둠 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

번역문 2022.09.06

음치로 살아가기

어릴 적부터 별로 신통치 않던 내 노래 실력이 변성기를 거치며 엉망이 되어 버렸다. 고등학교 때는 가창으로 치르던 음악 시험에서는 늘 반에서 유일하고도 최하인 점수, 55점을 받아서 석차를 떨어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회사에 입사하고는 회식에서는 밥 먹기, 술 먹기가 대강 끝나면 으레 노래판이 벌어졌는데 그때마다 참 곤혹스러웠다. 내 순서가 지나가기를 바라며 일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기도 했지만 영악한 동료는 나를 빠뜨리는 일이 없이 한사코 내 노래를 들으려고 했다. 맨정신에 노래하기란 어려워서 노래 부를 차례가 돌아오기 전에 연방 술을 들이켜기도 했다. 어렵게 노래를 부르면 듣고서 웃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나만 빼놓고. 그럴 때마다 마음이 상해서 밥 잘 먹고 좋은 분위기에서 잘 놀다가도 기분이 엉망..

시간여행 2022.09.06

유카탄반도에 다녀와서

지난해 연말에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북동쪽 끝에 있는 휴양지로 여행을 다녀왔다. 비행기 요금, 호텔 숙박비, 식비 그리고 팁까지 모든 경비를 미리 지불하는 방식으로 예약했더니 부담 없이 먹고, 마시고 쉬면 되니 참 편했다. 리조트 내의 어느 술 가게나 호텔 로비에 앉아 있어도 종업원이 와서 필요한 음료수가 무언지 물어보고는 바로 갖다주고, 어떤 식당에 가도 무엇이든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었다. 겨울철이라지만, 기온이 섭씨 30도 가까이 되는 날씨라서 해변에서는 헝겊 두 쪽만 걸치고 수영이나 일광욕을 즐기는 미스 유니버스 못지않은 늘씬한 미녀들을 수없이 볼 수 있었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우리가 묵은 곳의 지명이 ‘시안 칸’이었는데 마야어로 ‘천국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뜻이라 했다. 일 년 내내 날씨가 ..

이것저것 20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