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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외계인

회사 후배 K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퍼온 글 ‘은퇴 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재미있게 읽으며 글의 내용에 공감했다. 특히, “손자가 좋아 죽겠다고 카톡 프로필까지 손주 사진으로 도배를 해 놓고 할아버지가 외계인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일곱 살 될 때까지 보육원장 놀이하기”라는 대목에서 크게 웃었다. 한국 나이로 일곱 살이면 만 여섯 살이 되겠다. 지나고 보니 우리 큰 외손녀도 그랬다. 태어나고 얼마 동안은 낯가림이 심해서 우리 부부의 얼굴을 보면 삐쭉거리며 울었다. 좀 지나니 오랜만에 우리 부부를 만나면 반갑다는 듯이 방긋거려서 먼 길 달려온 보람을 느끼게 했다. 말하기를 시작하고는 우리가 가면 온몸으로 반가움을 드러냈다. 세 살 좀 지나서는 우리가 떠날 때는 다리를 잡고는 가지 말라고 매달려서 돌아..

가족 이야기 2022.09.07

할아버지,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대 유행이 시작된 지 벌써 일 년 반 정도 지났다. 그동안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작은딸 집은 물론 자동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큰딸 집도 방문하지 못 하다가 지난 주 토요일에 일 년 하고도 두어 달 만에 방문했다. 그동안 두어 차례 정도 딸네 집 근처 공원에서 잠깐 본 적도 있었고, 매주 한 번 정도 화상 통화로 얼굴을 잊지 않을 정도로 외손녀와 외손자를 보기는 했지만, 집 안에 들어가서 그들과 여러 시간 함께 지내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확진률과 사망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우리 부부와 큰딸 내외도 백신 접종을 마쳤기에 둘째 외손녀의 생일을 맞아 드디어 큰딸 집을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낯설었던지 열 살 된..

가족 이야기 2022.09.07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교체해 보고

3년 전에 산 랩탑 컴퓨터를 켤 때마다 언젠가부터 하드 디스크(HDD)에 중대한 문제가 생겼다는 경고 메시지가 떴다.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으니 중요한 데이터는 따로 복사해 두고, 하드디스크는 빨리 수리하라며 겁을 주었다. 그 메시지를 무시하고 그냥 썼더니 나날이 기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수리는 불가능하고 하드 디스크를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밥을 며칠 굶을 수는 있어도 컴퓨터는 하루라도 없으면 살 수 없으니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래서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는 모두 외장 하드에 복사해 두고 부근의 미국인이 운영하는 수리점 몇 군데에 알아보았더니 인건비+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비용으로 $350 정도를 달라고 했다. 그 돈 들여서 수리하느니 차라리 새로 사는 게 낫지. 마침 내..

미국 생활 2022.09.07

하늘나라의 시골장

얼마 전 작송(鵲松) 김영수 시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시인이 쓴 시들 중에서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이 시골장이었다. 이 시를 바탕으로 노랫말이 만들어진 게 바로 장사익이 부른 시골장인데 시조 형식으로 씌여진 그 시는 다음과 같다. 사람이 그리워서 시골장은 서더라 연필로 편지 쓰듯 푸성귀를 담아 놓고 노을과 어깨동무하며 함께 저물더라 나는 언젠가 시인에게 이 시에서 “연필로 편지 쓰듯 푸성귀 늘어놓고”라는 구절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내 말을 듣고 씨익 웃기만 했다. 작송 시인과 나는 같은 성당에 다녔기에 서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지는 않고 눈인사만 하고 지냈다. 시집을 여덟 권이나 낸 유명한 시조 시인인 그에게 다가가기에는 내가 시에 대해 아..

신앙 공동체 2022.09.07

하느님의 침묵

‘붉은 수수밭’이라는 중국 영화는 장이머우 감독의 데뷔작이자 배우 궁리가 처음 출연한 영화로서 두 사람은 이 영화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나에게 중국 영화에 관심을 끌게 한 영화인데 항일 게릴라로 활동하던 인물이 일본군에게 잡혀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형별을 받는 장면은 정말 끔찍했다. 가죽을 벗겨내는 장면은 건너뛰었는데도 상상만으로도 매우 두려웠다.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에서 정경으로 인정하는 마카베오기 2권 7장에 ‘한 어머니와 일곱 아들의 순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붉은 수수밭’이라는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 시리아의 안티오코스 4세 때에 유대인인 어떤 일곱 형제가 어머니와 함께 체포되어 매질을 당하며, 유대 율법으로 금지된 돼지고기를 먹으라는 강요를 임금에게서 받은 일..

신앙 생활 2022.09.07

하느님, 뭔가를 보여 주셔야지요

며칠 전 CNN에서 뉴욕 맨해튼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의 파비안 아리아스 신부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화면에서는 이 성당의 주임 신부인 아리아스 신부가 서른세 번째 사망자로 명단에 오른 라울 루스 로페스의 장례 미사를 집전하는 걸 보여준다. 39세인 식당 배달원인 로페스는 지난달 뉴욕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그는 이 성당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한 여러 신자 중 한 명이다. 아리아스 신부의 책상 위에는 장례 미사를 대기하고 있는 사망자 명단이 놓여있고, 그 위에는 이 장례 미사 후에 쓸 마스크가 있다. 그 명단에는 10여 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조만간 더 많은 신자의 이름이 추가될까 봐 걱정이다. 성당 지도자들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한 신자들이 벌써 44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 사..

신앙 생활 2022.09.07

평온을 구하는 기도

평온을 구하는 기도 (Reinhold Niebuhr (1892-1971)-개신교 신학자) 하느님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해 주시고,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용기 있게 바꾸게 해 주시되, 이 두 가지의 차이를 지혜롭게 분별하게 해 주소서. 매일 충실히 살고,/매 순간을 즐기게 해 주시며,/고난을 평화로 이르는 길로 받아들이게 하시고,/ 죄 많은 이 세상을 제 뜻대로가 아니라/주님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시며,/제가 주님 뜻에 따르면,/주님께서 모든 것을 바로 잡으시리라 믿게 하셔서/이 생에서는 적절한 행복을 누리고,/저 생에서는 주님과 함께 지극한 행복을/영원히 누리게 하옵소서./아멘 평온을 구하는 기도는 하느님에게 우리 삶의 모든 면에서 평온함과 평화를 청하는 기도이며..

카테고리 없음 2022.09.07

소설 파친코를 읽고

가끔 한국어 번역본 소설을 구할 수 있어도 영문판을 사서 읽을 때가 있다. 한국에서 발행한 책이 비행기 타고 바다를 건너오면 한국 정가의 두 배 이상이 되니 한두 번 읽고 말 한국어 번역판을 사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반면에 영문판 소설은 대개 중고로 살 수 있는데 우송료를 포함해도 $5 이하에 살 수 있으니 가격이 믿을 수 없을 만치 싸다. 이런 걸 연금 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는 은퇴 노인의 생존 전략이라고 해야 하나? 최근에 화제가 되는 미국 이민 2세인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를 영문으로 읽은 까닭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이베이에 알아보니 중고 책값이 우송료를 포함해서 $4이었다. 우선 위키피디어로 줄거리와 작품 해설을 몇 번 읽고 머릿속에 담아 둔 다음에 영문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첫 페..

이것저것 2022.09.07

특허 분쟁에 대처할 자료를 찾으러

내가 금성사 특허부서에서 일하던 시기(1974~78)에는 특허 분쟁에 대처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었다. 개인용 컴퓨터는 있지도 않았고, 큰 회사나 정부 기관에 메인 프레임 컴퓨터가 한 대 설치되어 컴퓨터 전문가나 그걸 다룰 수 있던 시절이어서 자료 조사는 오로지 문서를 수작업으로 찾을 수밖에 없었다. 특허(실용신안)를 받기 위해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는 (1) 산업상 이용 가능성 (2) 신규성 (3) 진보성 등 세 가지가 있는데, 특허 무효심판 청구나 이의신청에서는 신규성이 가장 문제가 되었다. 신규성 상실을 증명하려면 특허 출원 이전에 그 발명이 공지(公知), 공용(公用)되었음을 입증할 증거 자료를 제시해야 했다. 그런 자료를 찾으려면 아무래도 특허청 자료실에 자주 가야 했다...

시간여행 2022.09.07

코로나바이러스 시국의 반보기

조선 시대에는 시집간 딸은 출가외인이라 했을 정도로 평상시 친정과의 교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번기를 벗어나는 추석 무렵이 되면 하루 정도 짬을 내어 외출하는 것이 묵인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하룻밤 묵는 것은 용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리가 멀 경우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반보기로 보인다. 약속한 날짜에 양쪽 집의 중간 지점에서 만나 회포를 풀고 그날 돌아오는 당일치기의 만남이었다. (한국 민속대백과사전) 그 시절의 노랫말이 '반보기 구전민요'로 전해지고 있는데 내용이 참 애절하다. 그중 일부만 아래와 같이 인용해 본다. '하도하도 보고저워 반보기를 허락받아/ 이 몸이 절반가고 어메가 절반 오시어/ 새 중간의 복바위에서 눈물콧물 다 흘리며/ 엄마엄마 울엄마야, 날 보내고 어이 살았노.' 얼마..

가족 이야기 202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