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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을 작성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자가 격리가 시작되고 미국 내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들으며 ‘진작에 유언장을 만들어 둘 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여 년 전에 교통사고라는 날벼락을 맞고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난 나는 죽음이란 예고 없이 찾아오고, 누구든 죽는다는 사실을 절감했기에 유언장을 미리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었고, 변호사인 큰딸도 몇 년 전부터 유언장을 미리 만들어 두자고 권하며 유언장 전문 변호사까지 알아 두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몇 년을 끌다가 이번에 마음이 바빠진 것이다. 그래도 그동안 여러 차례 유언장 내용에 대하여 큰딸을 비롯한 가족들과 다음과 같이 의견을 교환해 두었다. 1. 장례는 매장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화장으로 할 것인가? 본인의 신앙이나 인생관에 따라 ..

가족 이야기 2022.09.06

욥이 인생의 가장 난해한 문제에 직면하여 하느님을 만나다

욥기는 지금까지 쓰인 문학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들 중 하나이며 시대를 초월하는 걸작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욥기는 내용이 경이롭고, 아름다우며, 잊히지 않고, 신비스럽고, 온화하면서도 대형 망치처럼 강력하다. 탐정 소설을 읽을 때와는 달리 따지지 않고 공감하며 열린 마음으로 읽는다면 그렇게 느껴진다. 욥기는 무한히 신비스럽기는 하지만, 마지막 부분. 하느님께서 욥에게 하신 말씀에 주제나 교훈이 매우 분명하며,드러나 있다. 욥의 문제가 악의 문제라면, 해답은 ‘우리는 해답을 모른다’일 것이다. 우리는 욥이 알았던 것보다는 몰랐던 것에 공감한다. 전능하시고, 공의로우신 하느님이 다스리시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악의 문제, 고통의 문제, 불의의 문제 등은 인생에서 가장 난해한 문제다. 욥기는 우리에게..

번역문 2022.09.06

왜 내가 이 고생을 사서 한담

오래전 똑똑한 인간들이 “자, 성읍을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 그렇게 해서 우리가 온 땅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자.”라고 말하며 천국에 닿으려고 높은 건축물을 계속 쌓았다. 그 탑이 있던 곳의 이름은 바벨이라고 한다. 그 오만함에 분노한 하느님께서 “보라, 저들은 한 겨레이고 모두 같은 말을 쓰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하려는 일의 시작일 뿐, 이제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그들의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자.” 라 하시며 인간의 말을 제각각으로 만들고 그들을 온 땅으로 흩어 버리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되어 버렸다고 한다. (창세기 11장 4~9절) 그 이후 언어 수가 자꾸 늘어나서 지..

이것저것 2022.09.06

와인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집콕을 할까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적 격리가 시작되자 주류 판매가 급상승했다고 한다. 특히, 가게에 가서 사기가 께름칙한 사람들이 많은지 택배로 술을 사는 사람들이 무척 늘었다고 한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침 열한 시 경부터 술 마시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하긴 요즘같이 심란한 시기에 그런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식당이나 술집이 문을 닫았는데도 호황을 누리는 온라인 술장사들은 이참에 확실히 돈을 벌어야겠다고 작정했는지 이 메일을 열어보면 싸게 빨리 술을 배달해 준다는 광고가 하루에도 몇 건씩 뜬다. 5% 특별 가격 인하, 저렴한 운송비…등으로 유혹하지만, 술이란 건 모두 무게가 무거우니 운송비가 장난이 아니다. 5% 인하했다는 술 가격도 가게에서 파는 술보다 비싸니 나같이 ..

미국 생활 2022.09.06

오래된 레시피

가끔은 아내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요리란 걸 한다. 오래 전 라면 끓이기에서 시작한 요리가 고급 요리로 발전했으면 아내에게 입 호강이란 걸 시켜 줄 수도 있으련만, 내 요리 실력은 만들기 쉬운 짜장면이나 링귀니(이탈리아 국수 요리)에서 그쳤으니 아쉽다. 그것도 재료를 준비해 두고 척척 만들면 아내 보기에 불안하지 않겠지만, 그때마다 서류함에서 레시피를 꺼내서 일일이 들여다보아야 하는 어설픈 요리사이다. 이번에도 링귀니가 생각나서 레시피를 꺼내다 그것과 함께 잘 모셔 둔 큰딸의 메모를 보고 울컥했다. 링귀니 요리를 만들 때마다 보게 되는 메모이지만, 볼 때마다 눈물이 나려고 한다. 또박또박 한글로 쓰여진 메모는 날짜부터 시작된다. 2006년 9월 27일 “사랑하는 아빠에게, 이 레시피 생각나지요? 아빠..

가족 이야기 2022.09.06

옛날에 금성사 특허과에서

거의 50년 전 내 신입사원 시절에 업무부에서 특허 업무를 담당할 때 얘기니까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일이다. 그때는 곰이 마늘을 먹고 100일 동안 동굴에서 웅크리고 있으면 예쁜 여자가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다던데 나는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아래 이야기는 내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이니 신화가 아니고 금성사 역사의 일부가 되겠다. 그 당시에는 산업 재산권법(특허법, 실용신안법, 상표법, 디자인 보호법)과 관련 법령이 일본 것과 같았다. 금성사의 직무 발명 보상 규정도 히타치 걸 거의 그대로 번역해서 만들었다. 언젠가 특허국(몇 년 후 특허청으로 승격됨)에서 실시하는 교육에서 어느 강사가 “우리 법령이 일본 것과 같은데 어느 나라가 베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기막힌 우연의 일치입니다”라며 쑥..

시간여행 2022.09.06

옛날 서비스 차량 운전기사 이야기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는 자동차 운전도 특별한 기술이라고 여겼다. 자동차를 다루는 운전기사들은 전기 전자 제품을 수리하는 서비스맨들을 데리고 다니며 은근히 세도를 부리기도 하고, 꼬장을 부리기도 해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회사에서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맨들이 운전하는 걸 권장하는 뜻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서비스 기사들이 운전할 경우 운전 수당을 지급했다. 그랬더니 겸임 운전기사들이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내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전업 운전기사들이 그걸 노골적으로 즐길 뿐만 아니라 불난 데 부채질까지 해대어서 늘 양 집단 간의 불화가 있었다. 공고 출신인 서비스맨들은 학력이 그보다 낮은 전업 운전기사들을 ‘배우지 못한 놈들’이라고 멸시했고, 운전기사들은 겸업 서비스맨들이 자신들의 밥..

시간여행 2022.09.06

예외도 많고 규칙도 많고, ‎참 끔찍한 언어

체육관에서 자주 만나서 낯이 익은 한국인의 권유에 따라 컴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의 무료 강의에 등록하러 간 게 작년 8월 말이었다. 무료 강의가 외국인을 위한 영어 교육(ESL)뿐이어서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유학생 출신인 그분도 몇 년째 그 강의를 반복 수강한다는 얘기를 듣고 반 배정 시험을 치르기는 했지만, 수준이 낮은 강의를 듣는 건 아닌가 싶어서 좀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반 배정 시험은 독해력 위주의 25개 문제였는데 24개를 맞추어서 고급반에 배정되었다. 한국에서 받은 영어 교육이 독해력 위주였고, 네 개 중에서 하나를 찍는 사지선다식 시험에는 이골이 났으니 고득점이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그래도 채점을 마친 선생님은 천재 수강생을 맞은 것처럼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이것저것 2022.09.06

영명축일 축하 인사

가톨릭과 일부 개신교에서는 세례받을 때 성인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선택한다. 이렇게 선택된 성인을 주보 성인(主保聖人)이라고 한다. 이는 세례명으로 선택한 성인의 삶을 본받아 살겠다는 의지임과 동시에 이름을 바꿈에 따라 그 사람도 변화한다는 성서의 내용에 바탕을 둔 것이다. 교회에서는 각 성인에 대하여 특별히 그분을 기념하는 날을 정하는데 대개는 그 성인의 기일을 축일로 삼는다. 신자는 자신의 주보성인의 축일을 영명축일로 기념하고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신앙심이 깊은 분들은 영명 축일을 생일보다 더 의미 있는 날로 여기고 그날이 되면 다른 신자들의 축하를 받는다. 나의 주보성인은 스테파노 성인이므로 내 영명축일은 그분의 축일인 12월 26일이다. 주님 탄생 대축일인 12월 25일의 바로 다음 날이라서 나도..

신앙 생활 2022.09.06

어린 왕자

초등학교 2학년 때(1956년)였다. 아침마다 배달되던 조선일보를 받으면 얼른 어린이를 위해 제작된 지면을 읽다가 신문을 기다리던 아버지에게 야단맞곤 했다. “애들이 신문에서 뭐 볼 게 있다고 붙들고 있느냐?”라고. 한글을 깨우치고는 활자로 된 건 무엇이든 읽는 재미에 빠진 내가 아버지 눈치를 보며 신문을 받으면 제일 먼저 보던 게 당시 연재되던 ‘어린 왕자’였다. 뭔가 신기한 이야기로만 생각되었지, 내용을 이해한 건 아니었지만, 내 인생에서 본격적인 독서는 ‘어린 왕자’에서 시작된 셈이다. 그때 신문에서 읽은 ‘어린 왕자’의 저자가 누구인지 내용이 어떠했는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해도 제목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게 그 유명한 생 텍쥐베리의 ‘어린 왕자’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며칠..

이것저것 20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