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해는 휴전되고 2년 후인 1955년이니 전쟁의 참화가 채 사라지지도 않았을 때였으므로 주위에는 전쟁 중에 가족을 잃은 가정이 수두룩했고 집에서 멀리 보이는 산 위의 공동묘지에는 몇 년 사이에 새로 생긴 무덤이 숱하게 있었다. 묘지 위로 도깨비불이 떠도는 날 밤이면 아이들은 무서움에 떨었다. 주검을 자주 보아서인지 어른들이 해주는 옛날 얘기에는 도깨비나 귀신이 많이 등장했고 귀신을 직접 보았다고 그럴싸하게 허풍을 떠는 아이들도 많았다. 친구들이 듣고 보았다는 귀신 얘기는 대개 이런 것들이다. 어떤 여학생이 학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데 변기 아래에서 손이 불쑥 올라오더니,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하고 묻는 말에 기절했다더라. 밤늦게 어두운 골목에서 하얀 옷을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