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이로소이다.’는 거의 90년 전에 홍사용 시인이 발표한 시의 제목이다. 내가 요즈음 아내에게 가끔 하는 싱거운 말인 ‘나는 왕자로소이다.’는 홍사용 시인의 시와 아주 다른 내용이다. 오늘 아침에도 아파트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먼저 내려서 몇 걸음 걸어가던 남자가 얼른 되돌아와서 엘리베이터 문을 잡고 내가 탈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아내가 있었더라면, “내 신분이 드러난 것 아니야? 아무래도 저 사람, 내가 왕자인 걸 아는 눈치던데.”라고 한마디 했을 것이다. 별로 잘 난 데가 없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던 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 하나를 잃고 쌍크러치를 짚고부터는 어딜 가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어디서든 건물이나 방에 드나들 때는 어디에서인가 나타나 문을 열고 손잡이를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