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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금성사 특허과에서

거의 50년 전 내 신입사원 시절에 업무부에서 특허 업무를 담당할 때 얘기니까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일이다. 그때는 곰이 마늘을 먹고 100일 동안 동굴에서 웅크리고 있으면 예쁜 여자가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다던데 나는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아래 이야기는 내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이니 신화가 아니고 금성사 역사의 일부가 되겠다. 그 당시에는 산업 재산권법(특허법, 실용신안법, 상표법, 디자인 보호법)과 관련 법령이 일본 것과 같았다. 금성사의 직무 발명 보상 규정도 히타치 걸 거의 그대로 번역해서 만들었다. 언젠가 특허국(몇 년 후 특허청으로 승격됨)에서 실시하는 교육에서 어느 강사가 “우리 법령이 일본 것과 같은데 어느 나라가 베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기막힌 우연의 일치입니다”라며 쑥..

시간여행 2022.09.06

옛날 서비스 차량 운전기사 이야기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는 자동차 운전도 특별한 기술이라고 여겼다. 자동차를 다루는 운전기사들은 전기 전자 제품을 수리하는 서비스맨들을 데리고 다니며 은근히 세도를 부리기도 하고, 꼬장을 부리기도 해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회사에서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맨들이 운전하는 걸 권장하는 뜻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서비스 기사들이 운전할 경우 운전 수당을 지급했다. 그랬더니 겸임 운전기사들이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내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전업 운전기사들이 그걸 노골적으로 즐길 뿐만 아니라 불난 데 부채질까지 해대어서 늘 양 집단 간의 불화가 있었다. 공고 출신인 서비스맨들은 학력이 그보다 낮은 전업 운전기사들을 ‘배우지 못한 놈들’이라고 멸시했고, 운전기사들은 겸업 서비스맨들이 자신들의 밥..

시간여행 2022.09.06

예외도 많고 규칙도 많고, ‎참 끔찍한 언어

체육관에서 자주 만나서 낯이 익은 한국인의 권유에 따라 컴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의 무료 강의에 등록하러 간 게 작년 8월 말이었다. 무료 강의가 외국인을 위한 영어 교육(ESL)뿐이어서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유학생 출신인 그분도 몇 년째 그 강의를 반복 수강한다는 얘기를 듣고 반 배정 시험을 치르기는 했지만, 수준이 낮은 강의를 듣는 건 아닌가 싶어서 좀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반 배정 시험은 독해력 위주의 25개 문제였는데 24개를 맞추어서 고급반에 배정되었다. 한국에서 받은 영어 교육이 독해력 위주였고, 네 개 중에서 하나를 찍는 사지선다식 시험에는 이골이 났으니 고득점이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그래도 채점을 마친 선생님은 천재 수강생을 맞은 것처럼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이것저것 2022.09.06

영명축일 축하 인사

가톨릭과 일부 개신교에서는 세례받을 때 성인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선택한다. 이렇게 선택된 성인을 주보 성인(主保聖人)이라고 한다. 이는 세례명으로 선택한 성인의 삶을 본받아 살겠다는 의지임과 동시에 이름을 바꿈에 따라 그 사람도 변화한다는 성서의 내용에 바탕을 둔 것이다. 교회에서는 각 성인에 대하여 특별히 그분을 기념하는 날을 정하는데 대개는 그 성인의 기일을 축일로 삼는다. 신자는 자신의 주보성인의 축일을 영명축일로 기념하고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신앙심이 깊은 분들은 영명 축일을 생일보다 더 의미 있는 날로 여기고 그날이 되면 다른 신자들의 축하를 받는다. 나의 주보성인은 스테파노 성인이므로 내 영명축일은 그분의 축일인 12월 26일이다. 주님 탄생 대축일인 12월 25일의 바로 다음 날이라서 나도..

신앙 생활 2022.09.06

어린 왕자

초등학교 2학년 때(1956년)였다. 아침마다 배달되던 조선일보를 받으면 얼른 어린이를 위해 제작된 지면을 읽다가 신문을 기다리던 아버지에게 야단맞곤 했다. “애들이 신문에서 뭐 볼 게 있다고 붙들고 있느냐?”라고. 한글을 깨우치고는 활자로 된 건 무엇이든 읽는 재미에 빠진 내가 아버지 눈치를 보며 신문을 받으면 제일 먼저 보던 게 당시 연재되던 ‘어린 왕자’였다. 뭔가 신기한 이야기로만 생각되었지, 내용을 이해한 건 아니었지만, 내 인생에서 본격적인 독서는 ‘어린 왕자’에서 시작된 셈이다. 그때 신문에서 읽은 ‘어린 왕자’의 저자가 누구인지 내용이 어떠했는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해도 제목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게 그 유명한 생 텍쥐베리의 ‘어린 왕자’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며칠..

이것저것 2022.09.06

어른이 주면 그냥 받는 거야

몇 년 동안 양로원에 계시던 우리 성당의 세레나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격리 때문에 직계 가족 외에는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다니 참 살다 보니 참 별일을 다 겪는구나 싶었다. 몇 년 전에 뵈었을 때도 할머니는 아흔이 가까운 연세에도 참 고우셨다. 허리가 조금 굽었지만, 얼굴 모습은 30년 전에 처음 뵈었을 때나 별 차이가 없었다.할머니를 볼 때마다 젊었을 때는 대단한 미인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오래전 설날에 성당에서 나를 보시더니, “이거 받아.” 하고 뭘 손에 쥐여 주시는데 펴 보니 시퍼런 배추 이파리 한 장이었다. “뭘 이런 걸 다 주십니까? 그냥 두세요.”하고 $10짜리를 돌려 드리니까, “세뱃돈이야. 왜, 적어서 그래?” “세배도 안 했는데 무슨…..

신앙 공동체 2022.09.05

어둠 속의 큰 빛이라는 백신

지난 1년 동안 코로나바이러스로 뒤덮힌 어둠 속에서, 백신은 많은 이들에게 빛을 밝혀 주었다. 언론에 보도된 백신의 효능은 기대 이상이어서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이사 9, 1) 라는 성경 구절이 저절로 생각나게 했다. 언론 보도에 고무되었는지 매일 수많은 이들이 백신 접종을 받기 위해 기꺼이 팔을 내밀고 있지만, 접종 대상자에 비해 그런 행운을 잡은 사람은 터무니없이 적다. 그래서 이 겨울에 화이저와 모더나 백신 때문에 많은 이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미국 전역의 기저 질환자와 65세 이상인 우선 접종 대상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백신 생산과 접종이 무계획적이고 혼란스럽다”라고.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끝없이 이어지는 긴 줄에 서 있..

미국 생활 2022.09.05

야간 비행기 여행(Red-Eye Flight)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작은딸 집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 며칠 후에 한국어 자막이 있는 미국 영화를 감상했다. 대체로 번역이 매끄러워서 자막이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는데, 다음 대사의 번역이 옥에 티였다. 사전만 찾아보았어도 이런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 텐데 서둘러 번역하다 보니 그랬나 보다. “Dad, I'm taking the red-eye. It's the last flight out. It's gonna be way too late.” “아빠, 제 눈이 충혈되어 버렸어요. 마지막 비행기에요. 너무 늦을 거예요.” 이 번역은 다음과 같이 정정되어야 한다. “아빠, 저 야간 비행기 타잖아요. 마지막 비행기에요. 너무 늦을 거예요.” ‘red-eye flight’ 또는 줄여서 ‘red-eye’는 비행..

미국 생활 2022.09.05

앞으로 뻗은 길

다음에는 뭐가 올까? 코비드 19 때문에 시작된 격리 생활에 들어가기가 힘들었지만, 거기서 빠져나오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과거가 그립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지난 일상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규범은 어떻게 보일 것이며, 어떻게 느껴질까? 일상은 어떻게 바뀔까? 누구나 어느 정도의 사회적 거리 두기-나는 점점 이 용어에 거리를 두고 싶어진다--는 당분간 계속될 거라는 데에 동의한다. 우리는 손을 씻고, 드러난 피부를 씻어내고, 마스크를 걸치고, 사람들이 모인 곳을 피할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바이러스를 두려워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우리가 서로를 두려워할 거란 것을 뜻할까? 얼마 전 상쾌한 봄날 오후에 나는 우리 개, 그레..

번역문 2022.09.05

악마를 보여 주겠소

가톨릭 교리서 제391항은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우리의 첫 조상들이 불순명을 선택하게 된 배후에는, 하느님을 거스르는 유혹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 목소리는 질투심 때문에 그들을 죽음에 빠지게 하였다. 성경과 교회의 성전(聖傳)은 그 목소리에서 사탄 또는 악마라 불리는 타락한 천사를 본다. 교회는 그가 본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선한 천사였다고 가르친다. 악마와 모든 마귀는 하느님께서 본래 선하게 창조하셨지만, 그들 스스로 악하게 되었다." 이글에서 ‘그 목소리는 질투심 때문에 그들을 죽음에 빠지게 하였다.’이라는 구절을 보면 질투심이 죄는 아닐지 몰라도 질투심 때문에 죄를 짓게 된다고 경계하고 있다. ‘천사’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란 뜻이다. 그런데 하느님의 심부름을 하던 천사 중 일부가 “나도 하느..

신앙 생활 2022.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