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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철학서 읽기

심심풀이로 내용이 그리 무겁지 않은 소설을 읽는 사람을 가끔 볼 수는 있어도 고전과 사회과학서를 열심히 읽는 사람은 흔치 않다. 보고 즐길 게 얼마나 많은 세상인데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볼 시간을 쪼개어 독서라는 걸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젊은이들은 수험 관련 서적이나 자기계발서를 보며 그걸 독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주위에 고전과 사회과학에 관한 책을 열심히 사모아서 읽는 분이 한 분 있는데 나는 그분을 희귀동물(죄송)이라고 여긴다. 독서라야 소설책이나 보며 시간을 보내는 내 수준으로는 읽어도 머리만 아프고, 돈 안 되는 그런 책을 읽는 사람이 멸종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얼마 전에 그 댁에 놀러 갔더니 서가에서 책 몇 권을 꺼내와서 보여주며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빌려 가라고 하..

이것저것 2022.09.06

자동차 시장이 미쳤더라

2주 전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바로 차를 렌트해서 지내다가 이틀 전에 새 차를 샀다. 비록 처음 마음에 두었던 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 차를 타고 다니니 차를 렌트해서 지낼 때보다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정지 신호에서 신호 대기 중 좌회전 신호로 바뀌자 직진 주행로에 있던 내차 바로 뒤차가 착각해서 내 차를 들이받은 거니 내 잘못은 전혀 없었어도 보험 처리, 바디 샵과의 문제 처리, 렌트 카 빌리기, 새 차 사기 등, 하나같이 머리 아픈 일이었다. 183,000마일(293,000km)이나 주행했어도 상태가 좋아서 앞으로 10년은 더 굴리리라 마음먹었던 정든 차를 폐차시키는 것도 마음 아팠다. 화가 치밀어 올라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었고, 매일 쌓이는 스트레스를 술로 달랬더니 집에 와인은 한 병도 ..

미국 생활 2022.09.06

임사 체험(臨死體驗) 후 그의 영혼은 변화되었다.

필자 : 마이클 로페즈 2021년 5월 25일 가이드포스트에 게재됨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친구네 집에 있었는데, 우리는 거실에서 텔레비젼을 보며 함께 어울려서 놀고 있었다. 갑자기 숨 쉬는 게 너무 힘겨워지더니 방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정신이 아찔해서, 일어나 보았으나 바로 마룻바닥에 쓰러졌다. 내가 왜 이럴까? 그 전주에 몸이 조금 안 좋은 것 같았는데, 별로 심하지는 않았다. 막연히 끔찍한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코비드 19가 아닐까? 내 친구는 911에 전화했고, 잠시 후 응급 구조원이 들이닥쳤다. 나는 방바닥에 쓰러져서 호흡 곤란으로 고통스러워했다. “환자가 죽을 것 같아!”라고 누군가가 외쳤다. 나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그러자 온 세상이 캄캄해졌다. 나는 어둠 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

번역문 2022.09.06

음치로 살아가기

어릴 적부터 별로 신통치 않던 내 노래 실력이 변성기를 거치며 엉망이 되어 버렸다. 고등학교 때는 가창으로 치르던 음악 시험에서는 늘 반에서 유일하고도 최하인 점수, 55점을 받아서 석차를 떨어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회사에 입사하고는 회식에서는 밥 먹기, 술 먹기가 대강 끝나면 으레 노래판이 벌어졌는데 그때마다 참 곤혹스러웠다. 내 순서가 지나가기를 바라며 일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기도 했지만 영악한 동료는 나를 빠뜨리는 일이 없이 한사코 내 노래를 들으려고 했다. 맨정신에 노래하기란 어려워서 노래 부를 차례가 돌아오기 전에 연방 술을 들이켜기도 했다. 어렵게 노래를 부르면 듣고서 웃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나만 빼놓고. 그럴 때마다 마음이 상해서 밥 잘 먹고 좋은 분위기에서 잘 놀다가도 기분이 엉망..

시간여행 2022.09.06

유카탄반도에 다녀와서

지난해 연말에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북동쪽 끝에 있는 휴양지로 여행을 다녀왔다. 비행기 요금, 호텔 숙박비, 식비 그리고 팁까지 모든 경비를 미리 지불하는 방식으로 예약했더니 부담 없이 먹고, 마시고 쉬면 되니 참 편했다. 리조트 내의 어느 술 가게나 호텔 로비에 앉아 있어도 종업원이 와서 필요한 음료수가 무언지 물어보고는 바로 갖다주고, 어떤 식당에 가도 무엇이든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었다. 겨울철이라지만, 기온이 섭씨 30도 가까이 되는 날씨라서 해변에서는 헝겊 두 쪽만 걸치고 수영이나 일광욕을 즐기는 미스 유니버스 못지않은 늘씬한 미녀들을 수없이 볼 수 있었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우리가 묵은 곳의 지명이 ‘시안 칸’이었는데 마야어로 ‘천국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뜻이라 했다. 일 년 내내 날씨가 ..

이것저것 2022.09.06

유언장을 작성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자가 격리가 시작되고 미국 내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들으며 ‘진작에 유언장을 만들어 둘 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여 년 전에 교통사고라는 날벼락을 맞고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난 나는 죽음이란 예고 없이 찾아오고, 누구든 죽는다는 사실을 절감했기에 유언장을 미리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었고, 변호사인 큰딸도 몇 년 전부터 유언장을 미리 만들어 두자고 권하며 유언장 전문 변호사까지 알아 두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몇 년을 끌다가 이번에 마음이 바빠진 것이다. 그래도 그동안 여러 차례 유언장 내용에 대하여 큰딸을 비롯한 가족들과 다음과 같이 의견을 교환해 두었다. 1. 장례는 매장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화장으로 할 것인가? 본인의 신앙이나 인생관에 따라 ..

가족 이야기 2022.09.06

욥이 인생의 가장 난해한 문제에 직면하여 하느님을 만나다

욥기는 지금까지 쓰인 문학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들 중 하나이며 시대를 초월하는 걸작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욥기는 내용이 경이롭고, 아름다우며, 잊히지 않고, 신비스럽고, 온화하면서도 대형 망치처럼 강력하다. 탐정 소설을 읽을 때와는 달리 따지지 않고 공감하며 열린 마음으로 읽는다면 그렇게 느껴진다. 욥기는 무한히 신비스럽기는 하지만, 마지막 부분. 하느님께서 욥에게 하신 말씀에 주제나 교훈이 매우 분명하며,드러나 있다. 욥의 문제가 악의 문제라면, 해답은 ‘우리는 해답을 모른다’일 것이다. 우리는 욥이 알았던 것보다는 몰랐던 것에 공감한다. 전능하시고, 공의로우신 하느님이 다스리시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악의 문제, 고통의 문제, 불의의 문제 등은 인생에서 가장 난해한 문제다. 욥기는 우리에게..

번역문 2022.09.06

왜 내가 이 고생을 사서 한담

오래전 똑똑한 인간들이 “자, 성읍을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 그렇게 해서 우리가 온 땅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자.”라고 말하며 천국에 닿으려고 높은 건축물을 계속 쌓았다. 그 탑이 있던 곳의 이름은 바벨이라고 한다. 그 오만함에 분노한 하느님께서 “보라, 저들은 한 겨레이고 모두 같은 말을 쓰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하려는 일의 시작일 뿐, 이제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그들의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자.” 라 하시며 인간의 말을 제각각으로 만들고 그들을 온 땅으로 흩어 버리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되어 버렸다고 한다. (창세기 11장 4~9절) 그 이후 언어 수가 자꾸 늘어나서 지..

이것저것 2022.09.06

와인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집콕을 할까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적 격리가 시작되자 주류 판매가 급상승했다고 한다. 특히, 가게에 가서 사기가 께름칙한 사람들이 많은지 택배로 술을 사는 사람들이 무척 늘었다고 한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침 열한 시 경부터 술 마시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하긴 요즘같이 심란한 시기에 그런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식당이나 술집이 문을 닫았는데도 호황을 누리는 온라인 술장사들은 이참에 확실히 돈을 벌어야겠다고 작정했는지 이 메일을 열어보면 싸게 빨리 술을 배달해 준다는 광고가 하루에도 몇 건씩 뜬다. 5% 특별 가격 인하, 저렴한 운송비…등으로 유혹하지만, 술이란 건 모두 무게가 무거우니 운송비가 장난이 아니다. 5% 인하했다는 술 가격도 가게에서 파는 술보다 비싸니 나같이 ..

미국 생활 2022.09.06

오래된 레시피

가끔은 아내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요리란 걸 한다. 오래 전 라면 끓이기에서 시작한 요리가 고급 요리로 발전했으면 아내에게 입 호강이란 걸 시켜 줄 수도 있으련만, 내 요리 실력은 만들기 쉬운 짜장면이나 링귀니(이탈리아 국수 요리)에서 그쳤으니 아쉽다. 그것도 재료를 준비해 두고 척척 만들면 아내 보기에 불안하지 않겠지만, 그때마다 서류함에서 레시피를 꺼내서 일일이 들여다보아야 하는 어설픈 요리사이다. 이번에도 링귀니가 생각나서 레시피를 꺼내다 그것과 함께 잘 모셔 둔 큰딸의 메모를 보고 울컥했다. 링귀니 요리를 만들 때마다 보게 되는 메모이지만, 볼 때마다 눈물이 나려고 한다. 또박또박 한글로 쓰여진 메모는 날짜부터 시작된다. 2006년 9월 27일 “사랑하는 아빠에게, 이 레시피 생각나지요? 아빠..

가족 이야기 20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