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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요약본을 완성하고 나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불청객 때문에 발동된 야간 통행 금지령과 사회적 격리로 어쩔 수 없이 집에 갇혀서 지낸 지가 한 달이 넘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된 인원과 치료 중 사망한 사람들이 급증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그걸 독한 감기 정도로 생각하고 보건 당국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떠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해마다 미국에서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평균 36,0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60만 명,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57만 명,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32,000명, 다치는 사람은 2백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죽는데도 독감이나 암으로 죽는 사람이 많으니 대책을 세워야 한다거나, 자동차를 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이상..

신앙 생활 2022.09.04

서비스 과장 시절에

금성사에 입사한 지 4년 막 지나서, 서른 번째 생일을 몇 달 앞두고 승진이라는 걸 했다. 지금 기준으로는 조금 빠를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회사 조직이 급격히 확장할 때라서 채워야 할 자리에 비해 사람이 부족하여 전공이나 경력이 그 자리에 적절한지 별로 따지지 않았다. 그래서 특허 업무를 담당하던 책상물림이 지역 사령관 격인 서비스 과장에 임명되었다. 비교적 평화로운 서울 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지방으로 이삿짐을 싸서 내려가려니 좀 서글펐고,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촌구석(?) 대전에서 근무하려니 갑자기 변방으로 밀려난 듯해서 억울했다. 막연히 업무부와는 달리 분위가 거칠 거로 생각했지만,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두려움이 앞섰다. 충청남북도, 전라남북도, 경기도 일부 그리고 ..

시간여행 2022.09.04

새벽의 여신 에오스를 맞으며

그리스 신화에서 광명의 신 히페리온과 창공의 여신 테이아의 사이에는 아들 하나와 딸 둘이 있으니 태양신 헬리오스와 달의 여신 셀레네 그리고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그들이다. 헬리오스는 네 마리의 말이 모는 마차를 타고 새벽녘에 동쪽에서 솟아오르고 저녁에는 서쪽으로 가라앉아 다시 동쪽으로 가는 여행을 반복한다. 셀레네는 검은 말들이 이끄는 은빛 마차를 몰면서 밤의 장막을 치는 일을 한다. 에오스는 두 마리의 날개 달린 말들이 모는 황금 마차를 몰며, 셀레네가 쳐놓은 밤의 장막을 매일 아침 손가락으로 걷어내는 일을 한다. 에오스가 하는 일이 비중이 작아 보이지만, 밤을 아침으로, 어둠을 빛으로 바꾸는 중요한 일을 하는 셈이다. 오래전 교통사고로 병원에 반년 동안 입원했었는데, 그동안 내내 잠을 제대로 잘 수 ..

교통사고 이후 2022.09.04

사후 세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거부터 많은 종교에서 사후 세계를 믿어왔고 지금도 믿고 있다. 사후세계의 존재는 죽음을 맞이해도 거기서 끝이 아니라 영혼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게 된다. 그 때문에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크게 달래 준다. 과학계에서는 인간의 정신활동은 뇌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러므로 뇌가 죽은 이후에도 정신이 유지된다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부정된다. 머리를 다친 사람이 정신활동에 문제가 생기고 뇌 수술 등이 이루어지는 이유이다. 신체를 연구하는 과학자, 특히 뇌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영혼의 존재를 부정한다. 왜냐하면 영혼이란 게 있다면, 뇌가 손상되었을 때 정신이 망가진다는 사실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나무 위키에서 발췌) 나는 뭐든 종교적 가르침을 쉽게 믿지 ..

신앙 공동체 2022.09.04

사지 마비 장애인들 영화

사지 마비 또는 하반신마비 상태가 된 인물들의 삶을 다룬 영화 세 편을 보았다. 세 영화의 주인공들 모두 사고로 심한 장애를 입게 되었지만, 그들의 선택은 달랐다. 두 사람은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으로 삶의 의욕을 되찾았으나, 한 사람은 사랑하는 이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조력(助力)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삶을 포기한다. 각자 느끼는 고통의 크기가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니 선택도 다를 수 있겠지만,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존중하고 싶지는 않다. 이들 영화의 줄거리를 아래와 같아 소개한다. Intouchables: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프랑스 영화 파리의 빈민가에 사는 세네갈 출신의 전과자 드리스는 엄청난 부자인 사지(四肢) 마비 환자가 입주 간병인을 구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 자리에 지원하지만, 사실은 일하..

교통사고 이후 2022.09.04

비빔밥의 기원

자신의 식당 ‘미스 김’을 개업하기 전에 김지혜 주방장은 한국 요리의 역사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녀가 조사한 음식 중에는 비빔밥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에서 비빔밥은 한 가지 종류로만 자주 요리되는데. 한국에서는 지역별, 계절별로 많은 종류가 있다. 2021년 F&W(Food & Wine 잡지)에 게재된 ‘새로 등장한 최고의 요리사’ 기사는 그녀가 조사한 비빔밥의 역사와 여러 가지 비빔밥에 관해 다루며, 한 여름철의 재료로 만드는 최고의 야채 비빔밥 요리법을 소개했다. 비빔밥의 기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중 하나는 비빔밥은 궁궐에서 점심으로 준비하거나 친척이 임금을 방문했을 때처럼 격식을 덜 차려도 괜찮을 경우에 가장 자주 대접하던 음식이라는 설이다. 또 다른 설로는 제사에서는 조상들에게 공경하는 ..

번역문 2022.09.04

부디 자기 자신과 잘 지내세요

나이가 드니 잠이 준다. 밤새 깊은 잠에 빠지기 어렵고, 일찍 깬다. 자는 동안에도 자주 뒤척이게 돼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개운하지 않다. 잠이 부족하니 낮에 의자에 앉은 채 시도 때도 없이 존다. 일찍 깨어도 다시 잠들 수 없어서 꼭두새벽에 잠이 깨면 다시 자는 걸 포기하고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 게 버릇이 되었다. 다들 잠든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놓고 신문을 보거나 유튜브를 보고, 때로는 책을 읽기도 하고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그런데 나 혼자만의 새벽 시간이 마냥 고요하고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다. 이 나이 되도록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는 자책감, 가보지 못 한 길에 대한 아쉬움, 잘못한 일에 대한 자괴감, 최선을 다하지 못 한 일에 대한 회한, 남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일에 대..

교통사고 이후 2022.09.04

봄이 왔다

오늘 헬스클럽에서 다녀오는 길에 보니 온통 분홍색 꽃으로 뒤덮인 나무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기에 나도 모르게 “야~”라고 외마디 소리를 질렀더니 운전하던 아내가 왜 갑자기 소리를 질러서 사람을 놀라게 하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지그(Zyg)라는 아저씨에게 막 움튼 나뭇가지를 가리키며 곧 봄이 올 것 같다고 말했더니 “아직 쌀쌀하기는 하지만, 최소한 눈은 내리지 않겠네.”라는 대답을 들은 게 두어 주 전이었는데, 늘 지나다니는 길가 화단에는 땅속에 숨어 있던 수선화가 벌써 머리를 제법 많이 내밀었다. 며칠 전부터 “삐삐삐빅” 하고 네 음절씩 끊어서 노래하는 개똥지빠귀(American Robin)가 집 주위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겨우내 눈에 띄지 않던 야생 비둘기(Mourning Dove)..

미국 생활 2022.09.04

봄이 오고 있다

지난겨울 날씨는 유난히 매서웠다. 갠 하늘을 본 날이 많지 않았고, 눈 내리는 날이 많았다. 두어 차례의 폭설과 계속되는 찌푸린 하늘은 세상을 어둡게 만들었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마음을 더 힘들게 했다. 매서운 바람까지 불며 오랫동안 이어진 영하의 날씨로 땅은 돌덩이처럼 단단해졌다. 많은 이들의 마음이 무거웠으나 애써 간직해 온 희망을 버릴 수는 없었다. 3월이 시작된 지 며칠이 지났어도 날씨는 아직 쌀쌀해서 겨울이 봄에게 쉽사리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 것 같아도 따스한 햇살은 알게 모르게 겨우내 쌓인 눈을 녹이고 있었다. 드러난 누런 땅에는 눈밑에 숨어 있던 연두색 이끼와 낮게 깔린 풀잎이 눈에 띈다. 그걸 보니 농가월령가 (음력) 이월령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반갑다 봄바람에 의구히 문을 여니 말..

미국 생활 2022.09.04

복장 규정(Dress Code)

젊은 여성 국회의원이 밝은색 원피스를 입고 등원한 걸 놓고 몇 날 며칠을 떠들어내는 걸 보니 ‘참 할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 의원들까지도 ‘국회의 권위를 떨어뜨렸다’며 비난하는 걸 보니 어이가 없었다. 국회의 권위가 바닥까지 떨어진 게 언제인데 고작 여성의원의 옷차림을 두고 권위 실추를 논하다니. 그 여성 의원이 입었던 옷은 전통적으로 생각해 온 정장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런대로 단정해서 보기에 그리 나쁘지 않았고 성적인 매력을 강조해서 남성 의원들의 마음을 흔들만한 복장도 아니었다. 정장을 입지 않더라도 일이나 제대로 한다면 나는 그런 정도의 복장이 비난받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기왕이면 원피스보다는 정장을 입으면 낫다고 생각하는 건 내가 꼰대라서 그럴까? 며칠 전에 이스라엘 필..

이것저것 2022.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