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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라도 잘 마셨으니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 목자(目子)가 불량(不良)하다”라는 표현을 가끔 볼 수 있다. 목자는 눈의 비속어로서 ‘눈깔’ 정도로 옮기면 되겠다. 젊은 나이에 서비스 과장으로 임명되어 대전에서 근무를 시작했는데 얼마 지내니 그야말로 ‘눈깔 굴리는 게 불량스러운’ 직원 둘이 눈에 거슬렸는데 둘 다 나보다 나이가 여러 살 위였다. 한 사람은 운전기사였는데 군대에 있을 때 장군의 차를 몰았다는 걸 대단한 자랑으로 여기며, 일도 없이 내 방에 들어와 여직원들에게 곱지 않은 말을 내뱉는 게 나에게 시위하는 것처럼 보였다. 또 다른 직원은 사무직원이었는데, 친형이 본사의 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걸 대단한 빽이라고 과시하며 센터장에게 반말을 내뱉으며 거칠게 굴었다. 센터장도 이 두 친구가 직원들을 선동하여 분..

시간여행 2022.09.05

세상을 떠난 남편의 특별한 모습

필자 : Rick Hamilton 출처 : Mysterious Ways(2021년 7월 23일자) 그 소식은 정말 끔찍했다. 내 친구 지니의 남편 마크가 죽었다. 그들이 결혼한 게 겨우 재작년 여름이었는데. 둘 다 이혼의 아픔을 겪고 이제서야 참사랑을 찾았다고 했는데. 새롭게 출발한다는 흥분으로 그 결혼식에서 다들 많이 웃었고, 축배를 많이 들며 즐거워했었다. 결혼식 끝 무렵에 지니는 부케를 멋지게 던져서 친구들 모두 재미있어했다. 결혼식장을 떠나며 나는 하느님께서 그녀가 동화처럼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게 해 주신 걸 감사드렸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걸 누릴만한 친구였다. 나는 그들이 은퇴 후 사는 아이다호로 순간 이동해서 그녀를 꼭 껴안아 주고 싶었다. 이럴 때 하느님은 어디에 계실까? 어째서 그분은 마..

번역문 2022.09.05

성당의 고양이가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필자 : 캐티 캔트 2021년 5월 25일 자 가이드포스트에 게재됨. 어느 화요일 정오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성당을 찾았다. 내 친구가 암으로 투병하고 있었기에 그를 위해 기도하고 싶어서였다. 다른 교구의 성당에 오려니 눈치가 보이고 어색했다. 그래서 나는 성당에 사람이 없는 시간을 택했다. 신자석에 혼자 앉아 있는데, 스테인드글라스의 창을 통해서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머리를 숙이고, 눈을 감고 십자 성호를 그었다. “하느님, 오랜만에 성당에 왔습니다. 하지만 하느님, 제 친구가 아픕니다. 당신이 그를 도우실 수 있다면……” 무언가가 내 발목을 훑는 게 느껴졌다. 나는 눈을 번쩍 뜨고 내려다보았더니 검고 흰 무언가가 내 앞 좌석 아래로 사라지는 게 보였다. 고양이었다. 고양이는 내 좌석 여러 ..

번역문 2022.09.05

성당을 옮기다

‘조폭과 신부의 공통점’이라는 유머가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인기가 있다 보니 몇 가지 버전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제는 아재 개그의 고전이 된 것 같다. 그중 하나를 소개한다. 1. 검정 옷을 자주 입는다. 2. 식사하고 절대 자신이 계산하지 않는다. 3. 구역(나와바리)이 확실하다. 4. 아무에게나 반말한다. 물론 가톨릭 신부 대부분은 성직자의 본분에 맞게 겸손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신부는 지나치게 권위를 내세우기에 위와 같은 유머가 유행한 듯하다. 그런 신부들은 제발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마태 20, 28) 라는 예수님이 친히 하신 말씀을 늘 가슴에 담고 겸손하게 살면 좋겠다. 신부때문에 마음의 상..

신앙 공동체 2022.09.05

성경 통독을 마치며

히브리어로 된 구약과 그리스어로 된 신약을 라틴어로 번역하여 지식인들만 읽을 수 있던 성경을 누구나 읽을 수 있게 한 위대한 성서학자 예로니모 성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 성경을 모르는 건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 · 기도는 하느님에게 말씀드리는 것이고, 성경을 읽는 건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이다. · 성경을 잘못 해석하면 주님의 말씀을 인간의 말로 바꾸게 되고, 때로는 악마의 말로 바꾸게 된다. · 항상 거룩한 책을 방패 삼아 손에 지녀라. 그리하면 자신이 나쁜 생각에 빠지는 걸 막게 된다. 성인의 말씀을 새기며 교우 몇 분이 1년 동안 성경을 완독하겠다는 야무진 목표를 세우고 성경 읽기를 시작한 게 1년 전이었는데 몇 분은 끝까지 완독했지만, 몇 분은 중간에 포기했다. 나 혼자서 성경 읽기..

신앙 생활 2022.09.05

성경 요약본을 완성하고 나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불청객 때문에 발동된 야간 통행 금지령과 사회적 격리로 어쩔 수 없이 집에 갇혀서 지낸 지가 한 달이 넘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된 인원과 치료 중 사망한 사람들이 급증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그걸 독한 감기 정도로 생각하고 보건 당국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떠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해마다 미국에서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평균 36,0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60만 명,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57만 명,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32,000명, 다치는 사람은 2백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죽는데도 독감이나 암으로 죽는 사람이 많으니 대책을 세워야 한다거나, 자동차를 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이상..

신앙 생활 2022.09.04

서비스 과장 시절에

금성사에 입사한 지 4년 막 지나서, 서른 번째 생일을 몇 달 앞두고 승진이라는 걸 했다. 지금 기준으로는 조금 빠를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회사 조직이 급격히 확장할 때라서 채워야 할 자리에 비해 사람이 부족하여 전공이나 경력이 그 자리에 적절한지 별로 따지지 않았다. 그래서 특허 업무를 담당하던 책상물림이 지역 사령관 격인 서비스 과장에 임명되었다. 비교적 평화로운 서울 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지방으로 이삿짐을 싸서 내려가려니 좀 서글펐고,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촌구석(?) 대전에서 근무하려니 갑자기 변방으로 밀려난 듯해서 억울했다. 막연히 업무부와는 달리 분위가 거칠 거로 생각했지만,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두려움이 앞섰다. 충청남북도, 전라남북도, 경기도 일부 그리고 ..

시간여행 2022.09.04

새벽의 여신 에오스를 맞으며

그리스 신화에서 광명의 신 히페리온과 창공의 여신 테이아의 사이에는 아들 하나와 딸 둘이 있으니 태양신 헬리오스와 달의 여신 셀레네 그리고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그들이다. 헬리오스는 네 마리의 말이 모는 마차를 타고 새벽녘에 동쪽에서 솟아오르고 저녁에는 서쪽으로 가라앉아 다시 동쪽으로 가는 여행을 반복한다. 셀레네는 검은 말들이 이끄는 은빛 마차를 몰면서 밤의 장막을 치는 일을 한다. 에오스는 두 마리의 날개 달린 말들이 모는 황금 마차를 몰며, 셀레네가 쳐놓은 밤의 장막을 매일 아침 손가락으로 걷어내는 일을 한다. 에오스가 하는 일이 비중이 작아 보이지만, 밤을 아침으로, 어둠을 빛으로 바꾸는 중요한 일을 하는 셈이다. 오래전 교통사고로 병원에 반년 동안 입원했었는데, 그동안 내내 잠을 제대로 잘 수 ..

교통사고 이후 2022.09.04

사후 세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거부터 많은 종교에서 사후 세계를 믿어왔고 지금도 믿고 있다. 사후세계의 존재는 죽음을 맞이해도 거기서 끝이 아니라 영혼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게 된다. 그 때문에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크게 달래 준다. 과학계에서는 인간의 정신활동은 뇌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러므로 뇌가 죽은 이후에도 정신이 유지된다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부정된다. 머리를 다친 사람이 정신활동에 문제가 생기고 뇌 수술 등이 이루어지는 이유이다. 신체를 연구하는 과학자, 특히 뇌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영혼의 존재를 부정한다. 왜냐하면 영혼이란 게 있다면, 뇌가 손상되었을 때 정신이 망가진다는 사실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나무 위키에서 발췌) 나는 뭐든 종교적 가르침을 쉽게 믿지 ..

신앙 공동체 2022.09.04

사지 마비 장애인들 영화

사지 마비 또는 하반신마비 상태가 된 인물들의 삶을 다룬 영화 세 편을 보았다. 세 영화의 주인공들 모두 사고로 심한 장애를 입게 되었지만, 그들의 선택은 달랐다. 두 사람은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으로 삶의 의욕을 되찾았으나, 한 사람은 사랑하는 이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조력(助力)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삶을 포기한다. 각자 느끼는 고통의 크기가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니 선택도 다를 수 있겠지만,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존중하고 싶지는 않다. 이들 영화의 줄거리를 아래와 같아 소개한다. Intouchables: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프랑스 영화 파리의 빈민가에 사는 세네갈 출신의 전과자 드리스는 엄청난 부자인 사지(四肢) 마비 환자가 입주 간병인을 구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 자리에 지원하지만, 사실은 일하..

교통사고 이후 2022.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