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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좌골신경통이 찾아왔다.

드디어 좌골신경통이 찾아왔다. 엉덩이와 종아리가 아프기 시작하자, 늘 클러치 두 개를 짚고 구부정하게 걷는 내게 허리 통증이 언젠가는 찾아올 거라는 반갑지 않은 예언을 한 한의사 얼굴이 떠올랐다. 늘 자세에 신경을 썼건만, 통증이 찾아왔으니 이게 나이 탓인가, 보행 자세 탓인가? 불편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라서 그냥 두면 낫겠지 하며 2, 3일 미적대다가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어저께부터 물리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치료받으러 가는 게 귀찮아서 진통제를 먹으면 괜찮고, 걸을 때만 좀 신경 쓰이지만, 이런 치료까지 받아야 하냐고 투덜댔더니, 아내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Let’s go to the therapists!”를 외쳤다. 이런 환자를 많이 다뤄보았는지 물리치료사는 내 시원찮은 설명을 듣고 단..

교통사고 이후 2023.04.19

해 뜨고, 해 지네

어쩌다 뉴저지 남단의 바닷가 마을에서 며칠 머물다 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무슨 의식을 치르듯이 해 뜨는 시간에 맞추어 새벽에 일어나 해 뜨는 걸 보고, 저녁에는 해 지는 걸 보며 사진을 찍는다. 오래전에 거기서 찍은 사진을 보니 사진이 거의 같아 보여서 어떤 게 해돋이이고 어떤 게 해넘이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해가 진 다음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또는 밤이 아침으로 바뀌기 전의 어둑어둑한 상태를 어스름(영어로는 Twilight)이라고 한다. 천문학에서는 해가 뜨기 조금 전인 상태를 새벽(Dawn)이라고 하며, 그걸 다시 3등분하여 수평선에서 떨어진 각도에 따라 6도씩 구분하여 각각 달리 부른다. 마찬가지로 해가 지고 조금 후의 상태를 황혼(Dusk)이라고 하며, 그걸 다시 3등분하여 수평선에서 ..

교통사고 이후 2023.04.13

나이 들면 모두 환자라던데

내가 L 목사를 처음 만난 건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온 직후였으니 4년 전이었다. 어느 날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있는데 나보다 나이 조금 더 들어 보이고 점잖게 생긴 분이 혹시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본인이 목사라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체육관에 나오는 다른 한국인에게서 그분이 근처에 있는 한국 교회에서 사목하다가 은퇴한 원로 목사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 가끔 점심도 함께하고, 집에서 만든 음식도 나눠 먹고, 그분의 안내로 영어 공부도 함께 하며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서로 다른 종교를 믿어도 그게 전혀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괜히 목사티를 내며 성경 말씀을 가르치려 든다든가, 가톨릭을 은근히 비난하며 개종을 권한다든가 하는 일 없이 오로지 일상적 얘기만 나누니 신앙이 다른 게 문제가 되려야 ..

미국 생활 2023.04.06

형탄절(炯誕節) 아침에

오늘은 형탄절이다. 성탄절이 아니고, 웬 형탄절? 김형기(金炯基)라는 사람이 탄생한 날을 형탄절이라 부르지, 그럼 뭐라고 부른담. 손꼽아 세어보니 오늘이 만으로 일흔네 살 되는 날이다. 인제 와서, 한 살 더 먹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커서 훌륭한 인물이 될 거도 아니고, 백 살까지 살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진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나이 드니 편한 게 참 많다. 그 중 하나만 꼽으라면, 매일 뭔가에 끌려가지 않고 내 마음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거다. 어저께 저녁 무렵 구수한 고기 익는 냄새가 나기에 아내에게 내 생일은 내일인데 벌써 잔치 준비를 하느냐고 핀잔을 줬더니 형탄절 전야제 준비를 하는 거란다. 저녁 밥상을 보니 큰 그릇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영계백숙이 올라와 있었다. 그걸 보니 아름..

가족 이야기 2023.03.26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리 시끄러워

아주 어릴 적부터 난청으로 청력에 문제가 많던 나는 당연히 병역 면제 대상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현역 입영 대신 우리 동네 특공대(약칭 UDT)로 병역을 마쳤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군대에서 축구를 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당연히 소외감을 느낀다. 거의 40년 전에 거금을 들여 보청기라는 물건을 사서 착용했지만, 채 석 달을 못 넘기고 포기했다.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서 견딜 수도 없었지만, 당시에는 그 귀중품의 성능이 떨어져서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잡음으로 머리가 아파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평생을 잘 듣지 못하는 문제로 소통에 문제를 일으키며 민폐를 끼치며 살다가 요즈음 청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느꼈지만, 보청기를 살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가격이 $5,000~7,000인데, 의료 보험의 혜택..

이것저것 2023.03.21

역사란 무엇인가?

내가 역사에 관심을 갖고 관련 책들을 열심히 보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였다. 고등학교 동기동창 인터넷 카페에 손oo군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책 열다섯 권 분량을 한 권으로 요약하여 올리고 있었다. 열다섯 권 중 1, 2권만 읽고는 방대한 분량을 모두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완독을 포기한 내게는 쉽게 로마 역사를 훑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매번 적당한 분량으로 올리는 그의 글이 쉽게 대할 수 있었고 재미도 있었다. 그래서 요약본을 세 번 읽으며 역사를 더 알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한국사와 세계 역사를 공부했고, 대학교 때는 중국 역사를 잠깐 접했지만, 세월이 흐르니 대부분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은퇴하고 나니 남는 게 시간인데 이참에 역사 공부나 하자고 마음먹고 이베이(..

이것저것 2023.03.19

바닷가 가까이 있는 식당에서

바닷가 가까이 있는 식당에서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즐겼다. 식대를 계산하려고 크레딧 카드를 주고서 받은 청구서를 보니 50여 달러를 Discount해 준다고 적혀 있었다. 처음 온 손님이라서 그랬던 것 같은데 물어보지는 않았다. 가격대가 괜찮아서 선택한 식당인데 에누리까지 받으니 기분이 좋아서 팁을 25% 정도로 넉넉하게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이틀 지나고 생각해 보니 더 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또 가면 그때 더 주어야 하겠다. 한국 식당도 밑반찬 종류를 줄인 점심 메뉴와 모두 갖춘 저녁 메뉴로 구분하여 두 가지 가격대를 적용하면 좋겠다. 한국 식당의 식대가 너무 비싸서 찾기가 망설여 질 때가 잦다. 때로는 젓가락도 대지 않은 밑반찬 값까지 지불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짓수가 지나치게 ..

미국 생활 2023.03.11

품위 있는 자선

Quora Digest에 게재된 Min Shrestha의 글을 번역한 겁니다 길거리에서 달걀을 늘어놓고 팔고 있는 노인에게 부유해 보이는 여인이 물었다. “이 달걀 얼마지요?” 노인은 “한 개에 $0.25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여인은 “여섯 개에 $1.25해 주세요. 싫으면 말고요.”라고 말했다. “노인은 대답했다. “마수걸이니까 그렇게 해 드리지요. 아직 한 개도 못 팔았답니다.” 그 여인은 값을 깎았다고 즐거워하며 달걀을 갖고 떠났다. 그녀는 고급 승용차를 몰고, 화려한 식당에서 친구를 만났다. 거기서 그들은 음식을 마음껏 시켰지만, 조금밖에 먹지 않고 대부분 남겼다. 식대로 $45이 나왔는데, 그녀는 $50짜리 지폐를 식당 주인에게 내밀고는 잔돈을 그냥 가지라 했다. 이런 일은 식당 주인에게는 ..

이것저것 2023.03.04

지구야 멈추어라, 나는 내리고 싶다

매일 이메일로 받아 보는 Quora에 오늘 87세 된 할머니가 올린 재미있는 내용이 게재되었기에 번역해서 소개한다. 이 글을 읽으면 시간이 흘러도 사람이 산다는 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50년 전에는 일상이 더 편했을까요? ( 2023년 3월 2일자 Quora에 게재된 내용을 번역) 발레리 토마스 50년 전에 나는 37세였다. 돌이켜 보면 지금보다는 그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나는 원기 왕성했고 미래에는 더 나은 세상을 보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걸 바라고 있다. 나는 그로부터 50년을 더 살아서 87세가 되었으나 내가 바라던 더 나은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스트레스와 박탈감은 해마다 더 늘어나는 것 같다. 내 삶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에..

이것저것 2023.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