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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유목민

지난겨울 언젠가 밤새 눈 내린 다음 날 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니 “지금 온 세상은 음울하고 길은 눈으로 덮여있네”라는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 나그네’의 가사가 떠올랐다. 언론에서는 매일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하니 외출도 최대한 자제하며 지내던 차에 연일 눈까지 내리니 참 답답했다. 딱히 할 일도 없어서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몽골 이야기’라는 걸 보게 되었다. 한 개, 두 개 보기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끌려서 수십 개를 찾아서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몽골 바람에서 길을 찾다’라는 책까지 사서 열심히 읽으며 답답함을 달랬다. 유목(nomadism)은 가축을 거느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먹이가 될 풀밭을 찾으며 가축을 기르는 생활 활동을 말한다. 유목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 장소에..

이것저것 2022.09.04

바빌론 강가에서

성경에서 시편은 기도, 찬양, 찬미, 탄원, 감사 등이 표현된 수많은 시가 모여서 이루어진 책인데 가끔 악의 세력에 저항하기 위한 저주가 표현된 시를 대하면 마치 못 볼 걸 본 것처럼 언짢다. 시편 137편 7~9절도 일종의 저주 시편인데 9절 “행복하여라, 네 어린것들을 붙잡아 바위에다 메어치는 이!”를 읽으며 마음이 불편했다. 끔찍한 악행이 생생하게 묘사된 것도 그런데 그걸 저지르는 이에게 행복을 빌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대목에 대한 해설을 찾아서 읽어보니 대체로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 이처럼 잔인하고 가혹한 일을 저지른 이는 유대인들을 노예로 끌고 갔으며, 아이들을 살해했으며, 예루살렘을 파괴한 바빌론을 이른다. - 죄 없는 어린이들의 학살은 고대 전쟁에서는 관행이었을지 몰라도 용서받..

신앙 생활 2022.09.04

오늘날 대부분의 미국인은 화장을 더 많이 선택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미국인은 화장을 더 많이 선택하고 있다--왜 매장이 감소하고 있을까? 출전: 2022년 8월 24일 The Conversation에 게재됨 필자 : David Sloane,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번역: 김형기 전국 장례 지도사 협회는 2035년까지는 거의 80%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화장을 택할 거라고 내다 보았다. 1876년에 펜실베니아주, 랭커스터에서 실내 화장 설비가 처음으로 소개되었을 때, 제작자 겸 운영자인 프랜시스 르모인 씨는 가톨릭교회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았다. 새로운 시신 처리 방식은 전통적인 종교관에 따른 매장이나 사회적 통념에 따른 도덕관과 존엄성에 비추어 위험한 것으로 보였다. 그로부터 100년도 지나지 않은 1963년에, 영국인 ..

번역문 2022.09.04

미국의 의료 체계를 잘 알고 활용하자

먼저 미국의 의원(doctor’s office 또는 clinic. 속칭 동네 병원)과 병원(Hospital)에 대해서 알아보자. 의원은 대개 한 명의 의사가 개인 진료실을 두고 외래 환자들에게 초기 진료를 제공하며 필요할 경우 치료 약을 처방한다. 대개 평일 낮에만 운영하며 주중에 쉴 때도 있다.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없고, 고가의 검사용 장비나 진료 장비 또는 응급 치료용 장비가 구비되어 있지 않다. 의원의 의사가 직접 수술할 경우에는 종합병원의 수술실을 빌려서 시행한다. 병원은 대형 건물에서 많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병원은 하루 24시간 운영되며, 많은 의사가 여러 가지 분야의 환자들을 치료한다. 병원에는 환자가 입원하여 치료받을 수 있도록 많은 병상을 갖춰져 있다. 검사 및 치료용 고..

미국 생활 2022.09.04

멕시코에서 본 긴 꼬리 찌르레기

지난 해 말에 휴가를 보낸 멕시코 캔쿤(Cancun)은 일 년 내내 기온이 높고 비가 자주 내리지 않는 열대성 기후대에 속한 지역이라서 그런지 내가 묵었던 리조트에는 아예 문이 없이 앞뒤로 뚫렸거나, 문이 있어도 늘 열어 둔 건물이 많았다. 그런 건물 안팎으로 날 짐승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며 사람 구경하기에 바빴다. 거기에서 제일 흔히 본 새가 까마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집은 훨씬 작은, 긴 꼬리 찌르레기(Great-tailed Grackle )였다. 꼬리의 길이가 몸 전체 길이의 절반 정도이고 온몸이 새카맣고 눈매까지 불량스러워서 예쁜 구석이 전혀 없는 놈이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수영장 가에서 우리 일행이 고스톱을 치고 있으면 바로 옆에 앉아서 개평을 뜯으려 들었고, 로비나 바에서..

이것저것 2022.09.04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며

몇 달 전에 어떤 고등학교 동창생이 동창 웹사이트에 ‘줄여서 보는 로마인 이야기’라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친구가 할 일은 없고 시간이 남아 돌아가니 이런 글을 올리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그가 올린 글을 훑어보았다. 처음 두어 회를 읽어 보니 결코 심심해서 쓴 글이 아니었다. 내용이 충실했고, 짜임새가 있었으며, 나름대로 확고한 역사관이 드러나 있었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글이 전문 역사학자가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나는 PDF로 보관하고 있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열다섯 권 중 처음 두 권만 읽고 말았던지라 그의 요약본이 반가웠다. 나이 드니 장시간 머리를 숙이기도, 책을 들고 활자에 시선을 집중하기도 힘들어서 한 권이라면 몰라도 열다섯 권씩..

이것저것 2022.09.03

딸들 생일에 즈음하여

며칠 전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작은딸이 마흔 번째 생일을 맞았기에 축하 전화를 했다. 40세나 되었건만 아직도 나는 전화할 때 가끔 ‘우리 예쁜 딸’이라고 부른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는 게 우울해도 딸들의 전화를 받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외손녀나 외손자와 함께 딸들과 화상통화라도 한 날은 술 한잔 걸치지 않아도 행복하다. 아들이 없는 나는 아들과 딸을 대할 때 아버지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없지만, “딸을 가진 아버지는 (무엇이든 들어줘야 하는) 딸의 인질이나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아들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거칠게 말하고 화를 내다가도, 딸이 아버지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아빠, 부탁이 있어요’라고 말하면 뜨거운 프라인 팬에서 버터가 녹듯이 마음이 풀어져 버린다.”라고 한 개리..

가족 이야기 2022.09.03

독창성에 관하여

고 박창득 몬시뇰은 50년 사제 생활의 대부분을 미국 뉴저지주에서 사목하며 보냈다. 오래 전 그분의 50년 사제 생활을 축하하기 위한 금경축 행사를 준비하며 그분이 쓴 글을 모아서 세 권 정도의 문집을 발행하려는 모임을 여러 차례 가졌다. 수많은 강론 기록과 가톨릭 다이제스트 등의 책에 실린 글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기에 그만한 분량의 글을 모으는 게 그리 어렵지도 않았고, 꾸밈없는 그분의 글을 좋아하는 신자들도 많았기에 그 작업에 별다른 난관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분의 반대에 부딪혀서 문집 발행이 무산되었다. 반대 이유가 이러했다. “내가 많은 글을 쓰기는 했지만, 그 글들은 성경이나 다른 훌륭한 분들의 좋은 글이나 말씀에 영향을 받은 것이므로 나의 독창적인 글이라 볼 수가 없고, 이미 다..

이것저것 2022.09.03

대한민국에서 지금 아이를 낳는 사람은 바보입니다

유명한 동물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유튜브를 보다가 ‘대한민국에서 지금 아이를 낳는 사람은 바보입니다’라는 내용이 좋기에 아래와 같이 요약해서 소개한다. “대한민국에서 지금 아이를 낳는 사람은 바보입니다. 아무 계획 없이 아이를 낳는 건 현명한 일이 아니지요. 저출산 현상을 진화적 적응이라는 면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겁니다. 개인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아이를 기를 능력이 될지, 아이 양육을 위해 주변 환경이 얼마나 받쳐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애를 낳으면 잘 키워낼 수 있을까? 고민이 되고 그게 계산이 안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도 과감히 출산하는 사람은 정말 애국자인 거지요. 하지만 생각 없이 애를 낳는 건 현명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이나 출산에 앞서 돈 계산이 앞서지요. 하지만 ..

이것저것 2022.09.03

다람쥐의 횡액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짐승은 다람쥐 아니면 개똥지빠귀(American Robin)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즈음 산책길에서 나무를 오르내리거나 길바닥을 뛰어가는 다람쥐를 흔히 볼 수 있다. 다람쥐라는 말의 어원은 ‘ㄷᆞ(아래 아)ㄹᆞㅁ+쥐로서, ‘ㄷᆞㄹᆞㅁ’은 ‘달리다(走)’라는 뜻인 ‘ㄷᆞㄷ다’의 명사형이라고 하니, 재빠르게 잘 달리는 쥐라는 뜻으로 생긴 단어로서, 현대어로 굳이 바꾸면 달리는 쥐 정도가 된다고 한다. 집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람쥐는 두 종류가 있다. 몸집이 쥐보다 조금 크고 꼬리가 몸길이 만큼 긴 회색 다람쥐는 영어로 Squirrel이라고 하는데 긴 꼬리를 나풀거리며 팔짝팔짝 뛰다가 나를 만나면 힐끔 쳐다보며 머뭇거리다가는 바로 뛰어간다. 때로는 별..

미국 생활 2022.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