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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석 바닥에 물 고임

1년 반 전에 산 소형 SUV의 조수석 바닥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자동차 고수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니 (1) 비가 내릴 때 선루프에서 배수가 잘 안 되는 경우 (2) 에어컨 증발기에 맺힌 물기를 모아서 배수 처리하는 파이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둘 중 하나일 것 같았다. 오늘 딜러에 차를 갖고 갔더니, 부품에 문제가 있다면 워런티로 무상 처리가 되지만, 이물질이 끼어서 발생한 문제라면 $200 가까운 수리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왕년에 전자 제품 서비스를 해 본 내 판단으로는 그 담당자의 말이 논리적으로 틀리지 않기에 유, 무상 처리는 담당자의 판단에 따를 테니 수리를 해 달라고 했다. 돌아서며 생각하니 아무래도 무상 처리는 어렵겠다 싶었다. 수리가 끝나고 담당자를 만나 보니 위에 적은 두..

미국 생활 2023.09.04

도둑일까 손님일까

우리 집에 도둑이라는 손님이 든 게 40여 년 전, 내가 막 서른 살을 넘었을 때였다. 당시 L 전자의 초임 관리자로서 충청, 전라 지역 여섯 개 서비스 센터를 책임지며 대전에 본부를 두고, 충주, 청주, 전주, 광주 그리고 순천에 있는 서비스 센터와 곳곳의 대리점을 틈나는 대로, 아니, 일부러 시간을 내서 방문하며 바쁘게 지내던 시절이었다. 일 년에 출장 일수가 백일이 넘었으니, 갓난아기인 큰딸이 자라는 것도 제대로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일 년 내내 휴일도 없이 동서남북을 헤집고 다니면서도 큰딸과 두 살 터울로 작은딸을 만들었으니, 3년 동안 두 딸을 낳기만, 아니 만들기만 했지, 보살필 줄을 모른 무심한 아비였다는 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 회사에서 제공한 사택은 대지와 건물이 넓어서 휑뎅그렁했다..

시간여행 2023.08.29

부고문 쓰기

미국 신문이나 장의사 웹사이트에 게재되는 부고문(obituary)은 사망 사실을 통지하는 글로서 대개 고인의 약력을 함께 게재한다. 그 글은 장례식 일정과 장소는 물론 고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자세히 알려 준다. 이러한 부고문은 미국 전역에 걸쳐 1,500개 신문과 3,500개의 장의사에 게재된다. ‘Yours Truly’라는 책은 저명한 언론인으로서 일간 경제지인 ‘The Wall Street Journal’에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부고문을 게재해 온 James R. Hagerty가 쓴 책으로서, 그는 이 책에서 부고문을 직접 작성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마지막 남기는 글을 충실하고, 정직하고 재미있게 쓰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랫글은 Terri Sclichenmeyer라는 작가가 쓴 독후감입니다. ..

번역문 2023.08.24

Sunrise, Sunset

지난 4년 간 쓴 잡문을 모아서 미국 출판사를 통해 여섯 번째 책을 만들어 보았다. 일곱 번째 책을 만들 수 있을까? 그건 나도 모르지만, 습관적으로 많은 글을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비슷한 글을 쓸 때도 있고, 이 나이에 새로운 인생 체험도 쉽지 않으니, 이 책이 마지막 책이 될 듯 싶다. 이전에는 100여 권을 찍어서 무상으로 뿌리기도 했지만, 그게 다 부질 없더라. 제작비도 많이 인상되어 대량으로 무상 제공하기도 부담스럽기도 해서 이번에는 딱 네 권만 찍어서 두 딸에게 한 권 씩, 두 권은 보관용으로 간직하고 본문은 pdf로 보관하려고 한다. 표지는 영문이나 본문은 당연히 한글이다. 우리 마님이 생애 최초로 세상에 네 권 밖에 없는 희귀본의 표지 모델로 등장했으니 잘 찾아 보시길. 모든 공감: 28..

가족 이야기 2023.08.21

미국인들 침대는 어찌나 큰지

여행 중 호텔에 묵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침대 크기에 놀라고는 미국인들 침대는 어찌나 큰지, 나 같은 체격을 가진 사람이 침대에 올라가려면 사다리가 필요하고, 침대 끝에서 끝까지 가려면 자동차가 필요하겠더라고 아무도 믿지 않을 허풍을 떨기도 한다. 체육관에서 대하는 미국인들을 보면 어마어마한 덩치를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 탈의실에서 벌거벗은 몸매를 보면 코끼리나 하마를 연상시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몸매 관리를 열심히 해서 저절로 시선이 (그것도 몰래 그리고 자주) 가는 젊은이도 눈에 띄기도 하지만 그 비율은 미미하다. 20세 이상 미국 성인 남자의 평균 체중은 90. 6kg, 성인 여자는 77.5kg이라고 하니 한국인의 평균 체중(남 73.3kg, 여 58.3)보다 훨씬 많다. 미국인들이 ..

미국 생활 2023.08.17

장미 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늘 새벽 두 시 반 경에 잠에서 깨었는데 은은한 장미향이 코끝에 맴돌았다. 아니, 라벤더 향이었나? 무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 향기(장미향이라고 치자)는 2~3분가량 맴돌다 사라졌다. “가까이에 꽃이 없는데도 장미꽃 향기가 나면 천사가 당신과 소통하고 있다는 징표일지도 모른다. 장미 향기는 또한 하느님이 당신과 함께하시거나 하느님이 당신의 기도에 기적적으로 응답하시며 축복을 내리신다는 징표일 수도 있다.”라고 하는데, 요즈음 기도도 소홀히 하며 지내니 기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은 아닐 테지만, 기분 좋은 향기였다.

신앙 생활 2023.07.26

우리 엄마, 학교 다닐 때 공부 열심히 했어요?

가족 휴가를 보내기로 한 캐나다 토론토 근교의 호숫가 별장에 도착한 날이었다. 전면이 유리라서 호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방에서 식탁에 앉아 큰사위가 준비한 차디찬 화이트 와인을 천천히 마시며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감상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서 책을 읽던 열두 살 된 큰 외손녀가 물었다. “엄마가 다닌 대학교가 명문 대학교라면서요?” “그럼. 거기가 네 엄마가 입학 전부터 제일 다니고 싶어하던 대학교였어.” “엄마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 때로는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걱정할 정도였어.” “첼로 연습하는 건 좋아했어요?” “좀 지겨워할 때도 있었지만, 연습을 게을리하지는 않았어. 가끔 공부할 시간이 모자란다고 연습을 빼먹으려고..

가족 이야기 2023.07.20

진상 고객이 되다.

며칠째 화씨 90도(섭씨 32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던 어느 날 에어컨이 가동을 멈추었다. 에어컨 덕분에 바깥 날씨와 관계없이 서늘한 실내에서 지내다가 찜통 온도를 견디려니 무척 힘들었다. 설치된 지 20여 년 된 기계니 제 수명이 다한 걸로 짐작되었지만,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럴 때 쓰려고 매달 가스 요금에 얹어 내던 서비스 요금이 생각나서 그 서비스 회사에 전화했더니 닷새 후에나 기술자를 보내 주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 날짜로 예약을 해 두었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아가며 전화를 끊고 나서 관련 서류를 찾아보았더니 사그라들던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 1. 가스회사와 에어컨(및 히터와 온수 공급기) 서비스 회사는 별개의 회사이지만, 가스회사의 요금 청구서에 얹어서 요금을 징수하..

미국 생활 2023.07.17

외손자와 외손녀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큰딸은 딸 둘 아들 하나를 두었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근교에 사는 작은딸은 외동아들을 두었다. 뉴저지주에 사는 우리 부부가 멀리 떨어져 있는 딸들 가족 모두를 한꺼번에 만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올해 6월에 아내의 만 70세 생일 축하 모임을 큰딸 가족이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하며 작은딸 가족도 함께 만나고 헤아려 보니 가족이 모두 모인 건 지난번에 만나고 4년 만이었다. 큰 외손녀가 열두 살, 그 뒤를 이어서 큰 외손자가 아홉 살, 작은 외손자가 여덟 살, 작은 외손녀가 네 살이니 제일 막내와 나는 꼭 70년 차이가 난다. 먼 훗날 그 아이가 내 나이가 되면 이번 모임을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 큰딸 가족과 우리 부부는 2년 만에, 작은딸 가족과는 1년 만에 ..

가족 이야기 202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