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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전쟁

한인타운에 있는 영화관에서 ‘건국전쟁’을 보았다. 270석 되는 극장은 관객들로 꽉 찼다. 미리 예약해 두고 사정이 생겨서 날짜를 변경하려고 했더니 상영 예정 기간인 5일간의 입장권이 모두 매진되어서 안 된다고 했다. 한 시간 여 운전해서 가보았더니 젊은 관객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제2편 제작 후원금 모금함에도 사람들이 꾸역꾸역 지폐를 집어넣어서 모금함 밖으로 흘러 넘치려고 했다. 대부분 알고 있던 사실이기도 했지만, 김구와 이승만에 관해 왜곡된 사실을 진실인 양 알고있는 이들은 얼마나 많을까? 학교에서는 부디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지 말아야 할 텐데. 조국의 정치판이 돌아가는 걸 보면 암울하다. 조국에 아직 희망이란 게 남아 있을까?

이것저것 2024.04.08

타 종교와의 공존

우리 성당 이웃에 있는 개신교회의 골프대회에서 우리 성당 신자들을 초대했다고 성당 주보에 올렸다. 작년에는 우리 성당에서 그쪽 예배당 신자들 몇 분을 초대했더니 너덧 분이 참석하셨다고 한다. 알고보니 오래 전부터 그런 식으로 서로의 행사에 오가곤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개종한 분은 없었을까?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신앙이 다른 분들끼리 서로 교류하는 건 아름답기도 하고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참 오묘한 사상이나 불교 신자 아닌 분들이 이상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종교의 신자들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잘못 해석한 것)의 자세로 타 종교를 믿는 분들에게 지극히 배타적이고 극단적인 태도를 보일 때마다 그분들은 신앙의 존재 이유가 무언지 잘 모르는 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멘..

신앙 공동체 2024.04.08

성삼일에

토요일, 예수 부활 대축일 전날에 개신교 신자와 점심을 함께하며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내가 저녁에 부활 성야 미사에 가야 하고, 가톨릭 신자들은 대개 목, 금, 토 3일(성삼일)간 성당에 나간다고 했더니 그분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는 성삼일에 특별한 예배가 없다고 했다. 주일 예배 때마다 성찬식을 통해 주님 부활을 상기하니 특별히 부활 예배가 주일 미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일년 내내 주일 예배에서 주님 부활을 기념한다면, 부활절에 집중적으로 주님 부활을 기념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을 수도 있겠다. 개신교에 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해 온 내가 그걸 이제 알았다니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개신교도 종파에 따라 차이가 있을 거라고 하니 잘 모르면서 다른 이의 신앙에 대..

신앙 생활 2024.04.08

쓸 수 없는 선물

아는 분이 내게 남성용 서류가방을 선물로 줬다. 납작하고 길쭉한 모양인데 그리 작은 편은 아니었다. 가죽 냄새가 풀풀 나는 게 새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바로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늘 크러치 두 개를 짚고 다니니 손으로 물건을 들 수도 없고, 나같이 나이 든 사람이 서류를 들고 다닐 일도, 그걸 담을 가방도 필요가 없는데... 거절하는 나도 민망스럽고, 선물을 준비해온 사람도 서운하겠지만, 쓸 일도 없는 물건을 받을 수도 없었다. 차라리 싸구려 와인 한 병이었더라면 기쁜 마음으로 받았을 텐데. 외손녀 외손자들에게 선물할 때마다 딸들에게 미리 물어 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사고 이후 2024.04.08

Don’t get old

나이 들어가며 아침마다 하는 일과인 커피 끓이기에도 실수가 잦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필터 위에 커피를 담고, 물을 붓고 한참 지나도 커피 향이 나지 않기에 보니 전기 스위치가 꺼져 있더라. 커피 기계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기에 보니 필터 통 위의 뚜껑이 열려 있어서 뜨거운 물이 위로 솟구치더라. 커피를 마시러 주방에 다시 나와 보니 물을 붓지 않았더라. 커피 기계가 단순하고 별로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서 이 정도의 실수밖에 저지르지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단순한 기계를 사용하며 다양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오래 전 우리 집 길 건너편에 살던 미국인 할아버지가 자주 하던 말을 이제는 내가 하게 된다. “Don’t get old.”

이것저것 2024.03.22

니 엄마 안녕하시노?

에바(Eva)는 내가 아침 산책길에서 자주 만나는 이웃 할머니다. 핀란드에서 오래전에 이민 왔다는데, 북유럽 여인은 대개 키 크고 몸매가 예쁠 거라는 내 선입관과는 달리 키가 작고 옆으로 벌어져서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북구 미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핀란드 국민은 루터파 개신교도가 대다수라던데 이 할머니는 뜻밖에도 통일교 신자라서 교회에서 찍어주는 대로 통일교도인 남자와 결혼했다고 한다. 아침마다 산책길에서 만나면 생글생글 웃으며 늘 똑같은 말을 똑같은 순서로 던진다. 우선 “안녕하시냐?”고 상냥하게 물어 본 다음, 날씨가 좋다든가, 아니면 춥다든가 하는 말을 한 다음에는 으레, 지극히 상냥한 어조로 “How is your mommy(니 엄마 안녕하시노)?”라고 묻는다. 여기서 그녀가 말하는 엄마는 ..

미국 생활 2024.03.22

동포들의 신앙생활

내가 다니는 체육관에서 가끔 보는 한국 남성 동포들이 나까지 포함해서 네 명인데, 한 분만 빼고는 눈인사만 할 정도이지 커피 한 잔 함께하거나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은 없어서 늘 데면데면하게 지낸다. 그래도 미국 동포사회에서는 신앙생활을 통해서 동포를 만나는 게 중요하기에 그들이 어떤 종교를 가졌는지는 알고 있다. 다들 일흔이 넘은 나이지만, 그래도 나이 차이가 있으니 나이 순으로 동포 1에서 동포 4까지로 구분해 본다. 동포 2인 나는 가톨릭 신자로서 체육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인 성당에 다닌다. 몇 년 전 이사 와서 제일 먼저 만난 동포 4에게 혹시 성당이나 예배당에 나가는지 물어보았더니 그는 정색하며 “저는 믿는 종교가 없고 앞으로도 신앙을 가질 생각은 전혀 없으니 제게 전도할 생각을 마세요.”라고..

신앙 생활 2024.03.22

인공지능에 번역을 맡겨보니

오래전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살아난 후부터 쓰기 시작한 글이 적지 않다. 죽음이 생각보다 참 가까이 있고, 언제라도, 내일이라도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졌다. 내가 살아온 흔적을 남기고 싶었고, 두 딸에게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국판으로 400쪽 가까운 분량의 글이 모이면 한 권씩 책으로 묶은 게 여섯 번이다. 당초 뜻한 것과는 달리 딸들의 한국어 독해력이 나의 영문 독해력보다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내가 쓴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없으니 그간 보내 준 책들도 서가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 언젠가 큰딸이 내가 쓴 글 중에서 나의 두 딸과 외손녀 그리고 외손자들에게 읽히고 싶은 글을 골라서 영문으로 번역해 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 그래서 글 몇 ..

가족 이야기 2024.03.08

내 신앙생활의 종착지, 이튼타운 성당

얼마 전 초등학교 때 친구인 미카엘에게서 천규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참 슬펐다. 그는 어릴 적에 강천규라는 이름보다는 강 안드레아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 신앙심이 깊은 친구였다. 어릴 적에 내 고향인 삼척 성내동 성당에서 여성 전교(傳敎) 회장으로 활동하던 어머니와 함께 성당 구내의 작은 집에 살던 그는 아버지가 한국동란 중에 납치되어 실종된 후 홀로 된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기에 늘 외로움을 탔다. 그 옆집에는 역시 아버지가 남성 전교 회장으로 활동하던 민 안드레아 가족이 살았는데, 8남매의 장남인 그는 어릴 적에 사제가 되는 게 꿈이었다. 방과 후에 가끔 그 두 친구를 만나러 가서 놀던 성당 앞마당은 우리의 놀이터였다. 가끔 사제관 앞뜰을 힐끔거리며 훔쳐보면 늘 미소를 머금은 서양 신부님과..

신앙 생활 2024.02.27

안드레아야, 잘 가라

며칠 전 초등학교 때 친구인 미카엘에게서 천규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는 어릴 적에 강천규라는 이름보다는 강 안드레아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 신앙심이 깊은 친구였다. 몇 년 전에 연락이 닿아 그간의 소식을 주고받던 어느날 “손자가 할아버지 하고 부르면 가슴이 울컥해진다.”라고 이메일에 쓴 그의 말이 생각났다. 어릴 적에 성당에서 여성 전교회장으로 활동하던 어머니와 함께 성당 구내의 작은 집에 살던 그는 아버지가 한국동란 중에 납치되어 실종된 후 홀로 된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기에 늘 외로움을 탔나 보았다. 몇 년 전 내게 보낸 이메일에서 “어릴 적에 바로 옆집에 살던 민 안드레아네 가족이 올망졸망한 아이들(8남매)로 시끌벅적하던 게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라던 그의 ..

시간여행 2024.02.17